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들과 난 어떤 형태로 서로의 안녕을 바라게 될까
박산호,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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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이기도 한 박산호 작가님의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는, 새해 첫날 잡은 두 권의 책 중 하나다. 페북을 통해 익숙한 이름이 된, 작가님의 딸 릴리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2인 가족,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 뭐 특별할 게 있을까 싶지만,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공명은 생각보다 깊고 풍성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이내 그 두 사람의 옆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얘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빠져들었다.
작가는 많은 실패의 경험으로 배운 삶의 지식들을 딸에게 조언으로 건넨다. (이제 7살, 5살 두 딸을 가진 내겐, 작가가 딸에게 건네는 조언들은 실패하지 않을 레시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엄마와 딸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계몽하는 사이는 아니다. 딸이 가차 없이 날리는 팩트에, 작가는 머리를 맞은 듯 자신을 되돌아보기 일쑤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각자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과 릴리의 모습을 통해 선체험을 할 수 있었다. 올해 7살, 5살이 된 두 딸과 나는 앞으로, 그들의 잘못과 실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마주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시행착오를 두고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그 테이블엔 아빠로서 한 존재를 대하는 일의 시행착오도 함께 오를 것이다. 그건 결국, 모자란 나를 확인하는 일일 것이고 아이들이 자란 걸 실감한 어느 순간, 나 역시도 훌쩍 자라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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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핌을 받기만 하던 딸이, 이제 자신의 시행착오를 가지고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걸 보는 건 어떤 심정일까. 혼자 있는 엄마가 외로울까 봐, "결혼을 하지 말까?" 하는 고민을 내비치는 딸을 보는 건 또 어떤 기분일까. 어릴 적 주던 기쁨과 감동과는 또 다른 류의 감정을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
책에서 본 인상적인 구절 중 하나는 이것이다.
"그러니 부모니까, 가족이니까 사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가질 필요 없고, 부모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처럼 친하고 가까워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런 사이면 베스트겠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죄책감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릴리가 그 어떤 의무감이나 당위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자유 의지로 관계를 맺길 바란다."
- 박산호,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 중에서.
딸이 누군가를 생각함에 있어 어떤 강박관념도 갖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 그 대상이 가족이고 심지어 엄마 자신일지라도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주고 싶은 마음. 그것만큼 위안이 되는 사랑이 있을까. 내가 직접 들은 말처럼 위안이 되는 구절이었다.
책을 덮으면, 서로의 안녕을 바라고 상대방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책 속 엄마와 딸의 모습이 잔상처럼 남는다. 우리 딸들과 난, 어떤 형태로 서로의 안녕을 바라게 될지, 난 그들에게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할지를, 곱씹어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린 서로에게 완벽하지 못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안다는 것만으로 불안감이 덜어진다. 이상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