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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Feb 03. 2016

아이슬란드 소셜 호스텔에서 공연을 즐기자

아이슬란드 즐기기 #1- 힙스터라면 소셜 호스텔에 묵는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즐겁게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숙소의 특별함 때문이다. 평소에 묵던 호텔, B&B가 아니라 소셜 호스텔을 이용해 봤다. 이름도 낯선 소셜 호스텔은 "소셜+호스텔".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들이 묵는 호스텔에다 여행자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소셜 공간의 역할을 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원래 여행을 가면 하루를 충만하게 100% 다 활용하고 싶은데, 실제로는 몸도 마음도 지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아오면 밖에 나가지 않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매일  밤늦게까지 낯선 여행지에서 돌아다니기도 마음이 편하지도 않고... 그런데 소셜 호스텔에 머물면 피곤한 몸은 잠깐 자거나 샤워를 해서 에너지 업하고, 카페나 바 같은 느낌의 힙한 숙소 공간에서 식사도 하고 공연도 보고, 여행자들과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편안하게 여행의 하루를 더 길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백야의 아이슬란드에서는 소셜 호스텔에 머무르면서 200% 길게 여행을 즐겼다.  


#레이캬비크-KEX Hostel


6월 처음으로 찾은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는 해가 지지 않았다. 잠들지 않는 밤, 백야의 매력에 홀린 듯 새벽 2-3시에도 숙소 앞에 카디건 하나를 걸치고 나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밤새 노을만이 드리워진 바닷가를 바라봤다.   

매일 밤 이 풍광을 바라볼 수 있었던 숙소는 소셜 호스텔 KEX. 아이슬란드어로 '비스킷'이라는 뜻이다. 레이캬비크의 힙스터 장소로 유럽 여행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공항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해 리셉션에 들어서는 순간. 감각적인 내부 인테리어가 눈길을 잡아끈다. 간편한 여행자 복장과 멋진 나들이 복장을 한 아이슬란드의 핫한 청춘들이 야외 파티오에 삼삼오오 모여 도수가 낮은 아이슬란드 현지 맥주에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웃는 소리에 귀가 즐겁다. 적당히 기분 좋고 유쾌한 분위기가 호스텔에 가득 흐른다. 조심조심 조용히 머물다가는 기존 여행지에서 묵었던 숙소들과는 다른 분위기다.  

숙소 내부도 깔끔하다. 싱글룸부터 가족룸, 도미토리룸까지 다양한 옵션이 있다.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부터, 밀린 빨래를 할 수 있는 세탁기도 완비되어 있다. 1층 리셉션에 연결된 거실 겸 바는 모든 여행객들과 지역주민들이 사랑하는 공간이다. 책도 읽고, 커피나 와인 한잔하면서 수다도 떨고.... 하루 여행을 다 마치고 숙소에 들어왔는데, 태양은 아직도 지지 않아 하루가 끝나지 않고, 아이슬란드까지 왔는데 잠자긴 아쉽다. 이럴 땐 다시 귀찮게 시내에 가지 않더라도 마음만 내키면 바로 일층에 내려가면 된다. 이 동네에서 가장 핫한 곳이 바로 이곳이니까. 홍대나 이태원 어딘가 멋진 바에 온 듯한 기분으로 칵테일 한잔 하면서 여유롭게 앉아 있거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그게 소셜 호스텔의 매력이다.  

주말 저녁. 일층에 적당히 자리 잡고 앉아 옆에 자리한 여행객들과 아이슬란드 여행 얘기를 나누다 보니, 거실 한편에서 밴드가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번 주 공연은 '올스타 컨트리송 콘서트'. 그동안 KEX에서 공연을 한 젊고 재능 있는 컨트리송 밴드들이 총출연하는 날이다. 덕분에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밴드의 공연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이직 기념 여행으로 지구 저 멀리까지 와서 가수가 이끄는 대로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다 함께 부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센티한 감정에 휩싸인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닌 듯... 집을 떠나 낯선 길 위를 여행하는 관객들도 잠시 고향의 가족과 친구들 생각이 나는 건지, 모두 몸을 옆으로 살짝 흔들면서 꿈꾸는 듯한 얼굴이다. 그 순간 이 공간의 공기가 포근하게 변했다. 초여름 레이캬비크 KEX는 여행자들에게 침대에 누워 자는 밤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지 않는 태양과 함께 하얗게 밤을 지새우라 말한다.      


