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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Feb 13. 2016

[트래블in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도보여행

아이슬란드 즐기기 #3-레이캬비크 시내로 흥겨운 소풍을 떠나라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 문화의 중심지다. 6월에 찾은 레이캬비크는 해가 지지 않아 긴 하루를 선사했고, 여행자와 현지인들은 이 축복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하루하루를 볕이 좋은 날 피크닉을 떠나듯이 공원이나 길거리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맥주 한잔씩 하면서 길거리 음악공연과 전시를 즐기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는 가두 시장이 마련되어 바비큐를 굽고, 핫도그를 만들면서 풍기는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가득하다. 때로는 불 조절을 못해서 새까맣게 타 버린 햄버거 패티가 만들어내는 자욱한 연기에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면서도 사람들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피크닉이니까 모든 게 다 용서된다. 그저 가슴 설레고 즐거울 뿐이다.  

 주말 특히 시청 근처 공원에 밀집된 바들은 하루 종일 음악공연으로 흥겨운 거리를 만들어내는 주인공들이다. 레이캬비크 주민들 대부분이 오늘을 다 여기로 나온 것 같다. 노천카페에서 콜라에 햄버거 하나씩 받아서 옆 잔디밭에 철퍼덕 앉거나 드러눕고 음악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냥 즐겁다. 가끔 짓궂은 복장을 한 연기자들이 흥을 돋우는데, 오늘은 흑인처럼 얼굴을 까맣게 분칠하고 입술을 큼지막하고 두툼하게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가슴과 엉덩이에 패딩을 넣어서 과장되게 풍만한 복장을 한 연기자가 객석을 돌면서 함께 춤을 추고 사진을 찍고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다. 그 시각 시내에 위치한 소셜 호스텔 Loft Hostel에서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물가가 턱없이 비싼 아이슬란드에 와서 쇼핑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벼룩시장에서 이것저것 마음껏 입어보고 블루종을 한벌 1만 원에 득템 했다. 아이슬란드 물가로는 말도 안 되는 금액, 서울에서도 살 수 없는 금액에 아이슬란드에 여행 와서 처음이자 마지막 쇼핑을 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다시 피크닉 장소를 옮겨본다.

Just Married!

 시청 앞을 지나다 교회 앞에 아름다운 꽃장식을 한 차가 한대 보인다. 웨딩카다. 잠시 후 예식이 끝나고 하객들이 교회 문을 열고 나온다. 젊은 부부의 인생의 중요한 출발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인 자리에 한껏 멋을 내고 참석한 하객들이 서로 사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화사하게  차려입은 여자아이 둘은 화동인  듯하다. 웨딩플래너가 곧 신랑 신부가 나온다고 말하자, 사람들이 교회 앞 계단 양옆으로 늘어서기 시작한다. 이곳에서도 사진사가 큰 목소리로 이렇게 서라, 저렇게 서라 지시를 내리는 건 똑같다. 드디어 신랑 신부 등장. 모두 환호성으로 맞이하고 공중에 쌀을 뿌리고 키스타임. 더 없이 행복해 보인다. 이제 단체사진 촬영이 남았다. 교회 앞에 모두 나란히 서자, 공식  사진사뿐 아니라 교회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광객들도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이 커플은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의 축복도 함께 받았다. 결혼을 하기에 완벽한 날씨다.


결혼식이 끝난 교회 근처 작은 광장에는 브라질 삼바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칼라풀한 복장의 삼바밴드는 마치 결혼식 피로연에 온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온동네 사람들이 풍선과 빨주노초파남보 색종이로 장식된 간이부스에서 음식과 와인, 맥주를 들고 밴드가 만들어내는 흥겨움에 취해버린다. 북적북적 이는 사람들. 북적거림을 하나의 악기 소리로 흡수해버리는 리드 퍼커션의 호루라기와 드럼 소리, 폐가 터져라 힘껏 불어 제치는 트럼펫과 색소폰 연주자들... 어깨가 들썩거리는 흥겨운 피크닠에는 역시 빅밴드가 정답이다.

나는 빨래하러 카페 간다. 쿨하지?


