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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광용 Jul 16. 2023

좀비 이야기 좋아한다면 올여름은, <블랙썸머>

어느 때부터 바이킹을 탈 때, 공포를 걸러내고 스릴만 즐기는 법만 알게 되었다. 좀비물은 내게 바이킹을 타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28일후>,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Z>, <킹덤>시리즈 같은 작품들은 내 마음에 좀비가 쓸고 지나간 듯한 흔적을 남겼고, 늘 그런 작품을 은연 중에 기다리곤 했다.


 어제 우연히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블랙썸머>를 보았다. 나온지는 좀 됐다. 시즌1이 2019년, 시즌2가 2021년에 나왔다니, 이미 본 사람도 많을 듯. 우연히 한편을 보고 나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고, 이 시리즈를 계속 기다리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시리즈는 기존의 좀비물과는 차별화된 면이 많다. <Z 네이션>이라는 좀비물의 스핀오프로 만들어진 작품이라서인지, 카메라는 이런저런 설명없이 바로 좀비가 날뛰는 거리로 뛰어든다.


 사람들은 피난을 가고 있고, 도중에 좀비에게 쫓기다가 누군가는 물어 뜯기고 누군가는 구사일생으로 생존한다. 피난처인 스타디움으로 가는 여러 개인의 여정을 그린다. 시간이 갈수록 개인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여정을 함께 한다. 간결하게 캐릭터를 보여주고, 구구절절한 사설이 없다는 게 큰 매력이다. 잡설 없이 모든 여정의 순간을 위기 상황으로 그리고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죽은 이들은 (좀비에 물려 죽지 않아도) 바로 좀비로 변하고, 강철 체력에 달리기까지 빠르다. 쫓기는 인간과 쫓는 좀비 사이를 비추는 카메라 워크가 기가 막히다. 카메라는 인간에게 딱 달라붙어 있다. 그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비추지 않는다. 그러기에 보는 이들은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서 있는 인간에 바로 감정이입이 된다. 조마조마하고, 쫓길 땐 숨이 턱까지 차는 것 같다.


 PC주의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인종이 등장한다. 청각장애인도 있고, 영어를 몰라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인물도 등장한다. 그 캐릭터가 한국인 여자고, 영어 대신 한국말로 말한다. 그녀는 주연급으로, 영어를 할 줄 모르지만, 센스가 있고 의리도 갖추고 있어 호감형 캐릭터다. 최근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의 성공이 반영된 것 같은 설정이다.


 몇 편을 봤는데, 아직까지 <워킹데드>처럼 난삽해질 조짐은 없어 다행이다. 많은 매니아가 시즌3을 기다리고 있다는데, 끝까지 보고도 박수를 칠 수 있음 좋겠다. 짜릿한 스릴을 원하는 분들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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