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라주] 도루강변
포르투에 도착하니 마음이 편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목적지였다. 강을 낀 작고 오밀조밀한 도시에 4일을 머무니 마음 편하고 느린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늦은 오후 노을지는 도루강가는 휴식을 취하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강 건너 와이너리 체험샵들이 몰려있는 ‘빌라 노바드 가이아’ 마을 풍경과 강을 오가는 배들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까지 더 해지니 이보다 좋을 수없다.
아예 이 명당에 위치한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고, 포르투갈 전통 샌드위치 프란세자냐를 주문했다. 뜨거운 접시에 담겨진 프란세쟈냐는 프랑스의 크로크 무슈의 포르투갈 버전이다. 정사각형 식빵에 치즈가 올려진 건 비슷한데, 프란세쟈냐는 빵 사이에 고기 패티와 소세지, 베이컨, 치즈 등이 꽉꽉 채워져 있고, 접시 바닥에는 오렌지색 소스가 듬뿍 깔린다. 이걸 접시째로 구웠다. 해질녁 선선한 날씨에 따뜻한 샌드위치에는 시원한 포르투갈 국민맥주 수퍼복(Super Bock)이 최고의 조합이다. 그래서 프란세자냐를 먹을 땐 포르투 와인을 포기했다.
이 음식도 스토리가 재밌다. 프랑스에 다녀온 다니엘 실바라는 포르투갈인이 프랑스의 샌드위치 ‘크로크 무슈’를 포르투갈 스타일로 만들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잘 먹는 스테이크, 소시지 등 육류가공품에다 베이컨, 치즈를 넣어서 만들었더니, 이게 대박이 난거다. ‘프란세자냐’란 명칭도 포르투갈어로 ‘프랑스에서 온 작은 사람’이다.
포르투갈 음식 중 또 생각나는 건 ‘바칼라우’라는 대구 구이와 문어 국밥이다. 전통 재래시장에 가면 상점 천장에 소금에 절여서 말린 대구가 매달려 있는 걸 흔하게 본다. 요리할 때는 다시 물에 불려서 스테이크처럼 요리하기도 하고, 감자랑 같이 요리하는 것도 흔하다. 문어 요리도 맛있었다. 우선 사이즈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푹 삶아서 육질이 부드러워진 문어를 구이로 먹는 것도 맛있지만, 쌀과 홍합, 새우, 바지락 등 각종 해산물을 넣어서 스튜로 만드는데, 이게 일미다.
매서운 바람을 피해 우연히 도루강가의 작은 식당 ‘Terra Nova’을 찾았다. 입맛 까다로운 조카가 엄지 척을 올린 내 맘 속 미셸린 원스타 레스토랑이다. 돌돌 만 스파게티 위에 신선한 굴과 캐비어가 엊혀진 에피타이저, 한 마리를 통으로 삶아 부드러운 육질이 일품인 메인 문어 먹물파스타와 고소하고 탱글탱글한 대구 파스타까지 모두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셰프의 재능이 들어가서 음식에 까다로운 조카도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게다가 꼬마 손녀가 K-pop 팬이라 한국어를 배운다며, 한국인 손님이 오면 꼭 한국어인사를 영상으로 찍어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도와줄수 있냐는 레스토랑 스태프 할머니의 부탁까지 받아, 꼬마 숙녀에게 선물도 만들어준 추억까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