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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Jan 04. 2023

말레이시아 단상 3

파란만장했던 숙소 이야기

2003년, 중국에 있는 협력 대학에 1달간

문화체험 & 어학연수를 겸한 방문 이후로

꾸준히 여행을 다녔다.


멀리는 호주, 유럽에 있는 몰타,

가깝게는 일본과 대만, 태국 등.

대학 기숙사에서부터 호스텔, 호텔은 물론

산속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에 있는

일반 가정집에서 홈스테이까지 했었다.

다양한 숙박 형태를 경험하면서

새삼 집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도 했고,

때로는 그곳에서 평생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세상사가 그렇지만 장단점이 있었다.

이번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생각하지도 못한

느닷없는 경험에 여행을 다 접고

한국으로 가야 되나 매초마다 고민했었다.


1. 쿠알라룸푸르


1) 창문 없는 고시원


치앙마이에서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하는 시간이

저녁 7시였다.

내 최종 목적지는 말라카로 쿠알라룸푸르에서

버스로 2시간에서 2시간 30분 걸리는,

세계 유산에 등재된 도시였다.

 공항에서 마지막 버스가 9시였다.

7시에 도착하더라도 세관 통과가

오래 걸리면 당일 도착은 어렵다 생각해서

공항 근처로 숙소를 검색했었다.

 근처라도 해도 왕복 택시 비용이 따로

들기도 했지만 숙소 상태가 별로였다.

그래서 공항 내 캡슐 호텔을 알아봤는데

소음이 심하고 여자전용으로 예약했는데

옆 침대에 남자가  자고 있다는 후기를 보고

바로 시내 쪽으로 검색했다.


KL센트럴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 같은 곳 근처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호텔에 하루 묵고 다음날

말라카로 가는 계획으로 수정했다.

도보로 10분 이내로 찾아서

후기가 괜찮은 곳으로 예약했다.

세관에서 1시간 30분 정도 발이 묶여 있었고,

공항에서 버스 기다리는 시간 30분.

KL 센트럴역까지 버스로 1시간이 걸렸다.


거기서 도보로 10분 내에 있는 호텔이라

금방 도착했지만 방 상태를 보고 기겁했다.

3평이 될까.. 내가 팔이 긴 편인데

양팔을 뻗으면 벽이 닿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좁았다.

창문도 없고.. 리셉션에서 열쇠 받을 때 금액을 보니

호텔 예약했던 사이트보다 더 비쌌다.

캐리어가 20킬로, 백팩이 7킬로.

이 무게를 들고 이동이 힘들어서 그냥 샤워했다.

문제는 답답하고 좁아 우울해 잠이 안 왔다.

이날 뜬눈으로 날을 새고

아침 8시에 체크 아웃해서 우리나라로 치면 고속버스터미널인 TBS로 향했다.

전날밤.. 리셉션에 따졌어야 했어야 했나.

사이트에서 본 객실은 창문도 있고

책상과 침대 사이에 공간이 꽤 되었는데,

실제 방은 딱 붙어 있었다.

그런데 전체 건물을 봤을 때 방 상태가

다른 곳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 금액에 이런 곳에 묵었다니..

내가 바보 같고 속은 느낌?

어찌 보면 그래서 다음 행선지로

서둘러 떠났을지 모를 일이다.


<5일 말라카 여행 후 공항 가기 전>


2) 인도 남자 향수 냄새가 났던


말라카 5일 지낸 후

바로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가려고 했었다.

그러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놓치게 되면

다음 행선지인 코타키나발루 도착이

어렵다는 생각에 전날 이동했다.

국내선이라 다시 구입해도 비용이 비싸지는 않겠지만

이곳에 단 하루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고속버스터미널인 TBS에서 그랩을 불러서 가는 길.

태어나서 이렇게 말 많은 운전기사를

본 적이 있을까 싶은 기사를 만났다.

따따딱... 따따딱..

서술형으로 자기 말만 하다

가끔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말을 자르고 자기 이야기만 주야장천 해댔다.

