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요즘 젊은이들의 복고적인 사랑
금요일 밤에 스터디카페를 다녀와서 자정이 지난 무렵에 넷플릭스를 켰다. 영양 보충을 하면서 드라마 좀 볼 생각이었다. <환혼>도 끝났고 <더 글로리>도 봤는데, 이제 뭘 좀 볼까? 며칠 전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가 나오던 <사랑의 이해>를 잠시 보다가, 순간 빠져들어서 한편을 다 봤던 기억이 났다. <사랑의 이해>를 틀었다.
가장 최근 편만 봐도 앞의 이야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같은 은행을 다니는 유연석은 서비스직 문가영을 좋아한다. 문가영도 유연석을 좋아하는 눈치다. (앞쪽 편을 못 봐서) 그 과정은 모르지만 어떻게 해서 둘은 이루어지지 않고 은행 안의 다른 사람들과 연인이 된다.
유연석은 대학 후배였던 엄친딸 박대리 금새록과, 문가영은 같은 비정규직인 청원경찰 정가람과. 은행 안에도 보이지 않는 계급 구조가 존재한다. 계급 구도 안에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사랑과 연애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연석은 그 계급 구도 안에서 문가영과 정가람이 상처받을까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따뜻한 인물이다. 동시에 지금 자신의 연애를 책임져야 하므로 문가영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묵직한 사람이다.
이 드라마의 주요 인물인 유연석과 문가영의 성격은 거의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둘 다 외유내강형의 사람들이고,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소위 '고구마'형 캐릭터들이다. 눈치 보고, 감정을 감추고, 몰래 돕고.. 요즘 연애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인물들이다. 겉모습은 젊고 멋지고 예쁜데, 예전에 높이 평가받던 미덕을 갖춘 인물들이라니.
무대는 현대인데, 복고적인 인물들을 세워놓은 느낌. 난 그 점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졌다. 드라마 속 사랑과 연애는 이미 감각적이고 솔직하고 즉흥적인 현실과 유사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선, 현대의 탈을 쓴 90년의 인물들이 사랑하고 연애하는 것 같다. 이 드라마는 요즘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감성을 깨우는 것 같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감성이랄까. 사랑에 있어서 절제하고,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그런 모습 말이다.
최근 두 편을 먼저 봤다. 앞으로 1편부터 한 편씩 돌려볼 생각이다. 원작 소설이 있다던데, 드라마와 어떻게 다른 지도 궁금하다. 아, 그리고 <여신강림>에서 코믹하고 가벼운 요즘 인물을 연기했던 문가영의 변신은 놀랍다. 90년대 히로인 심은하가 돌아온 줄. 무겁고 한껏 절제된 감정 연기가 빛난다. 쭈뼛거리고 말수 적은 따뜻한 남자 역할에 유연석도 딱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