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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Mar 05. 2016

낮엔 홍콩 이발사 밤엔 재즈바 주인 벤을 만나자

홍콩즐기기#1- 토요일에 성완 이발소에서 헤어커트와 재즈공연을 즐기자

 홍콩 예술가들이 몰려 있다는 성완(SheungWan)의 크리에이티브 빌딩 PMQ 앞 할리우드 로드에 서 있는 허름한 건물 하나. 건물을 끼고돌면 '어~, 여기 맞나?' 싶을 정도로 작고 허름한 골목이 나온다. 어두컴컴한 골목에 간판 하나 없이 자리 잡은 이발소 "Visage One". 드디어 찾았다!

 컴컴한 골목의 유리문 너머로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보인다. 두리번거리다 눈이 마주치니, 주인장이 나와서 문을 열어준다.


  "누구세요?"

  "혹시 여기가 Visage One인가요?"

  "네, 그런데요."

  "혹시 오늘 저녁에 재즈 공연을 하나요?"

  "아, 토요일 밤에만 합니다."


 아~아쉽다. 실은 홍콩에서 가볼만한 재즈클럽을 찾아보다, <낮엔 이발소 밤엔 재즈클럽>으로 변신하는 숨은 보석 같은 장소를 찾았다. 바로 Visage one. 장소도 특별하지만, 이곳을 운영하는 주인장이 더 궁금해져서 유튜브에 실린 인터뷰를 보고 찾아간 곳이다. 마침 그 주인공인 Bencky Chan 씨가 맞이해줬다.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실은 공연도 공연이지만 당신을 만나보고 싶었다고 하니, 마침 영업시간이 끝나 혼자 맥주 한잔 하고 있는데,  같이 하겠냐고 해서 얼른 좋다고 했다. 그렇게 영업시간이 종료된 홍콩의 작은 이발소 구석 바에서 그의 스토리를 듣게 됐다.

 7-8평 남짓한 작은 공간. 이곳은 Ben의 작업공간이자 삶의 장소이다. 30년간 이발사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첫 10년은 홍콩의 다른 이발사처럼 대형 살롱에서 근무했다. 돈을 벌기 위해 손님에게 추가 시술을 권했고,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 찍어낸 듯한 헤어서비스를 제공했다. 돈을 많이 벌었고 기술도 늘었다. 또 다른 10년은 이발사의 꿈인 자기 스튜디오를 냈다. 남들처럼 보조 직원을 뒀다. 간호사가 외과의사에게 수술도구를 건네듯이 옆에서 일일이 서빙을 해줬다. 돈은 여전히 잘 벌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서 손님을 맞이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그 손님만을 위한 헤어컷과 헤어스타일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하고 싶다."


"I like cut hair. I love music. But I do it in my own way.
I like cut hair. But I hate hair salon.
One day, I 'm just thinking I want to open the shop
but including hair and music."


 그래서 할리우드 로드 건물 뒤편에 작은 이발소를 하나 냈다. 손님을 위한 의자 하나. Ben을 위한 의자 두개. 하나는 손님 오른쪽. 하나는 왼쪽에 놓았다. 손님과 대화하면서 양쪽 두상을 잘 보고 최고의 커트 각도를 찾아내 1시간 동안 한올 한올 정성스레 머리를 다듬는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아트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시술은 하지 않아요. 나는 가위로 커트하는 순간을 좋아해요. '서걱서걱' 가위가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작품은 내가 하는 일이 아트라는 생각을 갖게 해줘요. 가끔은 특별한 밤을 보내고 싶은 손님을 위한 헤어 스타일링을 합니다. 한 시간에 한 손님.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한 시간입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발소는 그에게는 아트 스튜디오다. 매일 예약이 꽉 차있는데, 일이 너무 즐거워서 짧은 여행을 갈 때를 제외하면 365일 스튜디오에 나온다고 한다. 일터가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다 반영하고 있다. 매일 좋아하는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커트를 만들면서 손님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완성된 헤어스타일에 기뻐하는 손님을 만난다. 좋아하는 고전문학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때로는 집보다도 스튜디오가 더 즐겁고 편안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끔 집에 가지 않고 이층 침대에서 밤새 책을 읽고 음악을 듣기도 한다. 매일 마지막 손님의 스타일링이 끝나면 혼자 계산대 겸 바 테이블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도 읽고 맥주나 와인을 한 잔 하는데, 때론 마지막 손님을 초대하기로 한다. 물론 근무 중엔 술을 마시진 않는다. 술 한잔 하고 가위질을 하는 건 진짜 위험하다면서 짓궂게 웃는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남들처럼 따라하지 않고 살 수 있어요.
나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난 정말 행운아죠.
그래서 이렇게 내 갈 길을 걸어갈 수 있어요."


