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촌뜨기 소녀는 날개를 달 수 있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오자크>의 인물 루스 랭모어에 대해
최근에 <오자크>라는 넷플릭스 미드에 흠뻑 빠져 있다. 시중에 나온 4시즌 part1까지 모두 정주행하고 다음 주에 나올 시즌4. part2를 기다리고 있다.
회계사 마티는 친구와 동업하는 회사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돈을 세탁하게 된다. 친구가 마약 조직의 돈을 빼돌리면서 죽음을 당하고 마티의 삶도 나락으로 떨어진다. 시골 휴양 마을 오자크에서 마약 조직의 돈을 안정적으로 세탁할 수 있다는 말로 죽음을 모면한 마티는 가족을 이끌고 오자크로 온다. 오자크에 정착하게 된 마티 가족이 온갖 난관과 위기를 넘어가는 과정이 주요 내용이다.
이 미드가 재미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개성적인 캐릭터들 덕분이다. 살아남기 위해 불법을 밥먹듯이 하는 주인공은 성격적으론 매우 온건한 사람이고 자기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보인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쉬어왔던 마티의 아내 웬디는, 회를 거듭하면서 자기 속에 있는 거대한 야망을 발견하고 그저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마티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이고, 저마다 강점과 약점을 또렷이 보여준다.
그중 가장 강렬하고 내가 애정 하기도 하는 캐릭터는 루스 랭모어라는 19~20살 난 오자크 토박이 여성이다. 랭모어 집안은 도둑질, 사기 같은 잡범들이 많아 지역 사회에서도 낙인찍힌 가문이다. 루스도 어릴 적부터 그런 가풍 아래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별 죄책감이 없다. 어찌해도 결국엔 '랭모어' 일 뿐이라는 패배감도 안고 있다. 루스의 영민함을 알아본 마티가 그의 돈세탁 프로젝트에 루스를 참여시키면서, 루스는 처음으로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자신을 '랭모어'로 규정하고 억압하는 생물학적 아버지보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중요한 비밀을 공유하는 마티를 더 신뢰하기에 이른다.
한편 루스는 자신이 끔찍이 아끼는 두 살 아래 사촌 동생 와이엇이 번듯한 대학에 가서 '랭모어'의 저주를 끊고 살아가길 바란다. 와이엇이, 자신이 느꼈던 랭모어라는 패배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무한 애정을 쏟는다. 루스는 영민함, 거칠고 잔인한 면, 상대가 누구든 부당하다고 여길 땐 물불 가리지 않고 들이받는 당당함을 가졌고, 아울러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에겐 모든 걸 쏟아붓는 모성애에 가까운 마음도 지녔다. 난 루스가 시골의 거친 촌뜨기 소녀에서, 자신은 '랭모어'라는 가문의 저주를 넘어설 수 있다고 믿기까지 성장하는 과정이 무척 좋았다. 자신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 마티를 만난 이후, 상황은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루스는 소중한 많은 걸 잃었다. 마지막 시즌에서 루스의 운명은 어찌 될까.
<오자크>에서 많은 캐릭터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이고, 사라져 갔다. 마약 카르텔과 얽힌 이야기답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때문이다. 루스 역의 줄리아 가너는 <오자크>로 에미상 여우조연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면서 끝까지 왔고, 극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피날레에서도 이야기의 향방을 정할 역할을 할 예정이다. 입체적인 캐릭터의 향연이 다음 주면 마무리된다는 점이 무척 아쉽기도 하고, 이젠 이 미드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시원하기도 하다.
+더하기_ <오자크>의 주인공인 마티 역의 제이슨 베이트먼은 이 드라마의 감독이기도 하다. 돈세탁에 관해서라면 독보적인 재능을 지닌 마티처럼, 연기와 연출 모두 되는 다재다능함이 부럽다. 제이슨 베이트먼은 2019년에 오자크로 에미상 드라마 부문 감독상을 수상했고, 시즌3으로 골든골로브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2021년엔 미국배우조합상 TV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대단한 성과를 내고 최고의 위치에 오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정우성이나 손예진의 얼굴로 살아가는 느낌만큼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