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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Mar 13. 2024

난 명랑한 은둔 백수!(마무리글)

짜릿해!~

내가 누구인지 설명해야 될 때가 있다.

주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인지

듣고 나서 태도를 정하겠다는

상대의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말이다.

그럼에도 "알아서 뭐 하게요?"라고 

말할 정도로 성격파탄자가 아니기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고민하면 이상해 보인다)

나를 정의하는 단어가 필요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까 은둔형 외톨이일까?

은둔형 외톨이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사회생활에서 겪은 스트레스로 인해

집에만 머무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난 궂은 날씨만 아니면 

규칙적으로 산책을 다녔고,

한동안 요가도 다녔다.

도서관 하고 재래시장도 다녔고,

날이 좋은 날은 근처 산에 가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은둔'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으니

[세상일을 피해 숨음]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집에만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일을 피해서 숨어야 하니 난 은둔 중이었다.

사회활동을 끊고 거의

모든 시간을 혼자 보냈으니까.

그럼 외톨이인가?

외톨이의 사전적 의미는

[매인 데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는 홀몸]

이라고 되어 있다.

매인 대는 없어도 의지할 필요가 없었다.

굳이 의지를 해야 되나?

사회생활 할 때 극심한 스트레스로

사람들을 만나 하소연하고

위로받아야 했기 때문에 많이 의지했다.

지금은 스트레스 프리한 상태라 의지 할 필요가 없다.

홀몸이라.

이 단어는 임신부와 이상하게 연결되었다.

드라마에서 "제가 홀몸이 아니라.."

라고 말하며 배를 쓰다듬는

임산부 캐릭터를 봐서 그런가?

사전적 의미는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사람]이란다.

난 배우자는 없지만 동생은 있다.

그리고 낯가림이 심한 손주를 돌봐서

이전보다는 덜하지만 아주 가끔 보는 언니하고

요가수업에서 알게 된 동네 언니하고

드물게 만나서 밥 먹는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서

많이 애정하는 분하고 소통한다.

그러니까 외톨이는 아닌 셈이다.

그러면 난 누구지?

나를 뭐라고 설명해야 될까?

그렇게 찾은 단어가 "은둔 백수"였다.

은둔 생활을 했고 글을 쓴다고 해도

단 돈 1원도 벌지 못하는

순수하게 수입 0원인 백수였다.


사실 언제까지 은둔 백수로 살지 모르겠다.

통장잔고가 거의 다 떨어져 정부에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쓴 글이 상업적으로 인정받아

출판사나 제작사와 계약해서

은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은둔 작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

그리고 [명랑한]이란 단어는

내가 얼마 전에 읽었던 [명랑한 은둔자]

라는 책에서 가져왔다.

은둔 생활 초기에는

많이 침울하고 음침했지만,

지금 내 얼굴은 내가 봐도 빛이 난다.

20대 자소서에 내 성격을

설명할 때 많이 썼던 "활달 명랑"하다는 표현이

어울리게 자주 웃고 편안해 보인다.




그렇게 명랑한 은둔 백수로 잘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글을 읽는 분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만족하는 삶을 찾아서 즐기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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