재미있는 콘셉트 카페다. The Laundromat Cafe. 일층은 평범한 북카페. 그런데 지하로 내려가면 빨래방이 있다. 아이들을 가진 가족들이 이 카페 지하에서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그 옆은 키즈카페처럼 애들 간식도 먹이면서 시간을 보낸다. 젊은이들도 빨래가 되는 동안,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책을 읽는다. 코인 빨래방의 외롭고 무료해 보이는 시간을 이렇게 공간 디자인을 통해서 멋지게 탈바꿈했다. 빨래하러 온 사람들인데, 왠지 쿨 해 보인다.  


전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국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시립도서관은 책이  많다기보다, 도서관이 시민들의 놀이터이자 쉼터라는 인상이다. 작가와의 대화, 어린이들 위한 이야기극장, 성인을 위한 사진 전시전, 매층마다 콘셉트 공간들이 아기자기하다. 여행객들에게도 개방되니 도서관에서 한국 책을 찾아보거나 (있다!), 전시작품을 관람하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레이캬비크 메인 거리에 자리 잡은 소담한 아티스트 부띠크. 닥종이 비슷한 종이를 붙여서 인물을 표현하는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다. 색감이 따뜻하고 통실통실하고, 때로는 초현실적인 작품들이 있는데, 어느 작품이건 사람이 등장한다. 그런데 작품 속 인물들이 참 닮았다. 마침 샵에 있는 주인이 아티스트 본인이라 이야기를 나눴더니, 주로 모델은 본인과 여동생이고, 때때로 가족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자매는 둘 다 예술가. 같이 공동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자기들이 만들어가는 작품 세상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 가족과 함께 하는 따뜻한 감성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그림 작품 외에도 털실로 만든 포근한 의상도 만들어 팔고 있어, 여성 여행자라면 한 번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여행을 떠나면 꼭 하는 것 중 하나. 헌책방이나 서점에 들러 현지인이 쓴 에세이를 사서 여행 다니는 동안에 읽는 것이다. 그 나라의 풍습이나 문화를 이해하면서 여행이 더 재미있어진다. 그래서 찾은 항구 근처 벼룩시장.  벼룩시장에서는 헌 옷과  헌책뿐만 아니라 생선과 육류 등 식료품도 다 함께 팔고 있었다. 그냥 우리 동네 전통시장 같은 느낌이다. 헌책방이 여러 곳인데, 나름 이곳에서 터줏대감이라는 주인을 만났다. 좁은 공간에서도 책을 분야별로 분류하고 코멘트도 적어서 전시하고, 책방을 찾는 손님들의 취향에 맞춰 책을 추천해준다. 여행자인 나에게는 아이슬란드는 추리소설이 인기라며, 몇 년 전 베스트셀러로 수십 년 전 레이캬비크 도시개발 당시 처음으로 짓게 된 현대식 쇼핑몰의 건축에 얽힌 살인사건에 대한 책을 권했다. 레이캬비크 여행 내내 가방에 이 책을 넣고, 짬짬이 카페에서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현지인인 듯, 현재 거리를 걷고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책 속의 쇼핑몰이 건립되는 거리를 찾아가는 과거 속을 여행을 떠나는 나름 재미난 경험을 했다.     


 할그림스키르캬 교회는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다. 이 교회를 기준점으로 시내 여행을 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 건축가 구드욘 사무엘손이 아이슬란드의 주상절리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한 교회다. 구드욘 사무엘손은 아이슬란드 제2의 도시 아큐레리의 아퀴레이라르키르캬 교회도 같은 콘셉트로 건축해서, 이 두개의 교회가 형제같이 닮은 점이 많다. 큰형 격인 레이캬비크 교회가 더 크고 웅장한 반면, 아큐레리 교회는 소담하지만, 둘 다 내부 공간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레이캬비크 현지인들의 신앙의 장소인 이 교회는 또 문화의 장소이기도 하다. 매주  예배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정기 음악공연이 진행된다. 특히 교회 내에 5275개의 파이프를 장착한 파이프오르간이 있어, 오르간 연주가 있는 날에는 꼭 들려야 한다. 내가 찾은 날에는 오르간 연주 리허설이 있어 조용한 부위기 속의 교회 기도 의자에 앉아서 평온한 마음으로 경건하게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오후에는 예배시간이 지나고 동네 성가대가 남아 신도가 아닌 일반인들을 위한 합창을 하는 데, 희끗희끗한 머리의 중장년 아이슬란드인들이 행복감이 충만한 얼굴로 부르는 노랫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졌다. 여행의 또 다른 즐거운 경험 중 하나가 현지 종교생활을 엿보면서 동시에 여행길에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점이지 않을까?


