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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Dec 15. 2021

제주 독립서점 방문기

취향 저격 맞춤 여행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하면서 무엇을 할까?


그래서 To do list(투두 리스트)를 적었다.

버킷 리스트라고 적기에는 하고 싶은  없었다.

'간절하게 바라면 이용당한다'라는 가슴 아픈 경험에서

언제부터인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제주도 역시 10년 전 경험으로 실망이 컸기에 올해는

작은 호의와 화창한 날씨만으로도 만족감이

높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 투두 리스트는 두 가지였다.

1) 요가 수업 참석.

2) 독립서점 방문.


올해 8월에 제주도 한 달 살기 숙소를 예약했고,

11월 초에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조금 더 일찍 제주도에 도착해서

함덕 해수욕장 근처에 게스트 하우스에 이틀 지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오는 꼬불꼬불한 도로에

멀미가 났고, 2명이 앉는 좁은 일반 버스 좌석에 낯선 사람하고 엉덩이 싸움하면서 1시간 50분을 앉아

있으려니 그런 곤욕이 없었다.


지인이 제주도 표선면 태생이었는데, 서울 올라오기 전까지 공항 빼고는 제주시를 갈 일이 없었다고 했다.

당시에 그 작은 섬에서 1-2시간 가로질러가면서 닿을 거리에 20년 이상 서귀포 혹은 제주시 작은 곳에서

어떻게 살까? 궁금했었는데, 그 버스 속에서 완전 이해했다.

그래서 제주도 요가 수업에서 검색 범위가

"서귀포 요가"로 줄어들었다.


검색을 하면 몇 개의 요가원의 정보와 후기를 볼 수 있었다.

바다 바로 앞 해변에서 하는 야외 요가 수업도 있고,

요트에서 하는 수업도 있고,

귤 밭에서도 수업이 진행되었다.

특이한 장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가 수업이 있어

요가원의 매달 시간표를 보고 연락 후 참석하면 되었다.


다만, Drop-in이라고 1회성 수업이 제공되는 곳이

많지 않았다.

한 달 지내면서 여러 수업을

참석하고 싶었던 욕심을 접고,

한 요가원에서 꾸준히 수련하자 싶은 마음에 연락했다.


집에서 가깝고, 후기도 좋아서 주 2회 혹은 주 3회를 참여하고 싶었는데, 요가원에서 11월 말경까지 하신다고

연락 주셔서 포기.

다른 곳은 1회 무료 수업 참석할 수 있다고 해서

연락을 했는데 답변이 없었다.


그렇게 요가 수업을 검색하며 올레길을 걷다 감기에 걸렸다.

일교차 큰 것을 계산 못한 내 잘못이었다.

감기 걸린 후 10일 정도 바다와 귤밭이

반반 보이는 집에서 시간을 보낸 후

투두 리스트에서 '요가 수업'은 과감하게 지웠다.



독립서점 한 곳에서 '제주 독립서점 지도'를 얻게 되었다.

집에서 멀리 않은 곳 우선으로 방문했다.


1) 북타임


지도상에는 가까이 있었지만,

카카오 맵에 검색했을 때는 1시간 이상 걸렸다.

이렇게 멀다고? 얼마 전에 이사하셨다고 한다.

쨍쨍 비치는 해와 강하게 부는 바람이 꼭 내 코트를 누가 먼저 벗기는지 시합하고 있는지 의심되는 날씨에 방문했다.

멀리서도 서점임을 알 수 있는 건물을 발견했다.

독특한 그림 간판을 보고, 혹시 그림책이 많지 않을까 기대했고, 역시나 제주 해녀와 4.3 사건 관련된 그림책 이외에 다수의 책을 만날 수 있었다.

귤밭에 그림이 제주스러웠다.

열어

닫아

쉬어요.

알기 쉽게 설명 해 둔 영업시간을 확인 후에

마주 보고 있는 건물 중에 오른쪽 건물 앞에

책방지기님 계셔서 인사 후 들어갔다.

