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스두어 Feb 15. 2016

[트래블in아이슬란드]외계행성에 불시착한 파일롯이 되자

아이슬란드 즐기기 #4-얼음과 불의 나라, 링로드를 벗어나 탐험을 하자

외계에 불시착한 파일롯. 보호 마스크를 벗으면 숨을 쉴 수 있나?
생명체가 어디 있지? 탈출구는?



시작은 레이캬비크 사진 박물관 이 주최한 전시전에서 본 사진이었다. 시립도서관 복도에 폴란드 사진작가 도미닉 스말로우스키 Dominik Smalowski 'The Pilot's Melancholy'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작가의 눈에 비친 아이슬란드는 외계행성. 작가는 여기에 불시착해 절망에 빠진 파일롯. 아이슬란드의 비현실적인 풍광을 그렇게 느낀 작가는 직접 우주복을 입고 아이슬란드를 헤매면서 이 행성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떠난다. 그러나 아무리 걸어도 생명체라고는 두 마리 말을 만난 것이 전부. 문명은 보이지 않고 기괴한 자연 풍광만이 압도적으로 다가올 뿐. 파일롯은 절대 고독에 휩싸이고 시커멓고 갈가진 주상절리처럼 마음이 찢겨저나가는 듯한 절망감 속에 어머니의 자궁 속 아이처럼 온몽을 웅크리고 딱딱한 땅에 누워버린다. 사진전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폭포 절벽 위에 우주복과 신발만 가지런히 놓인 사진이 있어,  과연 파일롯은 그토록 원했던 탈출구를 찾아내 가족이 있는 다른 행성으로 돌아갔는지 아니면 이 행성의 폭포에 몸을 던져 마지막을 맞이한 건지 궁금증을 남기게 된다.




아이슬란드 여행 사진을 정리하면서 폴란드 사진작가가 아닌 내가 외계행성에 불시착한 파일롯 느낌으로 바라본 아이슬란드 여행의 장면들을 모아봤다.

 

#1- 아이슬란드의 축소판 - 서부 아이슬란드 West Iceland

 

 아이슬란드는 현실감이 없다. 제주도 일주도로와 같은 아이슬란드를 일주하는 링로드 1번을 벗어나 아이슬란드 서부- 스나이펠스네스 반도 Snaefellsnes-로 여행을 떠났다. 이곳은 아이슬란드의 미니어처이자 불리는 지역이다. 화산이 빚은 거칠고 황량한 대지를 만날 수 있다. 척박한 환경에 산록이 우거지지 못하고, 검은 화산재와 용암으로 만들어진 라바지대 위로 이끼처럼 초록의 낮은 잡초들이 자라나면서, 끊임없이 검정과 초록으로 가득한 길을 만들어낸다. 거친 황야가 있는 사막과 만년설이 녹아 끊임없이 청량한 생명수를 대지로 내려보내는 계곡도 만날 수 있다. 처음 해외에서 차를 렌트해, 링로드에서 벗어나 60번, 54번, 다시 56번, 574번 국도를 넘나들면서 즐긴 혼자만의 드라이빙. 길을 잃어 이름도 모르는 비포장도로를 한 시간을 넘게 운전하면서 단 한대의 차도 단  한 명의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평생 처음 본 것 같은 탁트 인 시야와 낯선 광경.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나는 자유를 맛봤다. 백미러로 뒤를 돌아봐도 절벽을 지나 건너편을 봐도 차 한 대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몇 번을 더 그렇게 나 이외의 다른 존재를 찾으려 애쓰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놔버리고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자동차를 달리다 만나는 풍광이 마음에 들면 차를 세웠다. 그저 말없이 자연경관을 바라보다 걸어보고, 하늘을 쳐다보고 사진도 찍어본다. 차문을 열고 크게 음악도 틀어본다. 

드넓은 자연과 나, 단 둘만이 맞닥뜨려 대화한 비현실적인 시간.


