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회고록을 한 번도 적어 본 적이 없다. 막상 적으려니 뭘 적어야 될지도 모르겠고 뭘 하며 한 해를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딱히 한 게 없는 걸지도.
워라밸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는 요즘 트렌드에 맞게 Work와 Life의 두 관점으로 회고를 해봐야겠다. 결국 일할 때와 안 할 때라는 소리다. 일 이야기는 안 하고 싶어도 삶에 너무나 큰 부분이라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 일이란 회사 업무 중심보다는 개발자로서 한 일에 대해서 생각해볼까 한다.
Work
1) 출간
2019년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 있는 일은 바로 출간을 한 것이다. 그것도 무려 개발서를! 책을 쓰는 과정은 2018년이었지만 실제로 책이 나온 것은 2019년이다. 첫 출간이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책을 쓰는 것은 버킷리스트에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개발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한없이 부족한 개발자이다. 그래서 언젠가 나처럼 평범한 개발자를 위해서 정말 쉽고 친절한 개발서를 써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그런데 아주 우연찮은 기회로 출간까지 하게 되었다.
당시 코틀린이 조금씩 세간에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안드로이드 개발에 사용되는 차세대 언어라고 하여 혼자서 조금씩 공부를 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랬는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렇게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여 짧게나마 매일같이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그런 노력이 가상했는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평소에도 책을 써보고 싶었지만 사실 코틀린을 정리하면서 나중에 코틀린 관련 책을 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터라 너무 기쁘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론다 번의 시크릿이란 책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아무튼 집필 계약 순간은 기뻤지만 집필 기간 동안 고통의 순간을 보내야 했다. 잘 써야겠다는 욕심이 앞섰지만 역시 첫 술에 배부를 수가 없었다. 한 없이 부끄러움이 가득한 첫 책이지만 도움이 된다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니 자학은 여기까지.
매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주간 베스트셀러로 4번 정도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뿌듯함도 있었고 다시 기회가 된다면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2) 블로그
브런치에 코틀린 학습 내용을 열심히 정리했는데 막상 집필 기간 동안은 거의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출간 이후에 다시 브런치를 시작했다.
안드로이드와 자바 관련 글이 각각 14개, 11개이고 여행일지가 24개이다. 그리고 파이썬 이미지 프로세싱 관련 글이 5개이다. 그 외에 11편의 글이 더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현재 조회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개발자의 실력 vs 학력'이다. 이 글은 생각도 해본 적도 없던 다음 메인 페이지 노출이 되어서 조회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내가 뭐라고 감히 논할 수 없는 주제이지만 그냥 내 생각을 적은 글이다. 어그로를 잘 끌었다.
2위는 보라카이 여행기 2번째 글인데 이 또한 다음 메인에 노출이 되어 조회수가 급등했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역사나 문화적 의미를 담은 여행기도 아니고 흔하디 흔한 사진 투성이에 의식의 흐름대로 쓴 여행기라 항상 부끄러웠던 글인데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인 추억 기록/회상용이었으나 여행정보 제공도 하려고 노력 중이다.
3위는 코틀린 배열에 대한 글이다. 매일 꾸준히 조회되는 글이라 야금야금 여기까지 올라왔다.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 노출에 한 번 더 도전해 보자.
3) 파이썬과 카메라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면서 파이썬을 잠시 사용해 봤다. 파이썬은 요즘 가장 hot한 언어이다. 카메라 관련 업무라서 이미지 처리를 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파이썬을 사용했다. C언어 하나도 어려웠던 학부생 시절에 누군가가 한 가지 언어만 할 줄 알면 다른 언어는 배우기 쉽다고 했는데 그걸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기본개념은 비슷하거나 같은 부분이 많고 다만 문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파이썬을 깊이 있게 다뤄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언어를 하나 해보았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매년 새로운 언어를 잠깐이라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새로운 언어로 hello world라도 출력해 보자.
Life
1) 여행
2019년에는 필리핀(보라카이), 프랑스(파리, 스트라스부르), 스위스(루체른, 인터라켄)를 다녀왔다. 결혼 후 매년 3~4개국에 방문하고 있다. 돈 모아야 되는데...
최대한 많은 나라를 가보고 싶어서 매번 다른 나라를 여행하려고 하는데 스위스는 정말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근데 물가가 높다. 올해도 부지런히 다녀보자.
2) 게임
나는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닌텐도 스위치가 있지만 가진 타이틀은 운동용으로 피트니스 복싱 하나뿐이다. 모든 운동 기구가 그러하듯 현재는 방치 중이다. 그러나 분명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은근히 꾸준히 게임을 하며 살아왔다.
지난해에 9~10월에 롤을 미친 듯이 했다. 처음 시작할 때 목표는 골드 티어를 달성하는 것이었는데 막상 골드를 달고 나니 플레티넘 욕심이 나서 너무 빠졌던 것 같다. 결국 골드로 끝났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흥미를 잃고 현재는 전혀 하지 않는다.
대신 예전에 잠시 했던 모바일 게임인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을 다시 시작했다. 복귀 유저 이벤트를 하는 바람에 복귀해 버렸다. 마침 1주년 이벤트도 진행 중.
올해는 게임을 조금 줄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3) 체중 감량
매년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하며 놀라는 중이다. 그래서 한 번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 7월~9월간 최소한의 운동과 저녁 식단을 조금 조절하여 4~5kg 감량했다. 현재 다시 2kg 증가한 게 함정이다.
10년 전에는 몸매를 가꾸기 위해 운동했다면 지금은 건강과 생존을 위해 운동해야만 한다. 2019년에도 다이어트는 실패했다. 매년 한다는 다이어트 다짐을 올해도 해야겠다. 신년 계획이 몸을 가꾸기 위한 운동 계획이 아닌 생존을 위한 다이어트라니! 정말 예전에는 생각도 한 적 없던 일이다. 내가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여행 가서 사진을 찍으면 살쪄 있는 내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올해는 꼭 감량해야지.
매년 그랬던 것 같지만 특히 지난해는 개인적으로 정말 특별히 한 것은 없는데 빠르게 지나간 해였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니 반성이 많이 된다. 그리고 올해는 어떻게 지내야 될지 생각하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