 제주도에서 본 주상절리가 아이슬란드에서도 많이 보인다. 이 외관은 특히 마을 아이들과 주민들의 단골 그림 대상이다. 교회에는 주민들이 자신만의 시각으로 그린 교회의 드로잉이 전시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손바닥만 한 노트를 꺼내서 줄을 죽죽 그으면서 나만의 할그림스키르캬를 그려본다. 교회에 엘리베이터가 있어 이용료를 내고 꼭대기에 올라 시내를 관망할 수 도 있고, 교회 정문 앞에는 탐험가 레이퓌르 에이릭손의 동상이 있다.  교회를 둘러싸고는 아기자기만 쉼터와 카페들이 있어, 야외 데크 의자에 앉아 교회를 바라보고 드로잉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교회 정문에서 언덕 아래로 큰 길이 나 있다. 여기를 내려오다 보면 각종 샵과 길거리 전시전을 볼 수 있다. 전래동화 속 거인 트롤의 이야기가 아직도 아이들을 무섭게 하는 아이슬란드다. 내가 찾은 날에는 동네 아이들이 꼬마손으로 그린 트롤과 민화 속 주인공들이 나름의 총천연색으로 길거리에 즐거움을 안겨다 주고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상상력이 뛰어나고 색을 선택하는 데 거침이 없는지, 크기도 제멋대로 비율도 제멋대로 선도 삐뚤삐뚤한 그림들을 보면서 언덕을 내려가다 보니, 조카들 생각도 나고 입가에 절로 핏 하고 실 웃음이 나온다. 언덕을 끝까지 내려가니 레이캬비크 최대의 쇼핑거리 뢰이가베구르 거리와 만난다. 이곳 상점 앞에서 거대한 부부 인형을 만났다. 그 앞을 지나가던 꼬마 어린아이 한 명... 엄마 손을 잡고 머뭇머뭇하다가 용기를 끄집어내서 할머니 인형 입술에 손가락 한번 대보더니 저리 도망가버린다.  무서워하는 걸 보니 아직 아기인 듯. 저 때가 좋았는데...

 이효리와 이상순이 신혼여행 중 들렸다는 레코드 가게.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가는 길에  위치해했다. 레이캬비크 시내를 걷다가 지치면 들어가기 딱 좋다. 책과 음악을 즐기는 아이슬란드인들 덕분에 여름에는 음악축제가 자주 열린다. 음악적 취향도 다채롭다. 이름도 생소한 아이슬란드 뮤지션들의 음악을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주말에는 가끔 인디뮤지션의 공연도 샵에서 즐길 수 있다. 일층 카운터 옆에 자그마한 방과 계단을 내려가면 발견할 수 있는 지하방에도 편안한 소파와 마음에 드는 샘플 CD를 꺼내서 들을 수 있는 CD플레이어와 이어폰이 준비되어 있다. 날씨가 좀 우중충한 날에는 여기 지하방에서 하염없이 음악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CD 고르는 걸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마음껏 음악도 듣고 옆 탁자에 놓인 책을 뒤적이다 보면 이 공간에서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가버린다. 시내 도보여행에 지친 다리와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순간 찾아가 가면 좋다.   


레이캬비크 관광청 :  아이슬란드의 수도다. 3-5일 짧게 머물 경우 레이캬비크를 베이스캠프로 하고 버스투어를 통해 근처 관광지를 여행한다. 관광청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상품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벤트 일정을 미리 체크해놓자.

더 론드로마 카페 The Laundromat Cafe:  빨래하면서 인터넷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을 수 있는 빨래방에 소셜 활동을 접목하려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코펜하겐에서 2004년 처음 문을 열고, 점차 확장되어 2011년에 레이캬비크 점이 물을 열었다.  

할그림스키르캬 Hallgrimskirkja :  아이슬란드 최대 교회. 1945년 건축 시작해서 1986년 완공됐다. 73미터 높이의 타워에 오르면 레이캬비크 전광이 다 보인다.

12 토나르  12 Tonar:   레코드 샵이자 인디 음악을 직접 제작 유통하는 라벨이다. 무료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쇼파에 앉아 샘플  CD를 듣거나 음악 관련 잡지를 읽을 수 있다. 여름에는 주로 금요일에 샵에서 콘서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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