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A, B와 모임을 가졌다. 함께 대학원을 다니며 시작된 인연이 이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느끼는 일상과 인생,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요양원 원장으로 일하는 A, 작년에 관리자된 공무원 B, 그리고 나.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지만, 우리의 대화 속에는 공통된 주제가 흐르고 있었다.
이번 만남은 B가 팀원의 인사이동에서 느낀 고민, A가 기존 기관장의 관계 지향적인 조직 장악력을 어떻게 해체했는지, 그리고 내가 부모님의 노화에 따른 의사결정과 자신의 인식이 커리어 결정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야기의 공통점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내린 선택들이 어린 시절의 경험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A는 병약한 언니를 보호하기 위해 가족이 거듭 내렸던 의사결정이 여전히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B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풍요로운 일상을 살았던 어머니의 가치관과 선택이 자신의 진로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돌아보았다. 나는 아버지와의 갈등이 직장 내 권위적인 상사와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자각했다. 각자의 경험은 다르지만, 우리가 삶에서 겪는 어려움과 선택의 뿌리가 어린 시절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늙어가는 몸에 대한 이야기, 곧 도래할 완경 이후의 변화, 그리고 몸의 기능을 유지하고 싶은 바램을 나누었다. 변화하는 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하며 웃었다.
모임 장소가 골목길 안에 있어 길을 찾지 못한 지인들이 전화로 헤매고 있다는 연락이 오면, 먼저 도착한 난 그들을 하나 하나 맞이하러 나섰다. 거리에서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 팔짱을 끼고 함께 식당으로 향하는 길. 익숙한 골목을 안내하는 것이 내겐 어렵지 않았지만, 처음 온 지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인생의 많은 어려움도 그럴 것이다.
나에게는 오리무중 꼬인 일도 누군가에는 익숙한 골목찾기처럼 쉬운 일. '나 어디에 있는데 못 찾겠어!' 전화에 선뜻 나서 골목에서 반가운 얼굴을 향해 손을 흔들고 함께 팔짱을 끼고 목적지에 다다르는 삶. 그런 인연으로 우리의 일상도 촘촘히 연결되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