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회복의 길은
대부분의 외출은 아이를 동반하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꾸미는 일은 늘 뒷전이다. 큰맘 먹고 산 원피스는 당최 언제 입어야 할지 모르겠고 (민소매라 겨드랑이 왁싱도 해야 하는데), 구두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바이레도 향수가 몇 년 전부터 유행한 거 같은데 나도 한번 뿌려보고 싶더라. 하지만 향료는 당연히 아이 건강에 안 좋기 때문에 "다음에 사자"라는 마음으로 지르질 못했고, 설령 샀다고 한들 애 델고 외출할 때 챙겨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보니 향수는 역시 뒷전으로 밀린다. 화장은? 그나마 선크림은 스틱형이 있어서 엘베에서 쓱쓱 바르는데 화장품은 또 뒤로 밀린다. 난 출산 전에도 화장을 그렇게 즐겨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종종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좀 정돈된 나를 present 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다. 어디 출장 같은 건 안 다녀도, 나를 알아보는 동네사람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맨날 헐렁한 티셔츠, 반바지, 맨얼굴, 운동화 차림이니 이런 내가 좀 구질 해 보이고 작아 보인다. 그러니까, 기분 당기는 날 좀 꾸미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그런 설레고 싶은 마음은 계속 후순위로 밀려나는 그런 날들이 무수히 많아서 좀 서러워지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꾸미고 외출해도 내가 어딜 가겠나? 외출도 잠깐이고 좀 있으면 애 보러 또 달려가야지, 다녀오면 집안엔 청소할 일만 가득 쌓여있다. 이런 모든 상황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느낌이 나를 숨 막히게 해. 상큼하고 가볍게 바람처럼 외출했다가, 아 이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즐기고, 밤에는 청소할 건 아무것도 없는 깔끔한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날이 올까? 10년 뒤엔 올까? 갑자기 눈물 날 거 같다.
미혼일 땐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가볍고 자유로웠던 날들이 요즘 너무 그립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결혼을 하면 그렇게 쭉 행복하게 살 줄 알았던 것이. 그래도 조금만 더 버텨보자 하면서 푸시하고 억눌렀던 많은 것들이 우수수 터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이제부턴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다짐한다. 아주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이라도 오직 나만을 위한 무엇을 매일 해나가야겠다. 이 글도 그런 나를 위한 행동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