그의 이발소, 아니 스튜디오가 특별한 건. 이 작은 공간이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한 Ben. 그런데 연주를 멋지게 잘하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재주는 없다. 본인만의 스튜디오를 내면서 꼭 이 공간에 음악이 살아 숨쉬기를 원했다. 음악과 같이 하는 삶을 원한 그가 선택한 건 이 공간을 무대를 필요로 하는 공연자들에게 공개하는 거였다. 이 작은 공간에서 어떻게 공연을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바 옆 공간이 무대가 되고, 관객들은 연주자의 코앞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듣는다. 2층 올라가는 계단과 침대와 난간도 모두 꽉 들어찬다. 토요일 저녁마다 하는 공연은 바깥에서 대기줄이 설 정도로 인기다. 많으면 50명까지 들어선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게스트들은 바 테이블에서 와인, 위스키, 맥주 한잔을 들고 대화를 나누다 공연이 시작되면 모두 조용히 해야 한다. Ben은 음악에 대해선 엄격하다. 관객들이 대화를 나누더라고 공연이 시작하면 모두 집중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공연장에서 나가 달라고 정중히 부탁한다. 그건 벤이 생각하는 연주자에 대한 예의다. 처음에는 공연자들을 찾기 쉽지 않았는데, 이젠 6개월치 공연 스케줄이 꽉 차있을 정도로 인기다. 연주자의 숨소리까지도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법 같은 교감의 순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면 연주자와 관객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고 한다.


 공연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짙었다. Ben과의 대화를 이대로 끝내기도 아쉬웠다. 그래서 혹시 여자 해어컷도 하냐고 물었더니, 원하면 해준다고 한다. 그럼, 내 머리는 어떠냐고 물었다. 2주 전에 파머기를 없애고 짧게 자른 머리다. Ben은 지금 자를 필요까진 없다고 했지만, 예약을 하고 다음날 다시 벤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번엔 정식 손님이다. 한참을 원하는 스타일에 대해서 물어보고 평상시 입는 옷과 하는 일을 물어보더니,  Ben은 아주 짧고 세련된 보브 스타일을 제안했다. 귓가에 들리는 가위질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릴 때쯤 눈을 떴더니 확연히 짧게 잘린 머리가 거울 속에 비쳤다. 머리를 흔들어보라고 그럼 정성 들인 컷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 머리를 마구 흔들고 거울을 보니, 컷의 각이 살아있다. 음~ Ben은 이발사로서의 능력도 뛰어나다. 홍콩 성완의 주변 헤어살롱의 컷이 약 200 홍콩 달러인데, Ben은 약 600 홍콩달러다. 그래도 아깝지 않다.


 홍콩에 간다면 머리를 자르지 말고 가기를 권한다. 전화로 예약을 하고 Ben의 스튜디오에서 머리를 자르면서 인생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멋지게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지켜가는 Ben의 스토리가 홍콩 여행을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줄 거다.  


Visage One: 93 Hollywood Road, Central, Hong Kong. 할리우드 93번지를 찾았으면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건물 뒤 골목으로 들어가야 입구가 보인다. Ben은 인터넷과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예약은 전화로 해야 한다.  Tel:25238988.  CNN Travel 에 실린 기사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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