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밤마다 (누군가에겐 유행이 지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한두 편씩 보았다. 보는 내내 감정이 요동쳤다. 아찔한 서스펜스나 스릴을 볼 때 발생하는 진폭이 짧은 진동 말고,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큰 진폭으로 움직이는 감정.
난 구씨가 매일 밤 소주잔을 기울이며 먼 산을 보듯, 그렇게 흐릿한 눈으로 그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의 인물들 중에서 염미정(김지원)과 구씨(손석구)가 많이 회자되지만, 난 염창희(이민기)의 서사와 캐릭터가 좋았다. 그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친구에게 욕하면서도 현실에선 그 사람을 담담하게 받아줄 줄 아는 캐릭터다. 객관적인 자기 인식을 가진 사람이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줄 아는 사람. 늘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지만, 자신이 필요한 자리엔 어떻게든 가게 되는 사람.
"네 얼굴하고 내 얼굴은 그냥 얼굴이 말해
뭐, 없습니다. 그냥 보이는게 전부입니다.
야! 인마 우리가 나아~
얼굴은 뭐 있을 거 같은데 아무것도 없는 사람 있지? 어?
그냥 인간들이 그냥 더 홀딱 깨.
우리 홀딱 깨진 않아. 그냥 보자마자 좀 깨."
- 염창희 대사 중
현실에 부딪히고 깨지면서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로 가득한 이 드라마를 다 봤다. 여운을 곱씹으며 남은 2022년도를 보낼 것 같다. 새해엔 나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면을 보게 되길 소망하면서.
이런 뒷북 감상평... 좀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