#2- Land of Ice: 만년빙하 요쿨살론

빙하를 내 눈으로 바라보고 빙산 조각을 손으로 만져 입에 넣어 맛본 건 아이슬란드 요쿨살론 Jokulsarlon에서 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남부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빙하 라군. 빙하가 수천 년 동안 녹으면서 흘러내리다 바닷물과 만나 만들어진 거대한 자연의 작품이다. 우선 압도적인 그 스케일에 놀라게 된다. 검은 모래가 쌓여 구릉을 이른 언덕 위를 걸어서 이 장관을 바라보면 인간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장엄한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경이로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보트를 타고 빙하 라군 위로 표류해본다. 빙산 조각들이 바닷물결에 밀려 몸을 뒤집을 때면 거대한 물보라가 인다. 오랫동안 물속에 가려졌던 속살을 드러낸 빙하는 몸에 그린 시커먼 줄기를 보여준다. 햇살을 받으면서 시리도록 맑은 파아란 살도 보여준다. 얼마나 물 위로 몸채를 드러내 햇살을 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색상이다.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이렇게 몸을 뒤집으면서 햇살을 받아 그 거대한 빙산이 녹아내리고 있다. 라군 위로 흘러가던 유빙 조각 하나를 짚어서 조각을 내어 손에 올려봈다. 차가움이 일순간에 정수리를 타고 올라온다. 

 

입안에 깨끗하고 투명한 빙산 한 조각을 털어 넣는 순간,  
나는 천만년의 시간을 품었다. 


#3- Land of Fire: 화산 폭발이 빚은 작품들

 불의 나라 아이슬란드에는 아직도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수천, 수만 년 동안 이루어진 화산활동은 아이슬란드 곳곳에 기괴한 화산 작품들을 만들어놓아, 이곳은 기괴한 외계행성처럼 느끼게 하는 데 일조한다. 해안가에 자리 잡은 기둥모양의 주상절리와 피요르드는 내가 북유럽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주상절리는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다 식으면서 생긴 균열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뜨거운 물에서 나는 연기가 가득 찬 작은 온천동굴 그리오타이아우 Grjotagja은 여전히 이 땅 밑에서는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적당한 온도 때문에 겨울이면 온천욕을 즐기기도 했다는 이 온천동굴을 최근 잦아진 화산활동으로 물의 온도가 올라가 온천욕을 하기 힘들다.  


#4- 폭포- 물보라와 무지개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자태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를 벗어나 링로드를 따라 여행을 하다 보면 다양한 물줄기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폭포를 자주 보게 된다. 폭포라고는 제주도의 천지연 폭포 정도를 봤던 나로서는 큰 물줄기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지상으로 내리꽃히면서 만들어내는 물보라에 압도되었다. 


 레이캬비크에서 가까운 셀랴란드스포스Seljalandsfoss는 폭포의 뒤태를 볼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65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보라를 맞으면서 천천히 폭포로 다가가면 폭포 뒤편 절벽을 따라 뒤편 동굴로 들어갈 수 있다. 컴컴한 동굴 안에서 폭포의 물줄기를 바라보면 여지없이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무지개가 피어오른다. 시야는 물보라로 인해서 뿌옇긴 하지만 그 덕에 폭포 근처의 초록이 더 싱그럽고 하늘은 더 파랗다. 그리고 귀를 멍멍하게 만드는 소리와 물보라를 흠뻑 뒤 짚어 쓴 덕분에 정신이 나가면서 동시에 번쩍 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동유럽에서 온 우아한 부부와 미국의 젊은 기업인과 함께 팀을 이루어 찾아간 데티포스Dettifoss는 폭포를 접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시커먼 현무암 돌탑들이 쌓여 있는 길을 뚫고 지나가야 만날 수 있었다. 인류를 탄생시킨 태고의 지구를 담은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오프닝 신을 담은 촬영지이기도 하다. 높이 45m, 폭 100m에 달하는 엄청나게 넓은 강이 빠른 속도를 내면서 흘러가 수직으로 절벽으로 떨어져 만들어내는 장관은 웅잠함 마저 느끼게 해줬고, 왜 이 폭포가 유럽에서 가장 힘 있는 폭포인지를 알 수 있게 했다.


