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기계식 키보드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해피해킹, 리얼포스, 레오폴드 정도이다. 키보드에 큰 관심이 없는데도 들어본 적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명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기계식 키보드가 범람하는 요즘에도 키보드 마니아라면 그나마 관심을 두는 브랜드의 마지노선이 바로 레오폴드일 것이다. 레오폴드는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국산 키보드다. 가격을 보면 해피해킹과 리얼포스는 기성 키보드 중에서는 최상위 라인이다. 레오폴드가 그나마 대중적이면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라는 평이 있다.
그리하여 조금 좋은 키보드를 써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한 게 바로 레오폴드 FC750R PD 적축이다. 키보드에 관심이 없던 나에겐 사실 레오폴드도 비싼 키보드였다. 하지만 해피해킹이나 리얼포스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사볼 만한 수준이 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었다.
레오폴드의 모델명은 제품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750은 텐키리스 라인이고 PD는 이중사출(PBT Double shot)을 의미한다. 특히 레오폴드의 이중사출 키캡은 키캡만 별도로 거래가 될 정도로 퀄리티가 좋다고 한다. 축은 체리축이다. 블루투스 무선 제품도 있다.
청축은 집에서 사용하더라도 타이핑이 많은 작업 시에는 너무 시끄러웠다. 특히 조용한 밤이나 새벽 시간에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만족하며 사용한 적축을 또 쓸 생각이었고 저소음 적축도 고려 대상이었다.
키보드 같은 경우는 오래 쓰는 제품이니 손에 안 맞으면 낭패다. 그래서 타건샵을 방문하여 꼭 타이핑해보고 구입하려고 했다. 결국 용산 선인상가의 구산컴넷에 방문했다. (4번 출입구로 들어가서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보인다.) 레오폴드와 리얼포스는 리더스키라는 매장이 더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고 하여 거길 가려고 했으나 주말에 일찍 영업을 종료하는 바람에 가지 못했다.
구산컴넷 매장 일부
구산컴넷에 방문하면 다양한 제품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전혀 눈치 볼 필요 없이 사용해 볼 수 있다. 심지어 레오폴드 FC750R PD는 가격이 공홈보다 저렴했다. 레오폴드 제품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타건 할 수 있는 레오폴드 제품이 적축과 갈축뿐이었다. 저소음 적축도 타건 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신 바로 옆에 있던 '엠스톤 그루브 T87A' 모델의 저소음 적축과 저소음 갈축을 타이핑해봤는데 너무 조용하고 느낌이 보들보들했다. 뭔가 쉬폰 케이크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저소음 적축은 전부 이런 것일까? 레오폴드 저소음 적축도 비슷할까? 아니면 그냥 이 제품을 사야 하나? 많이 고민되었다. 가격은 비슷했다.
엠스톤 그루브 T87A 저소음 제품과 레오폴드 FC750R PD 적축 제품을 동시에 놓고 타이핑해보면 상대적으로 적축이 엄청 시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키감도 좀 더 촐싹 맞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저소음 제품이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풀윤활 + 흡음재로 인해서 뭔가 폭신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 듯하다. 키압이 좀 더 낮은 느낌도 있어서 이 역시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첫인상은 '뭐지? 좋은데?'였다. 같이 갔던 와이프도 엠스톤 제품을 상당히 좋게 평가했다.
결론적으로는 엠스톤 제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고 레오폴드 적축을 사려고 했었기에 타이핑해보지 않고 저소음 적축을 사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엠스톤 제품의 그 키감이 잊히질 않는다. 사무실에서 쓰기에 정말 최고일 것 같다. (이렇게 키보드에 입문하게 되는 것인가?)
혹시 해피해킹 같은 제품들이 키감도 그런 느낌일까 궁금했다. 회사에 해피해킹 무접점 키보드를 쓰는 분에게 부탁하여 타이핑해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확실히 비싸다고 해서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역시 본인의 취향에 맞는 키보드가 베스트다!
색상은 애쉬 옐로우로 선택했다.
레오폴드 FC750R PD 애쉬 옐로우
구성품은 케이블과 키캡 리무버와 여분 키캡이다. 케이블은 약간 단점으로 꼽힌다. 인터페이스가 요즘 대세인 USB C 타입은커녕 마이크로 5핀도 아니다. 옛날 옛적 mp3 같은 곳에 사용하던 미니 USB이다. 일단 사용하는데 큰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케이블이 추후에 케이블이 고장 나는 경우를 고려하면 단점이 맞다.
여러 제품과 비교를 했을 때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막상 집에 놓고 쓰니 너무 좋다. 기존에 사용하던 저가형 앱코 제품과 비교되어서 또 상대적 우위를 점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아무튼 좋다. 현재 약 2주 동안 사용중인데 키보드를 칠 때마다 느낌이 좋고 자꾸 뭔가를 더 치고 싶다. 타이핑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에게 맞는 키보드를 신중하게 고르는 것도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소소한 포인트이자 재미인 것 같다. (그렇다면 열심히 코딩을 해야 할 텐데 왜 안 하는 거지?)
사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이렇게 키보드 구매기라도 쓰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나처럼 키보드 따위가 10만 원이 넘다니 비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싼 이유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이 제품은 가심비 대만족이다. 어차피 살 거면 미룰 필요가 없다.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 진즉에 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