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InOtherWords
생성형 AI의 사용법을 넘어, 조직의 ‘의미’와 ‘신뢰’를 설계하는 커뮤니케이션 시리즈입니다. AI가 바꾼 것은 ‘정답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대화 방식입니다. 이 연재는 프롬프트 요령이 아니라 변화의 순간에 필요한 언어와 관계의 규칙을 다룹니다. ‘AI 대전환기의 휴먼 커뮤니케이션’을 탐구하는 InOtherWord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강종희·홍종희(전 외국계 기업 커뮤니케이션 임원)가 공동 집필합니다.
정답이 너무 많은 시대다. 질문을 입력하기가 무섭게 AI는 완벽에 가까운 답을 내놓는다. 깔끔한 문장, 논리 정연한 데이터, 흠잡을 데 없는 보고서. 우리는 AI가 제시하는 ‘효율성’이라는 달콤한 열매에 취해, 인간의 비효율적이고 불완전한 과정들을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AI처럼 생각하고, AI처럼 일하는 것이 곧 생존이라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절반만 맞다. AI는 인간의 수많은 기능을 대체하겠지만, 인간의 가치를 대체할 수는 없다. 오히려 AI가 고도화될수록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넘어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
AI가 만든 새로운 균열은 기술 수용자와 거부자 사이가 아니라, 효율성을 유일한 척도로 삼는 조직 문화 그 자체에서 발생한다. AI가 연산, 분석, 요약 등에서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며 때로는 비효율적인 판단 과정은 극복해야 할 한계로 치부된다.
이 균열은 조직의 영혼을 잠식한다. 쓸모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AI와 경쟁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결국 AI의 아류가 될 뿐이다.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묵살되고,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감정적 교류는 시간 낭비로 여겨진다. AI가 제시하는 정답을 맹목적으로 소비하며 일에 대한 진정한 주인의식과 개인적 성장이 저해되는 것이다. 결국 효율성은 얻었지만, 일의 의미와 존재의 가치는 잃어버리는 함정에 빠진다.
이제 AI와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찾아내고 그 역량을 의도적으로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AI가 효율성의 영역을 완벽하게 수행해 줄수록, 우리는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인간의 영역, 즉 감정, 윤리, 관계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AI 시대에 가장 수요가 높은 인간 역량으로 ‘분석적 사고’, ‘창의적 사고’, ‘회복탄력성’, ‘호기심’, 그리고 ‘평생학습’을 강조했다. 이는 AI가 생성한 방대한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분석적 사고), 데이터 너머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며(창의적 사고),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마음의 중심을 잡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 핵심 자산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보고서는 기술적 역량 못지않게 공감, 리더십, 동기부여 등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대인 관계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AI가 해결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계를 통해 더 나은 결과로 이끄는 것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인간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또한 이는 AI가 제시하는 데이터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감성 지능이 인간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역량임을 의미한다.
AI는 예측 가능하지만, 인간의 창의성은 예측 불가능한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발현된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해 최적의 답을 제안하지만, 인간은 정답 없는 문제를 끌어안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더 인간적인 가치를 지켜낸다. AI가 모방할 수 없는 진정한 감정, 데이터 너머의 맥락을 읽어내는 윤리적 판단,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상상력이야말로 AI 시대에 더욱 빛나는 인간 고유의 가치다.
AI 시대의 인재상은 ‘AI를 잘 다루는 사람’을 넘어, ‘AI가 다룰 수 없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 될 것이다. 기술의 홍수 속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이다.
다음 기고에서는 주니어 직급이 AI 시대를 기회로 삼아 ‘문제 정의 전문가’와 ‘AI 활용 마스터’로 도약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