책을 많이 좋아하는 분의 개인 서재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독립서점지도에 서점 방문 시에 지켜달라는 에티켓이 있다.

1) 사진 찍기 전에 물어보기.

- 단 한 곳도 안된다고 말한 곳은 없었다.

2) 서점을 위해 책 한 권 구입하기

- 카페를 겸하는 곳은 음료를 주문했고,

   서점만 운영하는 곳은 책을 구입했다.


제주 안심 코드 찍고 책방지기님한테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허락받고 천천히 구경했다.

그림책이 한 곳에 진열되어 있어서 한동안 서서 읽었다.

4.3 사건 관련 그림책은 마음이 아파서 다 읽지 못했다.


그러다 발견한 익숙한 그림..

나 이 그림 아는데..

에바 알머슨이었다.

제주도에서 에바 알머슨이 그린 해녀 그림책이라니!

실제 작가님이 제주도에 방문하셔서

해녀분들의 삶을 보고 그리셨다고.

한글, 영문판이 있었는데 영문판을 보고 바로 구입했다.

책 앞에 놓여 둔 돌 역시 제주다웠다고 해야 될까.

나중에 인스타에 포스팅을 했는데,

작가님이 '좋아요' 눌러주셔서 그날 기분이 좋았다.



다른 건물은 책장이 독특했다.

정면에 앉아있는 피노키오하고 옆에 있던

'책 먹는 여우'의자까지.

과일상자에 빨간 칠을 하셔서 책장으로 사용하신 센스까지.

곳곳에 책방지기님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그리고 책 앞에 붙여져 있던 책방지기님이 자필로 적은

책 소개 글 역시 하나씩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바닥을 걸을 때마다 '뽀득'소리가 났고,

어릴 적 모든 것이 낯설었던 국민(초등) 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그렇게 구경하고, 입구에 놓인 바구니에 있던 귤 두 개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2) 백주 산보


독립서점지도에 없는 곳이다.

다른 서점을 가려고 검색하다, 매주 마지막 주 토요일은 서귀포시 문화도시 책방 데이 라며

여러 서점에서 하고 있는 이벤트 게시글을 발견했다.

'사진과 음악 있는 풍경'을 보고 문자 보냈지만,

당일이라 이미 마감되었다고 했다.

대신 계속 전시가 진행된다고 해서 며칠 뒤에 방문했다.


지금은 귤 수확철!

서귀포시 어디를 가도 주렁주렁 달린 귤을 볼 수 있다.

그런 귤 밭과 바다가 계속 보이다 내린 버스정거장

근처에 서점이 있었다.

서점보다는 청담동에 있을 법한 카페 외관을 하고 있었다.

들어가자, 어떤 분야인지 딱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예술가의 분위기를 풍기시는 책방지기님이 반겨주셨다.

전주에서 사시다 제주도 오신 지 여러 해라고 하셨다.

제주도를 즐기러만 오면 3년, 일을 해야 오래 머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서점과 카페를 시작하셨다고 했다.

따뜻한 실내와 소품과 책이 책방지기님 분위기하고

비슷해 보였다.


직접 로스팅을 하신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도 주문 가능했지만,

백주 산보 블렌딩 커피로 핸드드립 부탁드렸다.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 관련 책이 많아서 읽다가,

사진 전시가 생각나서 전시를 보러 옆 건물로 이동했다.


건물 사이에 있던 물과 나무다리.

나무다리를 건너자, 미술관에 방문한 듯한 공간이 나왔다.

김형석 작가님의 '3 guys, 3 days'에 전시 중이었다.

한 곳에 앉아서 책을 읽던 다른 손님한테

피해 주지 않으려고 조용히 작품을 관람하고

나 역시 소파에 앉아서 샘플북을 봤다.


재즈 음악이 흐르던 카페 하고 다르게 적막한 분위기에

조용히 사진첩 보고 커피가 있던 내 테이블로 왔다.


