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 Jan 23. 2020

연휴다, 드디어.

내 오랜 소원이 있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주일만 full로 쉬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연차와 공휴일을 붙여서 7일 정도는 연달아 쉴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7일 동안이나 자리를 비워선 안 되는 직업이 의외로 많이 있고 나도 그런 직업에 종사하는 한 명이다. 당연히 번아웃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퇴근을 해도 온몸이 굳어있고 잠에 들기 위해선 한참 동안 뜨거운 물에 반신욕을 하고 있어야 할 때도 있다.  가뜩이나 냉소적인 성격이라 번아웃이 오면 대처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울고 참으며 깡으로 버틴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고 홀가분한 날들도 있다. 그런 날들은 내 직업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휴가는 낼 수 없다. 죽을 것 같이 아파도 버텨야 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나갔다.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왔었다. 30대의 운동이 그렇듯 죽지 않기 위해 시작했고, 1년이 넘게 꾸준히 하고 있다. 운동을 많이 하면 일에 지장이 올 때도 가끔씩 있지만, 몸이 재산이라 생각하고 운동 일정은 반드시 빼놓는다.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추스르면서, 며칠 동안 여행 간다는 사람들에게 질투하며, 무엇을 위해 이러나 싶으면서도 난 그만두지 않고 있다. 살고 싶기 때문이다.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업으로 옮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는 될 때까진 버텨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그냥 끝까지 가보려는 거. 직감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렇게 우울해하며 지내다 보면 공휴일이 온다. 다행히 빨간 날은 다 쉴 수 있다. 그래서 어쩌다 이런 휴일이 오면 내 마음은 태평양처럼 너그러워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어도 풍요로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외롭지도 않고 몸이 딱딱하게 굳지도 않는다. 세상은 아름답고 노랫소리는 감미롭다. 누군가에겐 4일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 이 휴일은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이다. 성스러운 내 공휴일. 너무 행복하다. 너무 좋다. 

작가의 이전글 난 파리(Paris)가 싫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