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이어야 하는 이유

by 루이

1. 타인은 당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롭고 죽을 것 같다고 울부짖으며 말해도,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당신의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도 친구도 남이고, 다른 체계의 인식과 감정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내 고통을 타인이 이해해 주고 공감할 거란 환상은 버리고(차라리 전문가에게 돈을 주고 그 환상을 돈으로 사는 게 낫다), 그냥 글을 쓰건 그림을 그리건 노래를 부르건 하는 게 낫다.


2. 우리의 고통을 위로해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은, 진짜 공감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학습된 제스처라던가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통해 필터링된 무언가를 곱씹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염세주의자라서 그런 게 아니고, 최근 정신적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며... 다른 사람에게 내 사정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게 부질없는 짓이란 걸 피부로 알게 되어서 이렇게 구구절절 쓰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부모건 배우자건, 그들도 그냥 피로에, 자신의 삶의 다양한 문제를 끌어안고 발 동동 구르며 살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 깊은 공감을 할 여유가 없다.


3. 그러므로, 너무 해를 끼치는 수준이 아니면 그냥 이기적으로 살아도 된다. 그냥 어영부영 있으면 내 에너지, 열정, 체력, 주의력 누가 챙겨주나? 다 여기저기서 가져가버린다. 결국 몽땅 소진되어서 우울증 걸린다. 우울증 걸리는 사람들 중에 악독한 사람 없다. 다 이기적으로 살지 못하는 마음 착한 사람들, 감정 억압하는 사람들, 자기주장 힘든 분들이 걸린다. 내가 그렇다. 나는 호불호 표현은 잘하는데 또 미묘하게 내 권리를 주장하는 게 어려운 스타일이다. 뻔뻔함이 부족하다 해야 하나? 정치적이지 않다 해야 하나? 아무튼 나 같은 사람들 아무도 안 챙겨준다. 다들 자기들 먹고살기 바쁜 세상이야. 그러니 소진되기 전에 그냥 철판 깔고 이기주의자가 되세요. 특히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암요. 죽는 것보단 뻔뻔한 사람으로 사는 게 훨씬 낫잖아요? 전 앞으로 그러려고요.



4. 그러므로 나는 나를 가장 챙겨야 한다. 누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하루 종일 지켜봐야 하고 먹이고 입히고 재워야 하는 에너지 폭발, 질문 폭발하는 3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하루 종일 아이의 호기심과 욕구를 채워주느라 나의 욕구는 늘 뒷전이고, 제대로 된 성인 어른과의 대화는 전무하고 샤워도 제대로 된 식사도 할 틈이 없는 나 너무 불쌍하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힘들다 말하면 자느라 바쁜 남편은 별 도움도 안 된다. 진짜 너무 지치고 힘든 나날이다. 이렇게나마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나에게 세뇌를 시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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