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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May 06. 2019

개발자의 실력 vs 학력

주니어 개발자의 단상 (3)

개발자의 실력 vs 학력


개발자는 학력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시작으로 온라인에서 이따금 논의되는 주제이다.


세상은 반드시 디지털처럼 1과 0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역시 '정답'이 없는 주제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건전한 토의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서로 맞다고 다투는 것은 정말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두고 본인 말이 정답이라고 우기는 것은 자칫 우스운 형세가 될지도 모른다.


굳이 정답이라고 한다면 '둘 다 중요하다'가 아닐까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이러한 관점에서 정답이 없는 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정답'이 아닌 나의 '의견'을 말해보고자 한다.


잘못된 비교, 실력과 학력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애초에 실력 vs 학력은 비교할 수 없는 개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논의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가지고 출발하고 있다.


(학력은 낮지만 뛰어난) 실력 vs (실력이 모자란) 학력


이러한 경우라면 참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아마 사람들이 처한 상황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다르게 나올 것 같다. 본인의 경험담이나 주변 상황을 토대로 나름의 결론을 내려서 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말 우연하게 주변에 학력은 높지 않지만 엄청난 실력의 개발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실력자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할지도 모른다.


'맞다. 학력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 내 주변에 김 아무개 씨가 고졸이지만 아주 뛰어난 풀 스택 개발자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 실력이 그저 그런 개발자가 있는데 명문대 출신이거나 박사 출신일 수도 있다. 그러면 '명문대 나와도 별거 없네.' 또는 '박사도 소용없구먼.'과 같은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주변에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일단 엄청난 실력의 개발자와 박사의 절대 개체수가 적다. 그래서 많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학력이 낮은 분이 실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분이 학력이 낮았던 것뿐이 아닐까?


어떤 분야든 뛰어난 사람의 비율은 적다. 당연한 이야기다. 실력이 좋은데 반드시 학력이 낮은 것은 경우는 없고 학력은 높은데 반드시 실력이 없는 경우도 없다.



세계적인 피겨선수 김연아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대한민국 모든 피겨선수가 일류인 것은 아니다.

-> oo대학교가 실력 좋은 개발자를 배출했다고 해서 oo대학교 출신이 모두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 학력이 낮은 일류 개발자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일류 개발자가 학력이 낮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은 양궁에 있어서 세계적인 강국이다. 외국팀 코치진이 한국인인 경우도 있다.

-> 잘 갖춰진 커리큘럼을 가진 명문대 출신은 뛰어난 실력자일 가능성이 높다.

-> 훌륭한 강의를 수강한다고 해서 훌륭한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전제를 깔고 논하면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당연히 실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종종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논의를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


'현업에서 실력을 키우는 게 좋을까, 대학에 가는 게 좋을까'


인생은 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추천한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대학에 가서 실력을 키우기를 추천) 내가 하버드 같은 세계적인 대학이나 국내 명문대 출신이라면 오히려 대학을 추천하는 것에 대해서 본인이 그렇기 때문에 하는 소리라고 여길 수 있다. 다행히(?)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어설픈 실력으로는 제대로 된 일을 할 수가 없듯이 어설픈 학력은 굳이 갖추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ex. 대졸/석사 타이틀만을 위한 진학)


1. 기회가 달라진다.


단순히 취업의 관점에서 보자. 실력 좋은 개발자가 좋은 회사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마찬가지로 좋은 학력의 개발자가 좋은 회사에 들어갈 확률도 높다. 특히 취업이라는 문제에 학력의 존재감이 적지 않다. (경력 이직이 아닌 신입 취업)


어떤 임무를 수행할 자격과 기회를 잡는 데 있어서 학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조금 비약하자면 학력이 중요한 순간은 취업 전 합격 여부이고, 실력이 중요한 순간은 취업 후 업무 수행할 때다. 일단 입사를 해야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개발자 채용에서는 학력 허들을 없애기 위해서 블라인드 채용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점점 실력이 중요하고 학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학력을 본다는 것은 잠시만 구글링만 해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꼭 가고 싶은 기업이 있는데 해당 기업 채용에 보이지 않는 학력 제한이 있다면 기회를 놓치고 만다. 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런데 그런 기업이라면 꼭 가고 싶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현업에서 실력을 키울 자신이 있다면 대학에 가서 실력을 키우면 된다. 그러면 단 하나라도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많아질수록 본인의 선택권도 많아진다. 선택할 것인가 선택당할 것인가.


그리고 누구나 언제까지 신입사원이나 주니어 개발자로 머물지 않는다. 연차와 직급이 올라가고 언젠가 임원과 같은 높은 자리에 오를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격 요건이 박사라는 학력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기회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했다. 학력은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 하나인 것이다.


