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강종희 / InOtherWords
생성형 AI의 사용법을 넘어, 조직의 ‘의미’와 ‘신뢰’를 설계하는 커뮤니케이션 시리즈입니다. AI가 바꾼 것은 ‘정답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대화 방식입니다. 이 연재는 프롬프트 요령이 아니라 변화의 순간에 필요한 언어와 관계의 규칙을 다룹니다. ‘AI 대전환기의 휴먼 커뮤니케이션’을 탐구하는 InOtherWord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강종희·홍종희(전 외국계 기업 커뮤니케이션 임원)가 공동 집필합니다.
썰물이 지나면 밀물이 오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썰물 뒤의 밀물이 아니라, 모든 것을 휩쓸고 있는 거대한 쓰나미다. 인공지능(AI)은 단순히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소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26년까지 기업의 80% 이상이 생성형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난 28년간 기업 현장에서 목격한 수많은 혁신 프로젝트의 성패는 기술 도입률이라는 숫자에 있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언제나 그 이면의 ‘조직적 수용성’에 있다. 수억 원을 들인 시스템이 현장의 저항에 부딪히는 이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의 의미를 설득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때문이다.
변화의 쓰나미는 조직 내부에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닌, 두 개의 서로 다른 ‘서사(Narrative)’가 충돌하는 미세한 균열을 만든다. 아날로그 방식의 '숙련된 경험'을 중시하는 그룹이 가진 ‘관성과 안정의 서사’와, 데이터 기반의 '즉각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그룹이 가진 ‘혁신과 속도의 서사’가 그것이다.
이 균열은 ‘소통의 부재’라는 영양분을 먹고 깊은 골이 된다. 한쪽은 ‘꼰대’로, 다른 한쪽은 ‘AI 신봉자’로 서로를 낙인찍는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실수는 리더들이 이 문제를 개인의 성향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것은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통일된 ‘변화의 서사’가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다. AI 도입의 성패는 바로 이 충돌하는 두 서사를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느냐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바로 AI와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AI를 단순히 ‘일을 시키는 도구’로만 본다면, 우리는 결국 AI가 시키는 대로 생각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MIT 연구에 따르면, AI를 비판 없이 수용할 경우 인간의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제 우리는 AI를 인지 능력을 확장하는 ‘협업 파트너’으로 인식해야 한다. 많은 리더들이 간과하는 지점은, 새로운 파트너십은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전문 파트너들이 기업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팀이 함께 모여 인간과 AI의 역할과 책임을 정의하는 구체적인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협업 모델, 즉 새로운 관계의 규칙이 탄생한다.
새로운 방정식은 명확하다. AI는 데이터 분석, 자료 요약, 초안 생성 등 ‘효율성’의 영역을 담당한다. 인간은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 너머의 맥락을 읽어내며,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창의성’과 ‘판단’의 영역에 집중한다. 이 협업 모델이야말로 인간과 AI가 함께 성장하는 길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인간의 판단, 스토리텔링, 관계 조율을 더 빛나게 만들 ‘시간’과 ‘초안’을 제공할 뿐이다. AI가 반복업무를 처리해준 덕분에 확보한 시간으로, 우리는 고객과 더 깊이 대화하고, 동료와 더 나은 아이디어를 논의하며, 더 인간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협업은 인간이 최고의 ‘몰입(Flow)’을 경험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슈퍼에이전시(Superagency)’ 상태로 나아가게 한다. AI는 기술을 넘어선 성장의 파트너다. 당신의 조직은 이 새로운 파트너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다음 기고에서는 개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만의 AI 비서'를 구축하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전략에 대해 알아보겠다.
“프롬프트를 넘어, 의미와 신뢰로 연결되는 AI 커뮤니케이션”
- InOtherWords I AI 대전환기의 휴먼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