그러다 내가 머무는 호텔 주변이

 밤에 우범지대라고 한다.

이케아가 근처에 있고,

건너편에는 중국 식당이 많지만

저녁에 내가 머무는 호텔 쪽으로는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호텔에 체크인해서 방을 봤을 때는

저렴한 비즈니스호텔 느낌이었다.

시설도 깔끔하고, 사이트에서 봤던 사진보다

좁아 보였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전날 싸구려 향수를 뿌리는

인도 남자가 지냈는지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

창문이 꽤 컸는데 열리지 않았다.

조금 있자, 머리가 아팠다.

정말 싫어하는... 극혐이라 말할 수 있는 냄새였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던 향수를 여기저기 뿌리다가,

나중에는 에어컨 바람 나오는 곳에 뿌렸다.

내 향수 냄새가 싸구려 남자 향수를 덮어 갈 때

욕실 문을 열고 환기 스위치를 켰다.

편히 쉬어야 할 공간에서 노동하고 있었다.

조용한 방을 달라는 요청 그대로

외딴곳에 있는 방을 줘서 조용하게 머물다 왔다.

냄새 빼면 괜찮았다.


2. 말라카


1) 이건 내 실수.

위치에서 9점 이상.

대체로 후기가 좋아서 예약했다.

체크인을 했는데 방에 욕실이 없다..

어딨 냐고 묻자 공용 욕실이라고 한다.

아.....

호텔 사이트를 다시 보는데

사진에 분명 욕실이 있었다.


아래 포함사항에 욕실이 빠진 것을 그곳에서 봤다.

말레이시아가 태국보다 물가가

비싼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이 가격에

공용 욕실이 있는 호텔일 수 있는지.

그런데 공용 욕실이 있는 숙박형태라면

호텔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되는 건 아닐까?

항의를 하기에는 전날 뜬눈으로

날을 새서 정신이 없었다.

공용 욕실이던 개인 욕실이든 샤워하고 쉬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객실이 꽉 차 있었지만

움직이는 시간대가 다른지 단상 2에서 썼던

말레이 가족 3명 빼고는 마주치지 않았다.

생각 외로 조용했고

(새벽에 체크 아웃하는 사람이 있으면 시끄러웠다.),

바로 앞이 강이고 시내 중심에  있어서 이동도 편했다.

주변에 푸드코트가 많아서 생활하기는 좋았다.


2) 온몸으로 느꼈던.


태국에 비수기 때 와서

특가로 뜬 호텔을 저렴하게 묵었었다.

그 버릇 어디 안 간다고.

방이 많을 거라 생각했던 내 판단 실수 + 하이 시즌

(크리스마스&새해)으로 방이 없었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는 90% 판매 완료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10% 중에서 찾아야 했으니 가격이 비싸거나

시설이 낙후된 곳만 남은 듯했다.


이제는 사진에 욕실이 있어도 포함사항을 눈여겨본다.

그러다 한 곳을 발견하고 옮겼다.

방도 넓고, 욕실 당연 내부에 있고 조용했다.

차가 지나가기는 했지만 소음이 크지 않았다.

사람들 말소리보다 자동차에서 나는 소음이 낫다 싶었다.

밖에 나가 돌아다니고 저녁 10시경에 왔을 때,

조용한 그곳이 좋아 다음 날도 1박을 예약했다.


그런데.. 12시가 넘어가면서 앞에 있는 도로를

아우토반처럼 질주하는 차량과 오토바이 소리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낮에는 차가 많아서 그렇게 달릴 수 없었다)


신호가 걸려 있으면 조용했다가,

신호가 바뀌면 저 멀리서부터 굉음을 내며

달려오는 차량에서 나오는 소음과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야 한다 자기 최면을 걸고 잠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들지 못했다.

영화 속 상대를 고문하기 위해

철로나 도로 한가운데 온몸을 묶어,

던져 놓은 인질처럼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들이 도로와 한 몸인 듯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어떻게든 버티겠는데

다음 날도 이곳에서 자야 한다는 생각이 더 싫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단상 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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