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지붕 위에서, 그러면 된 거 아닌가

스누피 가든에서 찰스 M. 슐츠를 만나고

by 송광용

"슐츠는 50년 동안 피너츠를 그렸고, 이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코믹 스트립이 되었습니다. 피너츠는 약 4억 6천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고, 75개국 2600개 신문사에 40가지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찰스 슐츠는 2000년 2월 캘리포니아 산타 로사에서 그의 마지막 코믹 스트립이 일요일 신문에 발표되기 단 몇 시간 전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스누피 가든 안내판

평생, 정해진 캐릭터들을 그리고 쓴 작가가 있다. 그는 365일 하루도 닫지 않는 가게의 주인처럼 늘 그 자리를 지키며 작품을 제작했다. 마지막 만화가 실리기 몇 시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죽을 때까지 창작 활동을 한 셈이다. 저걸 어떻게 해, 하며 웬만큼 독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생각하다가도, 한없이 부러운 마음이 든다. 그는 50년간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루시, 라이너스를 그리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피너츠 만화의 유명한 대사 중 하나인, '행복은 따뜻한 강아지'라는 말은 평생 스누피를 안고 살았던 슐츠가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니었을까.

스누피 가든 전시관엔 스누피가 지붕 위에서 타자기를 치는 작품이 있다. 정말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타자기를 치는 동안 비도 오고 밤도 지난다. 결국 스누피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타자기에서 원고를 뽑아낸다. 슐츠는 지붕 위에서 타자기를 두드리는 스누피에 자신을 투영시켰을 것이다. 스누피는 붉은 지붕 집에서 떠나지 못한다. 그 위에서 스누피는 잠도 자고 친구도 만나고 모든 걸 한다. 슐츠에겐 타자기가 스누피의 집과 같았을 것이다.


슐츠의 타자기, 스누피의 집을 보면, '매였지만 자유로운' 모순된 상태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은 종이지만 자유로운 종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했던 사도 바울의 고백도 떠오른다. 하나에 전력을 다하는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다.

세상엔 하나에 전력을 다하기 어려운 여건인 사람이 훨씬 많다. 특히 가족을 갖게 되고,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면,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리적으로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도, 분절된 시간을 이어 붙여 자신만의 지붕에서 끊임없이 춤을 추거나, 타자기를 두들기거나, 뭔가에 몰두한다면 거기서 아름다움을 드러내진 못해도, 따뜻한 강아지 같은 행복은 느낄 수 있겠지. 그러면 감사한 거 아닌가. 그러면 된 거 아닌가.


매거진의 이전글메달 없이 박수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