Country roads,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West Iceland 스나이펠스네스 -The Freezer Hostel


이 곳에 가려고  난생처음 해외에서 차를 렌트했다. 500km를 넘는 거리를 하루 만에 운전해서 도착한 곳. 첫 해외  자가운전 도전. 그것도 거의 8-10시간 하루 종일 운전해서 가는 길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창밖에 보이는 평화로운 아이슬란드의 풍광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눈도 시원하고 마음도 시원하게... 길을 잃고 헤매도 마냥 마음을 여유롭게 해주는 아이슬란드 풍광은 서쪽 스나이펠스네스 국립공원에 가까이  갈수록 더 아름다웠고 , 그 근처 작은 어촌마을에 목적지인 소셜 호스텔 The Freezer이 자리 잡고 있다.   

계획에 없던 The Freezer를 찾게 된 건, KEX 호스텔 복도에 붙어 있던 이 포스터 때문이었다. KEX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 5일이나 묵었더니, 공연장이 숙소라 매일 아침저녁으로 공연과 문화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이 소셜 호스텔의 포스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KEX의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 유명하지 않은 곳이다', '차가 없으면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 힘들다'고 했다.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 포스터... 차도 없고, 일정도 만만치 않고... 포기해야 하나? 그런데 레이캬비크를 떠나 북쪽의 미바튼 까지 여행하는 일주일간의 여행길에 이 포스터가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로 돌아가면 완전히 다른 문화의 직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해보자는 마음을 다지려 떠난 특별한 여행인데, 여기서 미련을 남겨야 하나? 아니다. 직장도 때려치웠는데, 그냥 지르는 거다. 후회는 남기지 말자." 그래서 결국 여행 마지막 일정에 비싼 비용으로 자동차를 렌트하고 하루 종일 운전을 해, 이 허름하지만 나에겐 더없이 매력적인 호스텔로 향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출이었지만, 지르고 보니 만족도는 몇 배 이상이었다.   



