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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Mar 08. 2020

다크 초코렛을 좋아하시나요?

아마추어의 맛평가는 이렇습니다

백화점 지하에 있는 식품관을 좋아한다. 그곳에선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에서 구하기 힘든 갖가지 식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데, 두서없이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깐깐하게 엄선된 제품들이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배워가는 것도 많다.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브랜드 제품이지만 쉽게 구매하기 힘든 것들, 동유럽이나 동남아시아 제품들 같이 품질은 좋은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입점되어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보장되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뭐든 아무거나 집어와도 평균 이상은 한다. 


내가 특히 눈여겨 보는 곳은 “초콜렛” 코너이다. 사무실과 집에 늘 다크초콜렛을 늘 상비해두기 때문이다. 자주 두고 먹는 것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고른다. 설탕 함량이 높은 밀크초코렛이나, 캬라멜 또는 과일시럽이 들어가있는 자극적인 것들은 피한다. 그렇게 좋은 제품을 찾다보니 결국 매주 1번 이상은 식품관으로 가서 초콜렛 쇼핑을 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자주 먹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의 영국산 유기농 초콜렛(100g에 7천원)으로 시작해 아프리카, 리투애니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종류의 초코렛들을 맛보았다. 난 보통 직사각형 모양으로 한 바(bar)에 100g씩 포장된 제품을 먹는다. 크게 밀크초코렛, 다크초코렛, 견과류나 베리가 들어가 있는 초코렛 등 3가지 종류로 나눠서 판매되고 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난 오로지 다크초코렛만 판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고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초콜렛이 아닌 이 ‘순수한’ 다크초코렛은 기본적으로 와인이나 커피와 비슷하다. 카카오 산지 또는 가공에 따라서 산도나 풍미가 많이 다르다. 잘 만든 다크초코렛에서는 흙냄새, 커피향, 과일맛 그리고 기분 좋은 단맛까지 모두 함께 느껴진다. 50%~99% 까지 카카오 함량에 따라 얼마나 ‘다크’한지가 갈린다. 색깔만 다크해지는 것이 아니라 씁슬한 맛의 정도도 카카오 함량에 비례한다. 난 70%대를 가장 선호하는데, 주로 프랑스 린트사의 제품과 Taitau라는 리투아니아 제품을 가장 선호한다. 가격대는 매장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각각 6천원, 3천원이 선이다.


린트 70% 다크초코렛의 맛은 한마디로 “묵직하면서도 가볍고 진하게 농축된 맛이 시원하고 청량하게 마무리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입에 넣는 순간 카카오의 신선함이 차갑게 혀 위에 자리잡는다. 왜 차가운 촉감이 가장 먼저 느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똑같이 상온에 두어도 린트는 차갑다. 얆게 커팅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조각으로 탁 쪼개 입에 넣기 수월하다. 혀에 닿는 순간부터 빠르게 녹기 시작하고, 이로 씹어 잘게 부술 필요 없이 그저 초콜렛 조각이 올려진 혓바닥을 입천장에 꾸욱 누르면 진액이 녹으면서 씁쓸하고 걸쭉한 액체가 된다. 이 액체의 풍미가 입 전체를 감싸기 시작하고, 코엔 풍성한 카카오향이 감돈다. 신 맛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이 산미가 계속 입 안에서 맴도는 동시에 은은한 달콤함이 퍼져나간다. 다 먹은 후에는 이상하게 입안이 향긋하고 청량하다. 민트를 먹은 것과 같이 개운함이 있다. 린트 초코렛의 매력이 이 끝맛에 있다고 생각한다.


Taitau 제품은 바디감이 묵직하고 산미는 아주 약하다. 밀크 초콜렛처럼 꾸덕거려서 어느 정도 이로 부서가면서 녹여 먹어야 한다. 뒷맛의 여운도 길게 남는데, 텁텁하다고 느낄 정도니 한 조각만 먹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 제품은 가격으로 맛의 아쉬움을 보상한다. 보통 70% 이상의 다크초코렛 100g은 최소 4천원에서 시작하고, 주로 5천원 이상을 주어야만 살 수 있다. 하지만 Taitau는 어디서 사든 3500원을 넘어가지 않는다. 백화점 세일 때는 2천원이고, 인터넷으론 천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Taitau의 다소 아쉬운 부분도 참고 넘어갈 수 있다. 린트가 가끔씩 입는 정장이라면, Taitau는 집에서 막 입는 홈웨어의 편안함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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