2. 주변이 달라진다.


대학은 비슷한 실력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따라서 본인보다 실력이 못한 사람들과 섞여서 경쟁할 때보다 훨씬 치열하다. 국가대표 축구팀으로 비유하자면 국가대표는 각 프로팀에서 최고의 선수를 모아서 이루어진 집단이다. 각자의 소속팀에서는 에이스였을지라도 국가대표 팀에서는 벤치 신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우물 안의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한 걸음 내디딘 것과 같다.



주변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로 가득 찼을 때 좌절감이 들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훌륭한 조력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선의의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함께 밤을 지새우며 프로젝트를 하고 시험공부를 하는 것도 당시엔 힘들지라도 전우애와 같은 것이 생기며 나중에 좋은 추억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전공자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은 기회다. 하지만 개발자라는 범주안에서 같은 전공자 내에서도 여러 부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맨날 노는 것처럼 보여도 학점이 좋은 사람, 핵심을 빠르게 읽어 학습력이 뛰어난 사람, 입학 전부터 프로그래밍을 해온 사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술만 마시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들의 장점을 배울 수 있다. 수많은 선생님들이 있는 것과 같다.


물론 실력 있는 사람이 실력 있는 사람들이 모인 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 그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일부러 여러 세미나 등을 다니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도 빈번하다. 대학은 그 자체가 훌륭한 네트워크다.



대학 시절은 자유분방하고 아직 결정된 것이 없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이러한 시간을 거치면서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졸업을 하면 비슷한 업계에서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훌륭한 동료들로 주변이 가득할 것이다.


3. 배우는 것이 달라진다.


비전공자도 독학이나 학원 등을 통해서 빠르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 개발자가 될 수 있다. 영어영문학과가 아니라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치면 어떠한 전공도 아무 의미가 없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한글을 알고 글을 쓸 줄 알기 때문에 시나 소설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시인이나 소설가는 아니다.



대학에서는 전공과 관련된 다양하고 중요한 기본 지식들을 배운다. 컴퓨터공학에 프로그래밍 언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농담처럼 사칙연산만 알면 되지 졸업하면 미적분을 어디다 써먹겠냐고 한 경험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마치 그러한 미적분과 같은 존재들이 많다. (심지어 대학에서 미적분을 또 배운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사칙연산이라면 다양한 전공 기초는 미적분과 같은 존재다. 최근 핫한 인공지능 분야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많은 수학 공식들이 보인다. 처음 보는 것 같겠지만 사실 대학 때 배운 것들인데 모를 뿐이다. (나만 그런가? ^^;) 단순히 언어를 알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과 프로그램이 어떻게 빌드되고 메모리에 어떻게 할당되어 구동되는지 아는 것도 코드 품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DB를 모르는데 SQL 툴을 개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전공을 해도 모든 지식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기억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경험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시야는 달라진다. 자세한 건 구글링으로 다시 알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stackoverflow에서 답변을 보려면 영어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은 전공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다. 조별 과제를 통해 협업을 배울 수 있고 조장이 된다면 작은 팀을 이끄는 리더의 경험을 할 수 있다. 발표 과제를 통해서 PPT를 만드는 방법과 발표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실제 현업에서도 똑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미리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취업면에서 실력 > 학력이 과거에는 이상이었을지도 몰라도 현재는 점점 그렇게 흘러가는 추세이다. 실제 업무에서는 실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실력자 아니더라도 앞으로 실력을 키울 자신이 있 여건 된다면 가능한 대학에 가서 전공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하기를 추천한다. 이미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아직까지 사회 구조상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 필요한 일정 수준의 학력을 갖추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실력이 뛰어나면 학업도 수월하게 진행될 테니 큰 어려움이 없지 않겠는가.



학력이 낮지만 실력이 좋은 개발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학력에 필요한 공부를 할 시간에 더 많은 개발 공부를 하며 노력한 사람일 것이다. 노력에 마땅히 박수받아야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그냥 개발이 좋을 확률이 크다. 갈수록 발전할 것이다.


고학력자인데 개발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학력을 위한 공부는 열심히 한 사람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이 역시 마땅히 박수받아야 한다. 개발을 못한다고 해서 그 이전까지 노력마저 평가절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공이 잘 맞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공부를 하는 방법을 알고 뚝심이 있을 것이니 언젠가 실력이 쑥쑥 클 확률이 크다. 갈수록 발전할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나 같은 개발자도 지금부터 공부하면 잘 될 것이라 믿는다. We are the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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