내년 봄에 올 예정인데,

그때 다시 방문하겠다고 인사하고나왔다.


3) 그건 그렇고

가장 먼저 방문했던 서점.

지도 역시 이곳에서 구했고,

각 서점마다 스탬프가 있다며 도장도 꾹! 찍어주셨다.


천제연 폭포 근처에 있어서 원래 계획은 서점을 방문하고, 천제연 폭포를 보고 올레길을 좀 걷다 집에 와야지였었는데.

책방지기 님 하고 공간이 너무 좋아 눌러앉아서 느지막하게 천제연 폭포를 보러 갔지만 오후 4시 50분이 마감시간이라 입장하지 못했다.


10일 뒤에 서둘러 천제연 폭포를 보고,

 다시 방문할 정도로 내 이번 여행에서 마음이

가장 편했던 공간이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너무 생뚱맞은 곳에 있어서,

작은 간판이 없었다면 지나쳤을 듯했다.

그래서 책방지기님도 외진 곳까지 오니라

고생 많았다며 반겨주셨다.

첫날에는 나 혼자 있어서,

서점이 어떻게 유지될까 걱정했었는데,

재방문에는 많은 손님들이 와서 북적거렸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데,

많은 사람이 반갑기는 오랜만이었다.

콜드 브루 라테를 시키고 책을 읽다,

떡볶이가 맛있다는 글을 봐서 부탁드렸다.

주문받으실 때 약간 맵다고 하셨는데..

진짜 조금 매웠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어서

땀 흘리면서 '쓰~~' ' 햐~~' 이러면서 먹고 있을 때,

따뜻한 차 한잔을 갖다 주셨다.

두 번째 방문에는 콜드 브루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책을 읽는데, 내 앞에 처음에는 초콜릿이,

1시간 뒤에는 귤이,

1시간 뒤에는 판매하시는 계란 과자가 놓여있었다.


더 있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해가 지기 시작했다.

친구한테 선물할 시집을 한 권 구입하자,

깔끔하게 포장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혼자 여행하다 사람의 온기와 환대가 그리울 분들한테

이곳을 추천한다. 책방지기님하고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다정하셨다.


4) 인터뷰


책방데이에 다른 이벤트가 있나 검색하다,

이곳에서 열리는 북 토크 이벤트를 보고 참석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다.

당일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참석 가능하다고 해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북 토크 전에 '빙떡'을 만드는 이벤트가 있었다며,

도착해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을 때

빙떡 하고 같이 주셨다.

약간 출출해서 빙떡을 맛있게 먹었더니,

비어 있는 그릇을 보고 빙떡을 리필해주셨다.


일찍 도착해서 정말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어르신들이 오시면서 자리를 양보해야 되나? 눈치가 보였지만,오르막을 걸어와서 힘든 상태라 모르쇠하고 작가님의 강연을 편하게 들었다.

이날 강연자는 주강현 박사님으로 국립 해양박물관 관장을 역임하셨던, 작가님 본인을 육지 것이라고 표현하지만, 누구보다 제주도에 대해 많이 아셨다.

그분의 '제주기행' 책을 주제로 강연을 하셨다.

난 서점에 도착하고 책만 읽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좋은 곳에 서점이 있을 수 있냐며

감탄하시는 작가님의 말을 듣고 주변을 보니

뒤에는 한라산이 앞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헉헉 거리며 올랐던 오르막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트램이 다니는 샌프란시스코가 연상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강연에 참석했던 분들 대부분이 나이대가 있었다.

여자 한 분을 빼고는 내가 가장 어린 듯했다.

나이대가 있으셔서 강연 시간에 작가님의 말에

경청하고 조용히 공감했다.

(젊은 층은 강연을 들으면서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강연이 끝나고 책을 구입하면 사인도 해주시고,

사진도 같이 찍어주셨다.


