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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광용 Dec 18. 2023

스터디카페에서

크리스마스를 한주 앞둔 일요일 밤의 스터디카페는 텅 비었다. 난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공간에 있는데, 바깥 공부 공간에도 학생이 하나도 없다. 휴게실에 갔더니, 중학생만 세 명 있다. 한 여학생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두 남학생은 쪽지 시험이라도 준비하는지 서로에게 공부한 내용을 퀴즈로 내고 있다. 조잘대는 변성기의 음성이 귀엽다.

 이사오기 전 동네에서 다녔던 스터디카페가 가끔 그립다. 그곳의 가장 좋은 점은, 노트북 사용 공간에 바깥이 보이는 창이 있다는 거였다. 글을 쓰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어둠 속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불빛을 보거나, 홀로 바뀌기를 반복했던 신호등을 보곤 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저런 세계 속에 사는 내가, 또 다른 세계 안에 들어앉아 있다는 실감 때문에.

 새 동네의 스터디카페는 창이 없다. 이곳에 들어오면, 세계와의 연결이 잠시 끊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저녁 8시 전에 집에서 나오게 될 때면, 스터디카페로 바로 오지 않고, 근처에 있는 공차나 이디아커피에서 두 시간 정도 머물다 온다. 카페 문은 10시나 10시 반쯤에 닫는다. 그때쯤 스터디카페에 와서 후반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 오면 어김없이 졸음이 몰려온다. 몽롱한 기분으로 뭘 좀 해보려다가 실패하고 일어서기 일쑤다.

 오늘은 집중해서 끝내야 할 작업이 있어 바로 스터디카페에 와서 앉은 지 5시간쯤 지났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낸 것 같진 않지만, 집에 있었다면 넷플릭스나 컴퓨터를 켰을 가능성이 농후한 시간에 글자와 씨름하며 보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취미이기도, 과업이기도 한 일이 글쓰기라는 사실이 좋다. 나이를 먹을수록 생산적인 취미(반대는 소비하는 취미)에 몰입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하다.

 그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지키는 것과 관련 있다. 나이를 먹고 방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뭘 하고 싶은 거지?' 하는 질문에 답을 못한다는 내용을 어느 책에서 본 적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이 뭔가를 생산하거나 창조하는 일이라면 노년에도 침체 없이 일정한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집에 가기 전에 끄적여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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