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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ight Oct 14. 2024

Memory. 기억 절제술

당신의 아픔을 치유해 드립니다.


기억을

수술을 통해 없앨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수술상담

2. 수술집도

3. 수술후


Case 1.  남편을 잃게 된 여자


그래, 난 지금 수술 상담하러 간다. 더이상 그 기억을 가지고는 살아갈 수 가 없다. 내연녀라니. 나와 10년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있는 그의 곁에 낯선 사람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없다. 아니 믿을 일이 없어야했다. 그런데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출장지에서 돌아와 아이를 픽업하고 집에 돌아와 문을 여는 순간, 나는 내가 잘 못 온 줄 알았다. 너무나 단란해 보이던 그의 모습. 내 눈을 비볐다. 이건 잘 못 본 것이어야 한다.

그 일을 본 후 나는 친정으로 돌아와 술로 매일 밤을 지새웠다. 이를 보다 못한 동생이 넌지시 이곳을 소개했다.



“누나, 정 힘들면 기억을 지우는 방법도 있어.”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기억을 지운다니.”

“..... 그런 곳이 있다더라. 거긴 수술로 기억을 지운다던데 아는 사람만 가는 곳이라고..”



그랬다. 가서 본 그 병원은 일반 병원, 신경정신과와 다를 바가 없었다. 수술을 하는 병원 치고는 규모가 작았지만 평범했다. 내 눈에는 그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간호사가 보였고 의례히 하는 안내를 했다.



“어떤 일로 내원 하셨나요?”

“기억을 지우고 싶어요 가능한 빨리.”

“아.. 기억절제술은 상담 후에 가능하신지 알 수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뭐라고?? 기억절제술?? 그런게 있을리 만무했다. 나는 그저 약물 혹은 최면으로 기억을 일시적으로 잠재의식속에 넣어두는 방법을 쓸거라 생각했는데 기억 절제술이라니!! 머릿속이 더 혼란스러워 질 때쯤 내 이름을 불렀다.



“고선영님, 들어오세요.”



들어선 곳엔 아주 젊은 의사와 흰머리가 숭숭난 할아버지 의사가 같이 있었는데, 할아버지 의사가 책상에 앉아있고 젊은 의사는 입식 컴퓨터 앞에 서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기억을 지우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이유부터 들어보죠.

기억 절제술이란게 쉽지 않습니다”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결혼 후 있었던 이야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남편의 바람으로 힘들어 눈물을 펑펑 쏟다가 표독스럽게 남편을 용서할 수 없다는 말까지 모든 이야기를 아인슈타인처럼 생긴 그 의사 할아버지에게 이야기 했다.

상담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사연을 이야기 하고 나서도 굳은 입술로 한참을 망설인 의사 할아버지는 내게 수술의 위험이 있다고 말해주었고 수술의 과정 또한 설명 해 주었다.



“기억 절제술은 뇌 수술과 동일하지 않은 방법으로 시행 됩니다.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가 있는데 이 해마는 각기 다른 사람들과의 기억을 저장 합니다. 고선영님의 경우, 남편분과 관련된 해마를 저주파로  모두 소멸시킨 뒤 수술이 끝나고, 이 후 약물 치료를 하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남편분의 기억을 제거하게 되면 자녀분의 기억과 남편분과 그에 파생되는 모든 기억은 없어지게 됩니다.”



수술에 관한 내용은 수술 과정과 위험부담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실 위험부담이 있다고 말해 준 그 위험은 내겐 아무런 위험이 되지 않았다. 그와 관련한 10년의 기억과 아이의 기억이 도려내 진다면 아이의 기억이 없어지는 건 아쉬웠다.하지만 이내 그 생각도 사라졌다. 그 내연녀에게 살갑게 이모라 부르는 아이. 그 절망적인 순간들만 사진처럼 남아있는 내게 그와 관련한 기억들은 모두 지옥이었다.



수술 날짜를 잡고 나오는 길은

발걸음마저 달라져 있었다.



수술날,

간단한 수술은 아니라고 들었지만 체감이 안되었던 내게 수술 준비를 하는 그들의 결연한 모습은 수술의 위험을 몸소 느끼게 했다.

의사의 설명을 듣고 난 동생과 같이 내원했고 수술은 맹장 수술을 했던 때의 준비와  다르지 않았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시간을 기다렸다.



다섯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이 끝났다고 했다. 메스에 도려내 진 살점 하나 없이 수술은 끝이났다. 다른 수술과 달랐던 건 수술 후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바로 퇴원이라는 점이 달랐다.



“고선영님 보호자 되십니까?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수술 후 후유증이 생길 확률은 적지만 앞으로 한달간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어떤 걸 조심하면 되나요?”

“도려낸 기억과 관계된 사람과 접촉을 피하셔야하고, 때 맞춰서 약을 드셔주셔야 합니다.

다른 이상이 발견 된다면 즉시 내원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 고지는 드렸습니다만 보호자분께서도 아셔야해서 말씀드립니다. 기억절제술은 나라에서 금하고 있는 수술입니다. 소개로 오셔서 해드렸습니다만 비밀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동생의 차 안에서 졸았나보다.

깨어보니 동생이 편도선약이라며 약봉지와 물을 건냈고 편도선염이 너무 심해 수술을 받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설명 해 줬다.

별다른 생각없이 집으로 왔지만

내가 편도가 부었었나? 수술을 받았었나?

하는 의구심은 가시질 않는다.



편도선 수술 후, 나는 종종 이상할 때가 있다.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낯선 집 앞에서 정신을 차리고 돌아올 때가 있었고, 낯선 남자가 내 이름을 부르며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용서을 비는 일도 겪었다.

그리고 제일 이상했던건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이었다.

이외에는 이상할 것도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외 내 일상은 여전히 그대로 평온했다.



<작가의 후기>


얼마 전 김재중 배우님이 출연하신

‘나쁜기억 지우개’라는 드라마를 흘러 봤습니다.

한 두씬 정도요.

가수 동방신기였을 때의

모습과 미성이라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미리 밝혀 둡니다.

이 소설은 ‘게르만 신화 내지는 소설’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달짝지근 내지는 말랑말랑한 소설이

아니니 미리부터 속단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기획은 2016년도 겨울 ~ 2017년도

그리고 지속적으로 검수내지는

검토를 받아야했던 터였고

그리고 전 좀 느린 사람이라

좀 늦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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