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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Mar 08. 2017

샌프란시스코에서 커뮤니티 벽화 그리기 도전

미션지역에서 벽화 화가가 되어보다


우범지구인 샌프란시스코 미션지역에서 관광객들이 골목을 안심하고 걸어다니게 된 건 벽화 프로젝트의 힘이 크다. 라틴계 이주민 특히, 멕시코 사람들이 주로 사는 동네. 예술가들이 도시재생 차원에서 힘을 합쳐 주민들의 동의를 일일이 얻어, 골목길 가정집, 주차장 담벼락에 이주민의 힘든 현실생활과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 하나. 벽화 왼쪽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앞에 엄마가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오른쪽에는 작은 하트가 그려진 멕시코 산골마을에서 해맑은 표정의 사내아이가 당장이라도 엄마품으로 날아갈 듯 서 있다. 모자를 가로막는 건 철장벽과 해골. 부조리한 이민 시스템의 상징물이다.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예술가의 시선과 목소리를 내는 벽화들의 스토리를 찾으며 걷다보면 미션지역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작품을 그려낸다는 건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서 ‘에어비앤비 트립'을 통해 미션지역 벽화 워크샵을 체험했다. 싱가포르, 한국, 인도, 남미,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10여명의 여행자들은 벽화화가와 함께 벽화 골목들을 둘러 본 후, Precita Eye Muralist의 작업실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이제부터 커뮤니티 벽화를 직접 그려보는 시간이다.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라고 주제를 잡자 모두 난감한 표정이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여행자들이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풀어서 벽화를 만들지?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내 모두 하나씩 키워드를 적고 내가 바라는 긍정적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인종과 성별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 디지털이 오히려 현실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물론 토론 끝에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아즈텍문명의 스토리도 넣고 싶다, 미래에 로켓을 타고 화성으로 지구인들이 이주해 지구적 삶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스토리까지 나와서 웃음이 터져나왔지만...커뮤니티 벽화는 이런 아이디어까지 모두 포함해 참가자들의 동의를 구해 그려내는 작업이라 신선했다.

두번째 난관은 어떻게 이 스토리를 비주얼화 할까 였는데, 각자 키비주얼을 하나씩 그린 후 합쳐 벽면 대형 캔버스에 밑그림을 그렸다. 모두 신이 나서 옷에 물감이 묻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페인트 칠을 시작했다.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붓질을 하다 페인트가 흘러내려 웃고, 파레트에 색을 섞고 더러워진 붓을 씻어오고...마치 미대생 공동작업실에 온 듯 온전히 우리가 만든 스토리가 담긴 세상에 색을 입혀가는 과정을 즐겼다. 처음엔 막막하게 보였던 벽면의 하얀 캔버스에 4시간만에 10명이 꿈꾸는 칼라풀한 세상이 담겨져 탄생했을 때, 우리 모두 뿌듯함을 느끼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 경험 덕분에 다음날 혼자 미션지역 벽화를 찾아 동네골목을 누비는 여행을 했다. 일상에 돌아온 지금. 카페에 앉아 여행사진을 보며 수첩에 스케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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