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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May 12. 2019

개발자 면접에서 중요한 것

주니어 개발자의 단상 (4)

개발자 면접에서 중요한 것


나는 면접관으로 들어갈 만큼 경력이 많지 않다. 따라서 면접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이 역시 나의 단상이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본다.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딱 하나만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입니다.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흥미로울 수도 있고 말 같지 않은 소리라고 이미 뒤로 가기를 누르신 분도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다.



어떻게 노력과 실력을 무시하고 운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절대 노력과 실력을 무시한 채 무조건 운에 맡기라는 뜻이 아니다. 그렇지만 운이 가장 중요하다. (단호)

예를 들어보겠다.


학연을 매우 중요시하는 OO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뛰어난 실력과 훌륭한 학력을 갖춘 A씨가 자신 있게 OO기업에 지원했다. A씨는 OO기업이 학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자신과 같은 학교 출신의 면접관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A씨의 면접관은 다른 학교 출신이었다. 충분한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접관과 같은 학교 출신인 비슷한 실력의 B씨가 합격했다.



정성적인(qualitative) 표현으로 인하여 위 예시가 덜 와 닿을 수도 있다. 정량적인(quantitative) 표현으로 다시 이야기해보자.



학연을 매우 중요시하는 OO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학점 4점대에 국내 Top3 대학 출신인 A씨가 자신 있게 OO기업에 지원했다. A씨는 OO기업이 학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자신과 같은 학교 출신의 면접관이 80%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A씨의 면접관은 다른 학교 출신이었다. 종합점수 95점에도 불구하고 면접관과 같은 학교 출신인 종합점수 95점의 B씨가 합격했다.



예시는 운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운이 나빠서 불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가정일 뿐이다.


운이라는 개념이 정성적인 면이 강하여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량적인 관점에서 운을 재해석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위 예시에서는 A씨는 80%라는 높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운이 나빴다. 하지만 분명히 높은 확률을 선점했다. 운이 나쁠 확률이 20% 밖에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사위 게임에서의 운과 다르게 면접에서 운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개발자의 면접에 접목하기


개발자의 면접을 생각해보자. 불필요하고 존재해서도 안될 학연, 지연 등은 완전히 배제하기로 한다. 개발자는 운명처럼 기술면접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채용공고를 보면 참 애매하다. 아니 광범위하다.


자격요건 : 컴퓨터 전공 기초 지식 (알고리즘, 네트워크, 운영체제 등)


도대체 기술면접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를 뿐이다.

뭐가 나올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학부 때 배운 알고리즘, 네트워크, 운영체제 그 범위 내에서이다. 다만 범위가 넓을 뿐이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그것만 공부하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다르게 말하면 면접에서 아는 것만 질문으로 나오면 면접을 아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운이 얼마나 좋아야 면접에서 내가 아는 것만 질문으로 나올까?


운이 '얼마나' 좋아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정량적인 평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운을 완전히 컨트롤할 수는 없기 때문에 100% 아는 질문만 나오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면접관이 단 2개의 질문을 준비했다고 가정하자. 준비한 질문은 '내부 파편화가 무엇인가, 외부 파편화가 무엇인가'이다. 내부 파편화까지는 공부했는데 외부 파편화는 미처 공부하지 못했다면 면접에서 아는 질문이 나올 확률은 50%가 된다.


2개의 질문 중에 1개를 알고 있었던 것. 면접에서의 운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마침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라서 참 다행이었어! 운이 좋았지 뭐!'

이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마침 알고 있던 내용'이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면 운에 기댈 수도 없다. 운이 좋을 확률이 0이기 때문이다.


기술면접에서 코딩 문제도 나올 수 있다. 화이트보드에 코드를 적는 일명 손코딩.

면접관이 100가지 예제 문제를 준비해왔고 그중에 어떤 문제가 나한테 주어질지는 모를 일이다. 애초에 100가지인지 1000가지 인지도 모른다. 몇 가지인지 알게 되더라도 무슨 문제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평소에 한 줄이라도 더 코드를 짜 봤다면 운이 좋게도 면접관의 문제은행에 있는 예제를 이미 경험해봤을 확률이 크다.


물론 이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100가지 예제를 준비한 면접관을 만났고 평소에 1000가지 이상의 예제를 코딩해봤지만 겹치는 게 하나도 없는 경우. 혹은 10가지 예제만 코딩해봤는데 마침 해본 내용이 질문으로 나온 경우.



어찌 되었건 간에 후자의 경우가 면접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정말 운이 나쁜 경우와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니까 더더욱 면접에서 운은 정말 정말 중요한 것이다. (아니 이걸 이렇게 포장한다고?!)


전자의 경우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포장해보자.

이 세상에 10000가지의 예제만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하필 면접관이 내가 아는 1000가지를 제외한 범위에서 100가지를 준비한 것이다. 나는 분명히 운이 나쁠 확률이 90%였던 것이다. 그래 떨어질 수도 있었어. 하지만 운이 좋을 확률 10%도 있었다. 이 부분은 내가 2000가지를 준비하면 20%가 되고 더 준비하면 할수록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면 '떨어질 수도 있었어'가 아닌 '붙을 만 해'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즉 자신감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고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완전체가 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도 마냥 요행으로만 볼 수 없다. 10가지라도 준비하는 과정이 없었더라면 운이라는 기회를 절대로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개발자는 한 줄이라도 더 코딩해야 한다. 하나라도 더 읽고 배워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운을 완전히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운이 좋을 확률은 본인 스스로가 분명히 만들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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