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든 창작하는 일에 희열을 느껴왔다. 글쓰기는 그 희열을 얻기 위한 대표적인 방편이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한때 '영상 제작'에 골몰하기도 했다. 교육청에서 진행한 각종 UCC 공모전에 출품하여 여러 번 수상했다. 스포츠클럽 영상 공모, 교육 영상 공모, 우리 고장 인물 여행 ucc 공모전은 대상을 받았다. 대상이 아닌 상들까지 합하면 7~8개는 될 것이다.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영상 제작을 굳이 한 건, 상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아이들과 뭐라도 기획해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기쁨이 컸기 때문이다. 난 새로운 걸 만들어낼 때 생의 가치를 느끼곤 했다. 같은 시간과 노력을 다른 것에 써서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지만, 창작의 기쁨에 비하진 못했기에 계속 시도했다.
영상을 제작하던 노력을 작년엔 학급 문집을 만드는데 썼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를 통해 삶에 가치를 부여하려고 애썼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창작의 희열을 갈망한다. 그 갈망은 모든 이들에게 내재된 것이 아닐까 싶다. 창작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도 장식장을 꾸미고, 멋진 요리를 하고, 집의 울타리를 엮어내는 방식으로라도 그 갈망을 은근히 채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같은 sns는 이 창작의 갈망을 이용하고 있는 매체가 아닐까 싶다. 페북에 짧게라도 글을 쓰고, 인스타에 나름의 테마로 사진을 진열하면 다른 이들이 이걸 향유한다. 나도 모르게 창작에서 얻는 것과 유사한 희열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희열은 비교적 작은 노력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지속력 역시 길지 않다. 어찌 보면 인스턴트식품에 가깝다. 우리 중 누구는 내면에서 입 벌리고 있는 '창작 욕구'를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 채워오며 결핍된 상태로 지내는데 만족했을지 모른다.
유사 희열, 인스턴트식 기쁨에 만족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그 대상은 창작의 갈증을 가진 모든 분과, 나 자신이다. 제대로 골머리를 썩히며 내가 바라는 분야에서 창작의 정수를 향해 나아가면 좋겠다. 그게 내 삶의 일부를 흔들고, 시간을 쪼개야 하며, 귀찮은 일이 벌어질 걸 감수해야 한다손 치더라도,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배우고 훈련해서 제대로 창작 욕구를 채워보라. 그것 때문에 삶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끼다가, 어느 순간 그것 때문에 흔들리는 삶을 버티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아직 연초라 다짐 하나를 추가한다. 인스턴트는 좀 줄이고, 오래, 진득하게 훈련해서 얻을 수 있는 사골국물 같은 창작의 정수를 누리기 위해 나아가겠다고. 삼각김밥 다섯 개 살 돈이면 식재료를 장 봐서 간단하게나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창작의 희열에 다가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