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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Jan 15. 2020

대화를 독점하지 마세요

언어교환 모임에서 누가 '언어'를 독점하나


서울 곳곳엔 외국인과 한국인이 한 곳에 모여 외국어로만 대화하는 모임 장소들이 있다. Language Exchange란 명목이긴 하지만 진지하게 언어교환을 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수고, 대부분은 그냥 모여서 영어로 수다 떠는 정도의 목적이다. 주로 홍대, 이태원, 신촌, 강남 같은 번화가에 있고, 소정의 입장료를 내면 음료 1잔~2잔 정도를 마실 수 있다.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춘 곳은 테이블 구성원들을 주기적으로 바꿔 되도록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여기까진 모임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이고, 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실질적으로 겪는 것들은 누구와 같은 테이블에 있느냐, 어떤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 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때로 배려심 있고 각자가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을 의식하고 독려하는 사람들과 같은 조가 되면 그날은 의미 있고 풍부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대화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각자의 의견을 말한다. 소수 1-2명이 대화를 독점하는 일이 없다. 영어를 잘 못해도 끝까지 기다려주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페이스도 그렇게 빠르지 않다. 난 이런 구성원들과 있을 때 가장 편했고 몰입이 쉬웠으며 그래서 재미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사람들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영어가 모국어라 매우 빠른 속도로 여러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당연히 따라잡기도 힘들고 고급 레벨 리스닝 테스트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특징이, 모두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질 않는다. 분명 여기에 들으러만 온 사람은 없는데, 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주도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게 힘들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은 안중에 없다. 물론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에선 몇몇이 주도하고 어떤 사람들은 호응하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적극적으로 나대는 게 필요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양한 국적의, 아니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인 모임에서 그곳 참여자들이 모두 본인의 고난도 네이티브 영어를 알아들을 거라 한 치의 의심도 않으며 내내 끊이지 않고 말을 하는 인간을 보는 건 좀 짜증 난다. 1 세계에서 백인으로 나고 자라 누구 눈치 한번 본 적 없이 살았나 싶기도 하고. 


 오늘 오랜만에 모임에 갔다가 또 소수가 대화를 장악하고 나머지는 고개만 끄덕이는 테이블을 경험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든 건 역시나 1 세계 출신 백인 남성이었고, 저렇게 속 좋게 자기 말을 끊임없이 늘어놓을 수 있는 그의 naive 한 성격이 부럽기도 했다. 누구를 배려해야 할 필요조차 못 느끼는 순진한 모습이랄까. 테이블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었지만, 그냥 좀 듣다가 집으로 와버렸고, 후회 중이다. 내가 나서서 분위기를 좀 바꾸도록 유도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다음번엔 내가 나서서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될 거 같다. 이렇게 온라인에 푸념을 늘어놓기보다는. 


If your first language is English and you are in the languege exchange gatherings, please keep in mind that not everyone can understand your ‘fluent’ English. Be more considerate and speak slowly. Also, don’t MONOPOLIZE the whole conversation. We all want to participate in; we are not there to be your audience. You might blame us being less assertive and outgoing than you. But we weren't born there(your country) and we are trying to use your language. You are the one who should try to be more underst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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