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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Feb 01. 2016

발리여행에서 묵은 빌라 주인장이 된 베네

여행은 때론 누군가의 인생항로를 한순간에 바꿔버린다


연말을 맞아 떠난 발리 여행. 12월 31일과 1월 1일은 특별한 곳에서 머물고 싶었다. 그러다 우붓 시내에서 벗어난 계곡 위 인테리어가 예쁜 빌라에서 여행이 가져다주는 인생의 뜻밖의 선물을 받은 집주인 베네&킴 부부를 만났다.


부인 베네는 이케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커리어우먼이고, 남편 킴은 광고매체의 발행인이다. 이 부부는 오랫동안 여러 나라에서 해외근무를 하면서 살았다. 베네는 이케아의 인도네시아 매장 오픈을 위해 파견 근무를 하면서 주말이면 머리도 식힐 겸 여행을 떠났는데, 발리에서 우연히 묵게 된 이 빌라가 마음에 쏙 들었다. 북적북적한 우붓 시내에서 벗어나 차로 10분만 달리면 작은 폭포와 강이 흐르는 계곡 위에 호젓한 삶을 살아가는 마을 한켠에 빌라가 한채 자리잡고 있다. 길가에 위치한 마을 집 몇 채를 거쳐 주민들에게 인사를 나누면서 안쪽으로 걸어가야 계곡 절벽위에 위치한 소담한 빌라로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며칠 묵으면서 빌라가 가진 매력에 푹 빠진 베네는 빌라 주인장과 만나게 되는 데, 마침 동향인 덴마크 사람이었다. 둘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취향도 인생관도 비슷하고 죽이 척척 맞았다. 그러다가 대화중에 이 빌라를 팔까 말까 고민중이라는 집주인의 말 한마디...그 순간...베네는 가슴이 두근두근. 운명의 끌림을 느꼈고 호주에 머물고 있는 남편에게 연락을 해서, 몇주 후 킴을 대동하고 다시 이 빌라를 찾았다. 킴도 이 곳에 머물러 보면 마음을 빼앗길 것이라는 확신과 이 빌라를 기여코 사서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간직한채! 거짓말처럼 킴도 이곳에 도착하자 그 매력에 푹 빠져 베네의 계획에 동의하고, 바로 그 여행길에서 계약을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후 실제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두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여행길에서 묵은 낯선 나라의 빌라의 집주인이 됐다. 한번도 빌라를 운영해 보리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 두사람. 이제 베네는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작년 3월 혼자 발리에 정착해서 빌라 주인으로서 손님을 맞이하고, 킴은 근거지인 호주와 발리를 오가면서 베네를 돕고 있는 10개월차 집주인 커플이다. 

베네는 빌라를 운영하기 위해 이케아의 경력을 백분 발휘했다. 이케아에서 수십년 동안 근무하면서 쌓은 인테리어 감각을 발휘해서 빌라의 9개 방을 모두 발리 현지 색감이 살아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우붓 근처의 고급 호텔들에 납품하는 리테일 상가들을 일일이 방문해서 발품을 팔아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의 현지 인테리어 제품들을 구입했다. 우붓 시내에 살고 있는 이디오피아-이탈리아인 조명 아티스트를 섭외해서, 빌라의 방, 로비, 식당을 모두 낮보다 밤에 더욱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곳을 찾은 게스트들은 모두 밤이면 로비겸 식당에 모여 은은히 빛나는 조명아래 대화의 꽃을 피우면서 발리의 밤을 지새운다. 


이제 10개월차 초보 집주인이지만 베네와 킴은 게스트들과 나누는 일상이 즐겁다. 제2의 인생으로 빌라 주인의 삶을 살게된 이 부부는 낮이고 밤이고 빌라를 찾는 사람들 한명 한명과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인생 이야기를 나눈다. 부부 침실이 거실 옆에 위치해 있고, 사무실이 곧 거실이다. 부부 침실은 게스트들이 화장실이 급할 땐 언제든 오픈이 되고 누구나 거리낌없이 드나든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부부 중 한사람이 다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테이블에 있는 게스트도 초대해서 함께 베네와 우붓 시내 조명가게를 가는 길에 동행도 하고, 게스트들끼리 계곡 자전거 트래킹을 떠나기도 한다. 모두 베네와 킴이 다리를 놔주어 머무는 동안 만큼은 우리가 모두가 친척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집에 친구들을 초청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상을 좋아했다는 부부는 언제나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에 머물면서,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과 함께 매일을 보내고, 여행길에 나선 다양한 사람들이 들르면 반갑게 맞이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삶. 그래서 매일매일이 활력있고 긍정적인 삶. 본인들은 운명처럼 다가온 발리에서의 삶이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한다.


베네와 함께 우붓시내의 조명가게로 구경 가는 길에  언젠가 나도 베네와 킴 부부처럼 여행자들과 함께 하는 제2의 인생을 꿈꿔본다고 했더니, 그럼 이번 기회에 그 빌라 로비에 장식할 조명을 하나 구입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 말에 홀린듯 양팔을 벌려야 겨우 껴안을 수 있는 큰 조명을 하나 구입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오늘 밤처럼 이 조명에 불을 켜놓고 바라보면, 베네와 킴 부부가 떠오른다. 



Villa Kalisat:  우붓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 우붓시장에서 택시를 타면 10분 정도 소요된다. 계곡을 향해 창이 난 7개의 방은 풍광이 정말 좋다. 2개의 수영장과 작은 야외 마사지 공간이 있다. 80m 길이 180개 계단을 내려가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면 호텔 밑에 있는 강가에 자리한 돌 테이블에 앉아 쉬거나 수영을 할 수 있다. 신선하고 건강함이 가득한 아침식사가 만족스럽다. 근처 마을 사람들이 직원으로 근무하는데, 특히 항상 미소짓고 있는 신디가 베네부부와 더불어 게스트들을 잘 챙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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