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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Aug 11. 2024

포르투- 와이너리 투어

[꼴라주] 와이너리 투어

성당 지인이자 전 와인 잡지 편집장이 포르투에서 꼭 마셔야 할 와인 리스트를 추천해 줬다. 포르투는 유럽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로 도루강 한편에는 지역의 와이너리들이 운영하는 샵들이 있으니 꼭 들러서 그린 와인과 포트 와인을 마셔보라고 했다.


그린 와인이라 불리는 ‘비뉴 베르드’. 와인이 그린색이라 그렇게 불리는 줄 알았는데, 포르투갈의 북부 지역 미뉴(Minho)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이다. 통상 와인은 숙성과정을 거치는데, 그린 와인은 수확을 하고 6개월 이내에 만들어 와인병에 넣어 판매한다. 덜 익은 청포도로 만들어 산뜻한 맛을 최대한 살렸다. 상큼하면서 산미와 약간의 탄산으로 청량감까지 갖췄다. 사과와 시트러스처럼 가벼운 과일향도 나서 식전주로 마시기에 딱 좋다. 포르투갈이 아니면 마시기 힘든 와인이라 포르투에서 식사 때마다 비뉴 베르드를 마셨다.


도루 밸리는 포트와인으로 유명하다. 포트와인은 발효가 완성되기 전에 브랜디를 섞어서 숙성을 중단한 와인으로 도수가 높아 달콤하고 맛이 진하다. 프랑스와 백년전쟁으로 인해 보르도를 상실한 영국이 대체품으로 포르투갈의 싼 레드와인을 수입했다. 이때 바다 건너 영국으로 운반 중 변질을 막기 위해서 와인에 브랜디와 설탕을 첨가했더니, 와인이 전혀 다른 맛과 향기를 갖게 됐는데, 이 우연한 결과가 바로 포트와인의 탄생이다.


포르투갈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지니, 포르투갈 와인 최대 생산지역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인 도루밸리에 직접 가보고 싶어, 에어비앤비 트립을 예약했다. 조카는 와이너리 투어는 좋은데 외국인들과 8시간 동안 함께 하는 시간이 부담되는 듯했다. 고민하다 큰맘 먹고 비싼 가격과 긴 시간을 투자했다.


포르투에서 차를 타고 1시간을 넘게 이동해 피냐웅(pinhao) 마을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보트를 타고 도루강의 계단식 포도밭을 감상하면서 유람을 즐겼다. 또래 친구들은 다 도시로 떠나고 유일하게 마을에 남아 관광객들을 상대로 도우밸리 투어를 한다는 20대 현지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와인과 간단한 다과를 즐겼다. 도루밸리는 회색빛 화강암과 계단식으로 끊임없이 줄지어선 낮은 포도나무들이 죽 이어진다. 한눈에 보기에도 돌로 뒤덮인 척박한 토양이다. 이 이 황폐한 땅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바위를 깨고 흙을 뒤집어 포도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얼마나 고단할지 상상도 안 간다.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 현재는 70-80대 노인들이 와이너리 농장일을 도맡아 한다. 수확철이 되면 동유럽 사람들이 와서 와인수확을 돕는다. 우리나라 농촌과 비슷한 상황이다.


5대째 내려오는 와이너리 베이조(Beijo)에 도착했다. 입담 좋은 호스트의 재미난 설명을 들으며 와인제조공정을 둘러보고, 수십 년이 넘게 포도를 머금어 최고급 와인으로 만들어내는 오크통들 사이를 걸었다. 그런데 서프라이즈로 거대한 빈 오크통 하나에 들어가 보라고 한다. 내 머리통보다 조금 큰 정도 사이즈의 구멍이 있는데, 거기에 몸을 잘 구겨 넣어서 들어갈 수 있다는 거다. 덩치 큰 가이드의 시범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지만, 아무도 용기를 내지 못하자 그나마 몸집이 작은 내가 자원해서 몸을 진짜로 우기고 허리를 비틀어서 간신히 들어갔더니, 160cm 조금 못 미치는 내가 설 수 있을 정도의 높이와 킹 사이즈 침대가 들어갈 정도의 폭으로 안이 꽤 넓었다. 수 십 년 동안 와인이 숙성되면서 오크통 안에는 그 찌꺼기가 눌어붙어있었는데, 오래 있으면 호흡이 곤란해질 수 도 있다고 해서, 간단한 사진촬영을 하고 나왔다. 모두 박수를 치더니 한 명 두 명 용기를 내서 오크통 안으로 들어가며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와이너리에 가서 마당에 차려진 텐트 아래에서 직접 양조장 주인이 차려준 포르투갈 전통 음식에 와인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다행히 조카도 와이너리 투어가 계속 이동하고 설명 듣고 움직이는 여행이라 적당히 견딜만했다보다. 그렇게 영국, 미국, 한국, 이태리, 남아공에서 온 여행객들은 멋진 와이너리 경험을 하고 모두 포르투 시내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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