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루틴에 거의 변화가 없다.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상인데, 지루할 틈이 없고 충만하다.
아내를 태워서 출근시키고,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에,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의 헬스장에 간다. 10분을 걷는 동안 벌써 몸에 열이 나고 땀이 맺힌다.
8시 40분쯤의 헬스장은 한적하다. 부지런한 분들은 이미 아침 운동을 마쳤을 시각이기 때문이다. 한두 명의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체력 관리 중이다.
내 운동의 목표는 몸짱이 되는 게 아니다. 난 오로지 나이 들어서 몸져누웠을 때 다시 걸을 수 있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 한 의사가 그렇게 경고하는 걸 봤다.
"40~50대에 근육량을 늘려놓지 않으면, 노년에 폐렴 같은 병에 걸려 한 2주 몸져누웠다가 제 힘으로 다시 걷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누워 있는 동안 최소한의 근육이 다 빠져 버리거든요."
의사가 말미에 하는 경고가 내 가슴에 결정타를 날렸다.
"결국 부모가 입원하고 누워있으면, 바쁜 자녀가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고, 간병의 부담도 지게 되지요. 지금부터 늘리는 1kg의 근육을 나중에 가치로 환산하면 1700만 원쯤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난 면역력에도 큰 상관관계가 있는 하체를 집중적으로 단련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난 어릴 적부터 하체가 부실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키가 다 자라서 장신이 됐지만, 마른 멸치 같았다. 어깨가 비교적 넓어서 상체는 옷걸이 같았다.
운동을 하다 쉬다 하며 몸에 근육이 붙다 빠지기를 반복했지만, 하체가 부실한 건 여전했다. 최근 2년 간 헬스장을 끊어놓고도 운동은 하지 않고 목욕만 하고 오는 날이 많았다.
육아 휴직을 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자고 다짐했고,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운동 습관이 제대로 자리 잡았다. 허벅지에 근육이 붙어서 기존에 입던 바지가 타이트해졌다. 엊그제, 여름에 입을 바지를 사 왔는데 집에서 입어보니 작아서 다시 한 치수 큰 사이즈로 바꾸는 일도 있었다.
의사 홍혜걸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 스모 선수는 초고도 비만처럼 보여서 굉장히 단명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들은 엄청난 허벅지 근육을 갖고 있습니다. 배가 나온 사람도 하체 근육이 많이 있으면 그럭저럭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배 둘레와 허벅지 사이즈 사이의 건강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하체는 크게, 허리는 가늘게.
* 배 둘레 < 허벅지 둘레+장딴지 둘레
허벅지 근육을 키워야 하는 이유! 첫째, 허벅지는 포도당의 최대 저장고다. 우리가 에너지를 쓸 때, 허벅지에서 무한정 꺼내 쓸 수 있으므로 지치지 않는다. 둘째, 허벅지는 신체 최대의 쓰레기 소각장이다. 허벅지에서 노폐물이 소각된다. 그래서 허벅지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피가 맑고, 병에 잘 걸리지 않아 오래 산다.
월, 수, 금요일은 하체, 가슴, 등, 복근 운동을 차례로 한다. 화, 목요일은 다리 내전근 위주로 가볍게 한다.
새로운 습관이 자리 잡는 시간이 66일이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66일만 꾸준히, 억지로라도 하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휴직 후 83일 차인 내겐 좋은 운동 습관이 자리 잡았다. 이 습관 때문에 난 그 시간보다 수십 곱절은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