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나이라는 벽 앞에서

<골때녀>가 가르쳐준 것

by 송광용

SBS의 여자 풋살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을 좋아한다. 단순히 풋살을 하는 예능이 아니고, 시즌1부터 만들어 온 여러 팀들의 성장과 서사들이 녹아 있어서, 한 경기 한 경기가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볼 때마다 가슴을 졸이고 한껏 몰입한다.


지금은 슈퍼리그. 시즌1, 시즌2의 상위 3개 팀씩 총 6개 팀이 조별리그를 진행 중이다. 오늘, 골때녀의 절대자라고 불리는 박선영 선수가 있는 FC불나방 팀이 2패로 예선 탈락했다. FC불나방 팀은 시즌1의 우승팀이었고, 이번 슈퍼리그에서도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이었다.


시즌1 때는 거의 모든 팀이 초보 선수들로 가득했다. 공을 초등학생만큼도 차지 못하는 선수들이 기를 쓰고 뛰어다녔다. 그 와중에 박선영 선수의 기량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시즌1 때 예선 탈락했던 하위 3개 팀이 시즌2 때 일취월장해서 시즌1 상위 3개 팀과 맞붙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예상과 달리 1패를 했던 박선영 선수는, 오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20대가 느는 거랑 저희가 느는 거랑 다르다. 유지를 하면 다행인데 더 이상 발전은 없다. 그래도 이기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아쉽다."


그의 말이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난 한 번도 절대강자였던 fc불나방을 응원한 적 없었지만, 오늘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새삼 실감했다. 체력적으로 열세였던 40~50대의 선수들이 얼마나 이를 악물고 뛰었을지, 그리고 그들의 노력이 신체적 한계 앞에서 가로막힌 걸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였을지.


사실 그들보다 기량이 못했던 다른 팀의 20~30대 선수들의 체력과 기량이 자신들을 어느 순간부터 넘어섰다는 걸 예감했을 것이다. 그런 받아들임은, 풋살 경기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40대가 되고 50대를 향해 가는 길에 있는 모든 이들이, "난 더 이상 20대도, 30대도 아니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들을 맞는다. 한계랄까, 더는 뻗어나가지 못하겠다고 실감하는 순간들. 어쩌면 풋살 경기에서 맥을 못 추고 패배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날마다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오늘부터 <FC불나방>도 응원하기로 했다. 정점에 있다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준 그들이 이제 실현 가능한 목표로 5,6위전 승리로 잡는 걸 보며, 씁쓸하지만 아름다웠다. 나이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목표를 실현 가능한 상태로 재조정하는 일은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수요일 밤, <골때녀>를 본방 사수하며 영양제 같은 그들의 성장과 좌절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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