 만약 파일롯이 정말 마지막 순간에 우주복을 벗고 뛰어내렸다면,
그 폭포는 데티포스였으리라. 


#5- 생명체- 외로움을 달래 주다

 아이슬란드 탐험 중에 만난 인간 외의 생명체다. 아이슬란드 북부에 자리한 미바튼 호수 Lake Myvatn. 이곳은 화산 활동을 만들어진 호수인데, 근처에 습지와 더불어 화산 분화구와 간헐천, 온천까지 색다른 풍광을 접할 수 있다. 그래서 드라마 '왕자의 게임'이 이곳에서 촬영했다. 미바튼 호숫가에 위치한 호텔에 투숙하고 아침에 일어나 캐리어를 끌고 나가면서 만난 아이슬란드의 말들은 참 순했다. 캐리어가 울퉁불퉁한 돌에 부딪쳐 덜그럭 소리를 내자, 그다지 크지 않은 키에 거친 갈기가 눈을 다 덮을 지경인 말들이 녹지에서 귀를 쫑긋하고 큰 눈을 껌뻑이면서 다가온다. 사람을 향한 경계심이 없이 코앞까지 다가와서 콧잔등을 만지는데도 가만히 있는 말들을 바라고보 있으려니, 아마 척박한 아이슬란드에선 예전부터  띄엄띄엄 떨어진 동네의 집들을 찾아가기 위해서 타던 이 말들이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스나이펠스네스반도로 향하는 국도를 지나다 보면 반가웠던 건 두세 마리씩 눈에 띈 양이다. 털갈이를 해야 할 듯 복슬복슬한 털로 몸을 부풀린 양들은 차량이 지나갈 때면 코를 박았던 풀에서 고개를 빼꼼히 들고는 눈을 마주치고 딱 2-3미터만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옮긴다. 서두르지도 않는다. 그게 안전지대고 우리가 서로에게 허용된 거리인가 보다. 그다지 경계하진 않지만 하지만 굳이 접촉하고자 하지 않는다. 


 아이슬란드에서 유일하게 공격적인 건 바로 퍼핀과 흰꼬리수리다. 스나이펠스요쿨 국립공원 방문자센터가 있는 마을 헤를나르Hellnar는 뛰어난 절경을 가진 해안절벽이 있는 자연보호구역이다. 해안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이 되어 있어, 바다로 해가 지는 풍광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이곳은 새들의 집단거주지 이기도 하다. 주상절리로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해안절벽에 새들이 둥지를 틀고 무리를 지어 하늘을 향해 비상하다 사람들이 보이면 마치 둥지의 아기새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처럼 위협적으로 내려와 사람 바로 위를 스쳐 올라갔다 되돌아온다. 새가 작고 예쁘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아이슬란드의 땅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자세다. 절벽 위 산책로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새들의 공격에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머리를 감싸 안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작고 연약한 새들을 그렇게 떼 지어 다니면서 자신들의 힘을 키워가나 보다.  


 생명체를 보기 힘든 링로드 너머에서 만난 동물들은 외계행성에 불시착한 파일롯이 느껴봤을 고독감과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아이슬란드 관광청: 아이슬란드 관광을 떠나기 전 필수로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여행루트와 여행상품을 검색해보자. 특히 차를 렌트하지 않을 경우에는 여행상품과 관광버스 스케쥴을 잘 짜야 한다.


아이슬란드 영화 촬영지: 아이슬란드는 외계행성과 같은 풍광때문에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이다. 여행에 앞서 영화를 보고 길을 떠나면 여행이 더 재미있다. 대표적인 영화는 [인터스텔라], [프로메테우스], [왕좌의 게임],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등이 있다. 현지 대형 관광여행사에서는  영화촬영장소를 따라가는 여행상품을 가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슬란드에선 맥주 마시며 야외온천욕을 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