The Freezer는 작은 어촌마을 한편에 마치 가건물처럼 새빨간 단층짜리 건물로 저 멀리서도 눈길을 잡아끈다. 과거에는 생선 공장이었다가 아이슬란드의 연극배우가 다목적 공연장이자 아티스트 레지던스로 탈바꿈했다. 대학로에 위치한 극단 같은 공간이다. 시즌 정기공연이 있을 때면 두 시간 거리인 레이캬비크에서도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북적이고, 평소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무명 연기자들이 자신의 재능으로 머무는 게스트들과 요가나 퀴즈게임, 미니 콘서트 등을 하기도 한다. 도착한 첫날은 유명 코미디언이 출연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쇼. 입구에서 표를 받는 직원이 공연이 원맨쇼로 아이슬란드어로만 진행되는 데, 정말 볼 거냐고 물어봤다. 살짝 고민이 되긴 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도 경험이지 않을까? 아이슬란드 언어로 진행하는 코미디쇼를 내 평생 언제 보겠냐는 마음으로 그러겠다고 했더니, 그럼  무료입장을 시켜주겠다고. 덕분에 공연 내용을 하나도 이해하진 못했지만, 특별한 조명이나 의상, 무대장치도 없이, 핀 조명 하나만 가지고 무대에 올라 입담 하나로  2-3분마다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아이슬란드 코미디언의 재능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무대 위의 코미디언 보다도 그의 개그에 파안대소하고, 꺼억꺼억 소리를 내며 웃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느라 더 즐거웠다. 아마 공연장에서 모든 사람들이 시선이 무대를 향하고 있을 때, 나와 코미디언만이 유일하게 관객들을 향해 시선을 보내고 있었던  듯하다. 내게 이날 공연은 바로 아이슬란드 관객의 리액션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바라본 숙소의 모습은 좀 휑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텅 빈 공연장의 모습과 같다. 정말 가난한 연극극단의 모습이랄까? 힙스터들이 찾는 KEX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그런데 이곳의 매력은 무명 연기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있다. 전 세계에서 아이슬란드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 레지던스 기회를 갖고자 지원한 무명 예술가들 중 The Freezer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재능을 보유한 이들이 선정되어 이곳에 일정 기간 스태프로 머물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연극학교를 졸업하고 런던에서 연극배우 활동을 하다가 귀국한 아나는 이곳의 얼굴이다. 둘째 날 저녁 공연은 에너지와 재능이 넘치는 아나가 맡았다. 원래대로라면 공연장에서 공연을 해야 하지만, 오늘따라 숙소에 묵는 게스트가 나 밖에 없고, 무용가, 화가, 연극배우인 동료 아티스트를 제외하면, 찾아온 관객도 달랑 두 명. 연극배우인 아나는 주로 아이슬란드의 동화 속에 등장하는 노인 복장을 하고 아이슬란드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하는 연극 공연을 하는데, 최근 The Freezer 대표가 새로운 레퍼토리로 미니 콘서트를 추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요즘 한창 우쿨렐레를 연습 중이라며, 날도 좋은 데 야외로 나가면 어떻겠냐고 한다. 덕분에 우리는 신발도 벗고 와인, 커피 한잔씩 들고 바깥으로 향했다. 공연장 담벼락과 잔디밭에 편안한 자세로  기대앉아 아나가 아이슬란드어로 부르는 노래를 우쿨렐레 연주와 함께 들었다. 말 그대로 미니 미니 콘서트. 아나의 뒤편으로는 생선 공장이 보이고, 더 멀리는 산꼭대기에 눈이 다 녹지 않은 산봉우리가 보인다. 그리고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는 파아란 하늘이 자리 잡고 있는데, 가끔씩 바다새가 시끄럽게 울면서 우쿨렐레에 화음을 넣고는 쌩하니 날아가버린다. 아나의 미니 공연 마지막도 결국 바다새까지 합세해서 채 열명이 안 되는 관객들이 모두 일어서서 존 레넌의 Imagine 합창으로 평화롭게 마무리했다. 렌터카를 빌려 이 소셜 호스텔을 찾지 않았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평화로운 순간이다.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소셜 호스텔 정보


KEX Hostel: 수도 레이캬비크 시내에 위치. 숙소 앞이 바닷가라 전망이 좋다. 고정적으로 음악 공연이 있다. 뒷마당으로 연결된 야외 파티오는 낮이건 밤이건 여행자들과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숙소에서 요리와 빨래도 가능하다. 바에서 제공하는  아침저녁 식사와 음료도 훌륭하다. 여행자를 위한 관광 데스크도 있다. 레이캬비크 근교로 떠나는 관광버스, 공항버스의 정거장이 있어, 차 없이 아이슬란드에 짧게 머무는 여행자들을 위한 반나절, 2-3일 여행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기 좋다. 인기 있는 숙소로  미리미리 예약이 필수다.


The Freezer Hostel : 아이슬란드 서쪽 국립공원 근처에 위치. 아이슬란드 연극배우가 만든 인디 아티스트 레지던스 겸 다목적 공연장, 숙소다. 매주 연극, 코미디, 음악 공연 등 상주 아티스트와 초청 아티스트의 공연이 있다. 숙소는 아주 기본적인 배낭여행자 수준으로 이 층 침대의 베드이고, 이불 비용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아침식사는 제공하지 않고, 근처에 장을 보려면 옆 마을로 가야 한다. 도시 간 이동 버스 편이 잦지 않은 아이슬란드에서 대중교통으로는 찾아가기가 어렵다. 거주 아티스트의 공연은 본인이 만족한 만큼의 공연비용을 자율적으로 체크아웃하기 전에 아무 때나 공연장 리셉션 박스에 넣어두고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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