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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Aug 04. 2024

리스본, 28번 트램

[꼴라주] 리스본 트램


‘언덕의 도시’ 리스본의 구시가지에 잡은 숙소 근처에 유명한 28번 트램 정거장이 있다.

 

리스본에는 6개 노선의 트램이 운영된다. 그중 28번 트램이 핵심이다. 100년이 넘는 트램은 바이후 알투, 바이샤, 알파마 지구 총 35개 정류장을 거치는데, 리스본의 주요 관광지를 모두 경유한다. 리스본 시내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3일짜리 리스보아 카드를 사서 요금 걱정 없이 마음껏 트램을 탔다. 리스본의 좁은 골목길 건물 사이로 트램이 부딪혀 파손되진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곡예를 하듯 삐거덕 소리를 내며 골목골목을 운행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조심하라고 가끔 크랙션도 울린다.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리스본의 명물인 나무로 만든 노란색 28번 트램을 타고 종착지까지 시내 관광을 했다. 그런데 이게 실수였다. 종점인 마르팅모니즈 정류장 앞에서 다시 돌아오는 좌석이 빈 트램을 타기까지 2시간이 넘게 트램을 기다려야만 했다. 리스본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노선을 잡았기 때문이다. 치트키로 12번 트램을 타도 좋다. 28번 트램 노선 중 관광객들이 제일 선호하는 알파마 지역 12개 정류장만 순환하는 알짜배기 노선이다.


트램을 타고 구도시를 구경하다 보면 알록달록한 아줄레주 타일이 눈길을 끈다. 타일 위에 컬러풀한 유약으로 다양한 문양을 그려 넣은 아줄레주. 특히 리스본 알파마 지구의 집들은 외벽을 아줄레주 타일로 장식한 경우가 많아 도시가 더 아기자기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28번 트램이 전형적인 리스본의 구시가지 언덕 루트라면, 15번 트램은 테주강변을 따라 벨렝지역까지 모던한 리스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노선에선 식사를 하기 좋은 관광지가 있다. 복합문화공간 엘엑스 팩토리(LX Factor)는 12세기 방직공장지대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이모의 취향이다. 예술가의 작업실과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서점, 콘서트 홀, 호스텔 등 다양한 공간이 몰려 있어서, 천천히 둘러보며 브런치도 즐기며 느긋하게 오후를 보내기 좋다.


예술건축기술박물관 (MAAT: Museum of Art, Architecture and Technology)는 조카의 취향이다. 유명 건축가 아만다 레벳이 설계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건물이다. 트램으로 상징되는 레트로 감성의 구시가지와는 다른 리스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저가항공을 타지만 식사 비용만큼은 아끼지 않는 여행스타일이라, 갑자기 내리는 비도 피할 겸 테주강을 바라보는 멋진 뷰를 자랑하는 MAAT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가장 창의적인 건물의 레스토랑에서 창밖을 보니, 테주강을 가로지르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와 리우 데 자이네루의 예수 그리스도상을 카피한 건축물이 보여서 아이러니했다.


이모와 조카 취향을 모두 만족한 15번 트램의 마지막 종착역은 타임아웃 잡지가 선정한 엄선된 식당만 큐레이션 해서 입점시킨 푸드코트 [Time Out Market]이다. 이곳의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소화시킬 겸 캄캄한 리스본의 밤 가로등불로 은은히 밝힌 가파른 언덕을 천천히 올라 숙소에 도착하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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