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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Feb 03. 2016

아이슬란드에선 맥주 마시며 야외온천욕을 하자

아이슬란드 즐기기 #2-블루 라군 VS 미바튼 네이처 바스

'얼음과 불의 나라'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에 가면 천년 빙하를 만날 수 있는 요쿨살롱만큼이나 화산의 지열로 뜨거워진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야외 온천장을 찾아가야 한다. 아이슬란드 남서쪽 레이캬비크에서 가까운 현대식 스파 블루 라군과  북동쪽 미바튼 호수에서 가깝고 자연 그대로의 멋이 살아 있는 미바튼 네이처 바스가 대표적이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참고로 두 곳 다 뜨끈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근 채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서 아이슬란드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 블루 라군

아이슬란드 여행의 마지막 코스다. 이른 아침부터 레이캬비크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온천에 도착해서 손발이 퉁퉁 불 정도로 즐기다 왔다. 이 주간 여행의 피로감이 쌓여 무거웠던 몸. 온천의 뜨끈뜨끈함이 온몸을 감싸자 몸과 마음이 녹아내린다. 외계 행성에 온 듯 화산암이 둘러싸인 야외 온천장의 실내는 또 초현대식이라 현실감이 없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더 뜨거운 물이 나오는 지점을 찾아 넓은 온천탕을 걸어 다니다 보면 발 밑에 울퉁불퉁 화산암이 느껴진다. 가끔씩 하얀 증기가 뿌~우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을 향해 올라가면, 온천장 곳곳이 증기에 뒤덮여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 홀로 증기 속 야외 온천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해서 독특한 즐거움을 가져온다.  여기저기 피부에 좋다는 실리카를 주걱으로 푹푹 퍼서 얼굴과 온몸에 발라 하얀 석고상으로 변신한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온천탕 안에 자리 잡은 바에서 맥주 한잔 주문하고 물속에 대충 앉아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절로 흐른다.



실리카 코너 주변에 자리 잡은 사람들 사이로 울긋불긋 꽃무늬 수영 모자를 눌러쓴 앳띤 소녀가 한 명 보인다. 흰색, 초록색 화장품을 예쁜 그릇에 담아 여행자들에게 발라 보라고 권하는데, 블루라군에서 파는 스파 제품을 홍보하는 중이다. 여행자들이 소녀의 권유대로 얼굴에 조금씩 화장품을 발라보면서 품평을 하는데, 머드제품이라 그런지 피부가 매끈매끈해지는 기분이다. 근처 마을에 살고 있는 학생인 소녀는 여름 방학 동안 블루라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겨울에는 해가 오후 일찍 빨리 지고 눈보라가 심하면 지붕 위까지 눈이 쌓여 학교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갇혀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엔 쉽게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부에서 사람들이 술에 취해 집에만 있는 걸 막기 위해 발효했던 금주령이 풀린지 2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그래서 아이슬란드 맥주는 지금도 도수가 낮다. 컴컴하고 무료한 겨울을 나기 위해 정부가 권장하는 활동이 바로 독서. 아이슬란드는 국민 독서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소녀는 여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고, 언젠가는 아이슬란드를 벗어나서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면서, 여행자들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덕분에 소녀를 중심으로 여행자들이 얼굴에 바른 실리카가 쩍쩍 갈라질 때까지 서로의 나라와 아이슬란드 경험에 대해서 열띤 대화를 나눴다.





#미바튼 네이처 바스

아이슬란드 북동쪽 미바튼 호수에서 가까운 온천장이다.  블루라군 다음으로 유명한데, 짧은 여행으로 아이슬란드를 찾는 여행객들은 레이캬비크를 중심으로 근교 여행을 하기 때문에 네이처 바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덕분에 자연경관이 사람의 손을 덜 타고 풍광은 더 멋지다. 블루 라군이 럭셔리를 표방하는 현대적인 시설이라면 네이처 바스는 아직 개발이  덜된 시골스러운 시설이다. 그래도 맥주는 마실 수 있다. 대신 바가 탕 안에 없고, 추운데 덜덜 떨면서 수영복을 입고 레스토랑 입구에서 맥주를  사 오는 수고를 하면 탕 안에서 마실 수 있다. 블루 라군과 다른 점은 또 있다. 뜨끈 뜨근한 온천탕 옆에 목까지 오는 높이의 화산암벽으로 갈라 놓은 탕이 하나 더 있는데, 차가운 수영장이다. 여름이라고 해도 서늘한 아이슬란드라 온천욕을 하다가 잠시 바깥에 나가도 으슬으슬 추워서 다시 종종걸음으로 탕 안으로 들어가는데, 굳이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되진 않지만... 그래도 즐겁게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청소년들. 역시 젊음이 좋다.    


네이처 바스의 장점 중 하나는 스팀 사우나가 있다는 점이다. 수영복을 입고 스팀 사우나로 들어가면 증기가 가득하다. 나무 바닥의 갈라진 틈 사이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증기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사우나 시설을 지었다. 모래시계를 갖다 놓고 한참 앉아 있으면 입을 열고 말을 하기 버거울 정도의 열기가 다시 용기를 내서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온천욕장으로 향할 수 있게 해준다.  


단점은 마땅한 대중교통편이 없다는 점이다. 덕분에 온천욕을 즐기고 나서 숙소가 있는 있는 마을까지 가기 위해서는 혼자 걷거나 히치하이킹을 해야 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 주차장에서 착해 보이는 2-3명의 일행이 보이면 다가가서 목적지와 혹시 태워줄 수 있는지를 물어봐야 했는데, 처음에는 말이 떨어지지 않아 주저주저 하다가 용기를 내 도전. 2-3번의 시도가 불발로 돌아가 따끈한 온천으로 좋아졌던 기분이 급강하 했는데, 네번째 시도만에 스페인에서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온 가족이 도와줬다. 20대 여대생 두딸과 부모님은 동양에서 온 여행객을 위해 몸을 겹쳐서 뒷좌석에 어렵사리 자리를 만들고, 마을로 가는 짧은 거리에도 여러번 차를 세우면서 함께 풍광도 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여행길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덕분에 히치하이킹으로 불안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따뜻함을 마음에 채워서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나에겐 미바튼의 네이처 바스가 더 자연적이고 즐거웠던 경험으로 남아있다.   



블루 라군 Blue Lagoon: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 블루 라군을 왕복하는 버스 노선이 많다. 공항에서도 가까워서 아이슬란드 여행의 마지막 날 코스로 적당하다. 숙소도 있어 여유가 된다면 블루 라군 호텔에 머물고, 호텔 게스트만이 출입할 수 있는 프라이빗 온천욕을 즐길 수도 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필수코스라 항상 북적거린다.


미바튼 네이처 바스 Myvatn Nature Baths: 아이슬란드 북부 미바튼 호수 근처에 위치한 야외 스파. 블루 라군에 비해서 더 자연친화적이다. 걸어서 가려면 인근 Reykjahlid 마을로부터  4km를 행군해야 한다. 자동차가 없으면 찾아가기 불편하다. 국립전력회사가 지하 2500m를 뚫고 온천수를 끌어와 인공적으로 만든 야외 스파다. 풍광도 인공적인 손길을 많이 배제해 자연친화적이고 블루라군에 비해 호젓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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