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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Jul 14. 2023

나는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다

열심히 했다.

이 말에 쉽게 동의한 적이 없다.


최선을 다했다.

이 말은 동의할 수 있긴 한 건가?


'자기 불구화'라는 말이 있다.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무능한 것이 된다. 하지만 애초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래서 그렇다는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 마치 열심히 했다면 잘할 수 있었을 것처럼.



나도 그런 심리가 깔려 있어서 열심히 했다는 것에 인색한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런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결국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물론 이제 막 어떤 것을 해낸 순간이라면 그때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리고 매사 대충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이다.)


그 당시 '주어진 상황' 내에서 열심히 했을 수는 있다. 근데 '주어진 상황'이란 게 시간이 없어서, 힘들어서 이런 이유라면 그게 열심히 한 건가? 여기서 열심의 기준이 나눠지는 것 같다.


주어진 상황이 핑계가 아닌 진짜 그럴 수밖에 없는 제약이라면 그 속에서 노력한 것은 열심히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의 차이도 있는 것 같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난 이 시간에 최고의 솔루션 또는 결과물을 만들 순 없을 수도 있지만 일단 최선을 다하겠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난 이 시간에 최고의 솔루션이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역시나 그러지 못했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다.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결과를 내었다고 해도 생각하기에 따라 열심히 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아닌 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진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본 경험이 없을 수도 있다. 다시는 그렇게 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아본 적이 있나? 물론 간혹 과거의 노력을 다시 해보려고 할 때 쉽지 않은 일인 것을 알고 과거의 나를 존경할 때도 있다. 그때는 열심히라고 생각 안 했던 일이 다시 하려니 벅찬 일이구나 싶은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셀프 피드백을 남기면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을까? 분명히 서서히 그렇게 진행될 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



열심의 기준을 낮춰야 한다. 앞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각하기를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5km 달리기 운동을 주 3회 한다면 이것은 충분히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주 5회 혹은 매일 하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하던데? 누군가는 10km로 매일 하던데? 이렇게 가다 보면 마라톤 선수랑 비교해야 할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기준선을 마련하고 그것을 해냈다면 열심히 했다고 셀프 칭찬을 해야 마땅하다.



근데 이게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생각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는데, 목표를 낮추고 그걸 달성한 것에 만족하라고? 이게 맞아?'


이러면 또 말짱 도루묵이다.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자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준선을 어디까지 잡을지 정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한다. 따라서 그런 측면에서는 작은 목표라도 많이 달성하는 것이 낫다. 보상 효과 측면에서 점점 더 큰 목표를 요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목표를 달성하며 만족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결국 어느새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힘이 생기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열심히 살아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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