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라주] 신트라
신트라는 조카가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여행일정에 추가됐다.
보존이 잘 된 무어성과 페나궁전이 있는 신트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다. 무엇보다 건축학적으로 뛰어난 미를 갖춘 헤길레이라 별장이 있다. 건축을 좋아하는 조카의 픽인 만큼, 숙소도 하얀색 돔이 인상적인 신트라궁전 앞 숙소를 예약했다.
관광지를 연결하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영국 시인 바이런은 신트라를 ‘찬란한 에덴’에 비유하며 그 아름다움을 칭송했다. 산꼭대기에 위치한 페나궁전은 페르난도 2세가 방치된 수도원과 숲을 매입해서 재건해 여름 궁전으로 사용했다. 궁전 주변 숲을 페나공원으로 만든 산책하기 좋은 아름다운 궁전이다. 뾰족한 첨탑과 둥그런 돔, 시계탑과 발코니까지… 아기자기한 구조물을 노랗고 빨간 원색으로 예쁘게 단장된 궁전은 만화 속에 등장하는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났는데, 역시나 디즈니랜드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사는 성의 모델이 바로 페나궁전이다.
아랍어로 ‘달의 산’이라는 뜻의 신트라는 과거 왕족과 귀족들의 여름 휴양지로 유명했다. 브라질 무역으로 대무역상인이 된 카르뱔료 가문의 여름별장이 바로 조카가 가장 가보고 싶은 헤길레이라. 그 시대의 혁신적인 이탈리아 건축가 루이지 마니니가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허락한 건축주를 만났으니, 이 천재 건축가는 수대에 기록될만한 걸작을 만들었다. 별장의 건축도 훌륭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바로 정원에 숨겨진 신비로운 우물이다. 정원에 숨겨진 입구를 찾아 들어가면 가파른 나선형 계단을 돌아 깊숙한 우물의 바닥까지 내려간다. 우물 아래에서 위로 고개를 치켜올려다보면 동그란 하늘이 장관이다. 이 동그랗게 뚫린 중앙 긴 공간을 통해 지상의 빛과 공기가 우물 바닥까지 내려온다. 우물 바닥은 연못으로 가는 동굴로 연결되고, 연못을 통해 다시 언덕 아래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되는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조카의 강력한 주장으로 포르투에서 하룻밤을 빼서 신트라에서 일박을 했는데, 확실히 신트라의 주요 관광지를 돌기엔 반나절은 모자랐다. 조카의 선택이 옳았다.
이번 유럽의 겨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류비-전기료 증가와 이상기후변화로 추위까지 겹쳐서 난방이 안 되는 숙소가 많았다. 짐을 줄이기 위해 여행 중간 빨래방을 이용했다. 신트라 숙소에 공용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모든 옷을 세탁했는데, 포르투갈어 사용법을 잘 몰라서 그랬는지 건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난방도 잘 안 되는 방 안에서 말렸다. 빨래한다고 얇게 옷을 입고 길거리를 몇 차례 왕복하고 추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더니, 이번엔 이모가 단단히 감기에 걸려 신트라 숙소에서 밤새 끙끙 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