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기능을 내 인생에 적용하고 싶다.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는 간단한 그림부터 시작해서 일러스트, 로고, 명함 만들기 등 각종 디자인 작업하기에 편안한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을 처음 배웠던 것은 1998년 나의 첫 직장 출판사에서였다.
출판사에서 했던 일은 편집이었는데 그때 만든 책이 일러스트레이터 책이었기에 책 속 예제를 직접 만들어서 올렸었다. 편집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일러스트레이터는 가끔 그림 그리고 노는 나의 최애 취미 프로그램으로 가끔 그곳에서 위로를 얻는다. 게임도 아니고 유튜브도 아닌 그림도구 프로그램에서 위로라니.
이 프로그램의 여러 매력이 있는 기능들이 있는데 그중 지금까지 내 삶의 철학과 연결하여 생각하게 되는 기능이 있다.
바로 Undo라는 '작업 되돌리기' 기능이다.
이 기능을 클릭하면 작업하기 바로 전 단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 번만이 아니 전전 전전 전 단계까지 돌아갈 수 있다. 돌아가다 보면 아예 맨 처음 화면, 하얀 도화지 상태로 돌아가기도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에서 나는 이 기능이 가장 좋다.
때로는 손을 잘못 놀려 잘해놓았던 작업이 복구 불가능하게 전전 전 단계로 가버린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과거로 돌아간다는 회귀 기능이 나에게 매혹적인 것은 분명하다.
살면서 숱하게 실수를 한다. 집에 와서 이불 킥하다 울면서 잠이 드는 순간도 있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도 사회적으로 큰 사건 최근의 경우 이태원 참사 같은 경우도 undo기능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 클릭 한 번이면 전 단계로 되돌아가는 프로그램 상에서 나는 시간을 거스르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된 느낌에 우쭐하기도 하고, 실수를 금방 덮어버리는 것 같아 안도감도 든다.
인간사에서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이 태도가 되어 순간의 무례함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불과 5분 전 그 실수로 인해 상대의 표정이 어두울 때 undo 버튼을 누르고 싶다.
나를 바라보던 그 포근한 눈빛을 다시 보기 어려운 서먹한 사이가 되었을 때 절실하게 예전으로 돌리고 싶다.
하나뿐인 소중한 내 아이에게 찰나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막말을 했을 때 undo 하고 싶다.
카톡 대화창에 삭제 기능이 나왔을 때 나는 undo의 작은 버전이라고 좋아했다. 개인톡방인 줄 알고 사적인 이야기를 적었는데 글 올리고 보니 단체톡일 때, 얼른 삭제해도 꼭 본 사람이 있더라.
로봇처럼 인간미 없이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 되기보다 undo를 누르고 싶다.
관계에 실수를 안 할 자신이 없고 undo 하고 싶다.
하지만 인생은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 안에서 펼쳐지지 않는다.
실수해도 나를 나 자체로 봐주는 사람,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