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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Jan 09. 2020

춤을 추세요. 확실합니다.

당신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춤

일요일에 시끌벅적한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괜스레 마음이 헛헛하고 외로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자고 있는 고양이를 여러 번 쓰다듬어 보고 (결국 그는 결국 짜증을 내며 자리를 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들락거렸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 우울하고 답답한 기분을 어쩔 줄 몰라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는데, 유튜브 추천 영상 중에 "dance workout"이라는 게 눈에 띄었다. 썸네일 속에 매끈하게 운동복을 차려입고 있는 세 명의 여성이 즐겁게 웃고 있었고, 그들 모두가 (위화감 느껴지는 8등신 모델들이 아닌) 나처럼 평범한 보통 체형의 여성들이었다는 점이 내 주의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운동 영상이라기 보단 "친구들끼리 모여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는 게 첫인상이었고, 나도 저 그룹 안에 동참한다면 이 기분을 날려버릴 수 있겠지 싶었던 것이다.


영상을 켜고 나도 입고 있던 잠옷을 다시 추켜올리며 모니터 앞에 섰다. 혹시나 해서 옆에 있던 요가매트도 얼른 깔았다. 서론은 길지 않았다. 나와 '친구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워밍업을 했고, 곧이어 동작들 몇 개를 배웠다. 단순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이라 스트레스 없이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한 번씩 동작을 보여주고 4번 정도 따라 해 본 다음, 각 동작을 다 이어서 추는 패턴. 음악도 정신없이 빠른 게 아니라, 적당히 리듬을 타기에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 온몸에 땀이 났고, 우울한 기분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더워서 창문을 여니 차가운 밤공기가 들어와 바람 냄새를 맡았다. 한결 세상과 연결된 거 같았다. 그렇게 15분짜리 영상을 끝냈고, 30분짜리 영상도 얼마간 따라 하다가 콩콩 뛰는 자세들을 하기엔 장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쇼핑앱을 켜서 층간소음 방지 매트를 구매했다. 그 이후, 나는 늦게 퇴근한 날이든, 울적한 주말 저녁이든, 언제든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이런저런 상념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매트를 깔고 춤을 춘다. 전문가의 춤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춤도 아니다. 경쾌한 규칙을 따라 스텝을 밟고,  영상 속 사람들과 호훕을 맞추는 동안 난 진심으로 그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 된다. 왜 춤을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까?


꾸준히 운동을 하는 편이라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운동과 춤은 또 다른 것 같다. 춤 속에는 내 감정과 스타일을 반영할 여지가 더 많이 있다. 같은 동작을 하지만, 어떤 날은 A동작이 꽂히고, 어떤 날은 B 동작에 더 집중이 되기도 한다. 즐거운 리듬에 맞춰 단순한 기술을 구사하는 것이, 기분을 한 단계 고양시켜주는 확실한 효과를 준다.


그리하여, 당신이 누구든, 몇 살이든, 어떤 기분이든, 춤을 추세요. 운동과 춤은 다르더라고요.

춤은 정말 확실합니다. 추천 1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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