재미있는 책이 많아서 시간을 보내다 해가 많이

저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가는 길을 검색해서 버스를 확인하니

30분 뒤에 도착이라고 뜨고,

도보로는 49분 걸린다고 해서 내리막길이기도

해서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해가 지는 시간 흐름대로 노을빛이

다채롭게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가 놓인 위치에 따라 변하는 하늘의 색을 보면서

행복했던 하루였다.


5) 라바 북스


남원읍 위미리,

제주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서점이라 소개한 글을 봤다.

사람들한테 위미리가 따뜻하다,

살기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보행로앞을 안 보고 갔다가 귤에 헤딩할 뻔했다.

만개한 동백꽃을 보면서 흩날리는 벚꽃과는 다르게 동백꽃은 큰 꽃이 그대로 '툭' 떨어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내년을 기약하며 지기 시작하는 다른 꽃과 다르게 청개구리마냥 12월 추운 날씨가 시작될 때

피기 시작하다가 '나 이제 가겠소'라고 쿨 하게  

'툭' 떨어지는 붉은 꽃.

따뜻한 날씨와 바다, 조용한 마을이 좋아서

서점을 발견했음에도 주변을 걷다가 들어갔다.

여지까지 방문했던 서점 중에서 가장 작았다.

그리고 서점. 말 그대로 책을 파는 곳답게 커피를

마실 수 없고, 책을 읽기도 조금 불편했다.

그럼에도 제주에서만 살 수 있는 소품을 비롯해서

독특한 아이디어에 저절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게 하는 마술을 부리는 문구가 많았다.

한 곳에는 그림책이, 다른 곳에는 문구류와 큐레이션 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책보다는 문구 쪽에서 시간을 더 보내다,

제주도를 많이 좋아하는 지인한테 선물할 귀여운 그림과 함께 제주도 여행 정보가 담겨 있는

'제주섬' 책을 한 권 구입했다.

구입할 때 선물할 건지 물어보셔서 고개를 끄덕이니,

라바 북스가 적힌 깔끔한 종이봉투에

넣어 스티커로 봉해주셨다.

선물 받고 좋아할 지인 얼굴을 상상하며 인사하고 나왔다.



12년 전에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계속된 여행에

몸도 힘들고,처음 보지만 모든 것이 시큰둥했다.

싱가포르에서 여행 권태기가 왔었다.

그럼에도 계획된 일정 동안은 해외에 있고 싶어 고민하다,

뭔가를 배우자 싶었다.

어릴 적에 태권도를 했었다.

그래서 태국에는 관광보다는 전통무술인 무에타이를

배우기로 하고, 체육관에 메일 보내서 5일 뒤부터 수련했었다.


어설픈 영어에 낯가림이 심하기도 한 예쁘지 않은

동양 여자가 외국애들하고

어울려서 하이틴 영화 같이 뭔가 그럴듯한 에피소드를 만들며 여행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태국에서 무에타이 수련에 진심인 키 작은 여자가 열심히 하는 모습에 트레이너들이 챙기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미친 속도로 영어를 하던 유럽, 호주 , 미국 친구들이 내 속도에 맞춰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운동을 하면서 살도 많이 빠지고,

지금도 연락하는 외국 친구도 생겼다.

거기에 좋은 추억과 자신감은 덤으로 얻었다.


그래서 난 여행보다는 거주를 선호한다.

제주도 역시 독립서점에서 만난 책방지기님들이

제주도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다.

외지 사람들이 본 제주.

나도 언젠가는 겪을 수 있는 그 경험을.


제주도에 한 달 살기 혹은 1주일 정도 시간을 보낸다면

주제를 정해서 지내보시라고 권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올레길'을 비롯해서

'작가의 산책길' , '절로 가는 길' , '천주교 순례길'

'맛집 투어'  ' 스쿠버 다이빙 투어' '독립서점 투어'

' 미술관 투어' ' 요가 클래스 투어' '카페 투어'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는 테마를 1-2개 가지고 일정을

짜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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