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슬주 Jan 07. 2023

말레이시아 단상 4

파란만장 숙소 이야기, 코타키나발루

3. 코타키나발루


1) 펍이 문 닫은 후에나 잠이 들 수 있었던


새해를 코타키나발루에서 맞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는 내 게으름으로 망쳤지만

새해만은 놓치지 않을 거라는 다짐으로

서둘러 알아봤었다.

이건 이케아

에어비앤비로 본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내 7일 여행 기간 중에 첫날, 마지막날이

예약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첫날하고 마지막 날은 시내에서 따로 잡고,

5일은 그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그랩을 잡아

순탄하게 호텔에 도착했다.

이름도 스웨덴을 연상시키는 쿨한 이름에,

사진상으로 본 가구나 인테리어가 멋져 보였다.


방 카드를 받고 문을 열었는데 창문이 없다.

헉!!!

아니 대체 왜 창문 없는 방을 만드는지..

그것도 호텔에..

여지까지 여행 다니면서

창문 없는 객실은 생각도 못했었다.

쿠알라룸푸르 악몽이 살아나서

이번에는 캐리어를 두고 호텔 사이트 사진을

펼친 대로 리셉션으로 내려갔다.

그래서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에 창문이 있는데 지금 방에는 없어.

그랬더니 왜 그렇게 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오늘 머물 방이란다.


그래서 항의했다.

방상태가 이렇고 창문이 없었다면

 난 여기 절대 안 왔다.

내가 믿을 건 사진 밖에 없는데

너네가 거짓말한 거 아니냐.

사이트에 사진 업데이트 AI가 하냐?

 너네가 하지..


그랬더니 다른 방을 줄 수는 있는데 돈을 더 내란다.

그래서 그 정도의 추가금이었다면

다른 데 갔을 거라고.

낼 수 없으니까 다른 방을 주던지

아니면 취소해 달라고 했다.

다른 곳 가겠다고 강경하게 나갔다.

귀찮아서 이렇게까지 여행하면서 안 따지는데..

저번 것까지 분풀이 하나?

싶을 정도로 강하게 말했다.

이것도 이케아

매니저라는 사람이 오더만,

자기들 실수도 있지만 금액 차이가 난다고

절반이라도 달란다.

그때 시간이 8시였다.

그래서 이들이 원하는 돈의 절반 주고

다른 객실로 옮겼다.


문제는 건너편 펍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노래를 심각하게.. 못 불렀다.

몽유병이 있으면 자다가 걸어가서

기타를 부셨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음치였다.

노래 녹음해서 동생한테 보낸 후 나눈 대화


호주에서 이런 펍 위층에서 머문 적이 있다.

당시에는 가수가 노래를 잘해서 펍에 안 가고도

누워서 노래 듣는구나. 횡재한 기분이었는데

이번에는 고문이었다.


이어폰 꽂고 볼륨을 최대로 올린 상태로

12시까지 놀았다.

펍 영업이 끝나고 잘 수 있었다.


2) 거짓말에 끝판왕


전날 잠을 설쳐 일찍 일어나

근처 바닷가를 걸어 다녔다.

시내에 있어서 아침임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다음 숙소.

그러니까 내가 1주일 머물면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3번 이동할 작심하게

했던 곳에 문의했다.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캐리어만 둘 수 있냐고.


그랬더니 11시 30분 이후에 체크인해도 된다는

연락을 받아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꼬불한 산길을 한참 달리다

집이 드문 드문 보이는 시점인.

그러니까 거의 꼭대기에 있는 전원주택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에도 방갈로라고 적혀 있어서

산속에서 책 읽고 글 쓰면서 지낼 마음으로

왔던 곳이라 더 좋았다.

이  집이다.. 속지 마시길

도착해서 메시지를 보내니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내가 머물 집을 안내하는데.

정원에서 위가 아닌 아래로 향했다.

이상했지만 따라갔다.

이렇게 내려갔다. 옷 걸린 데가 문

열린 문으로 들어가서 보니,

실내는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봤던 사진 그대로였다.

그리고 창문 밖으로는 울창한 수풀이 보였다.

실내 곳곳에 게스트를 위해 신경 쓴 부분이 많이 보였다.


창문에서 본 풍경

한국어로 된 책자와 지도도 준비되어 있었다.

코타키나발루가 세계 3대 석양이라는 소문대로.

선셋 보러 왔다고 말하면서 감상하기 좋은 지점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2군데 추천을 받았다.

하나는 무슨 공원 앞이고,

다른 하나는 탄중아루 해변.


쉬라고 하면서 집주인은 나갔고.

난 짐을 풀면서 전날 열악했던 호텔에서 벗어나

이곳에 머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집주인한테 1시간 뒤에 시내 나갈 예정이라며

시내 가는 길을 알려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차를 타고 가면서 설명하는데

집에서 시내까지는 도보로

40분에서 1시간 걸린다고 했다.

문제는 그 길이 인도가 아니라 차도였고.

꼬불한 산길이라 정말 위험해 보였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는 시내나 편의시설에

접근이 용이하다고 쓰여 있었는데

그건 그랩을 이용해야 가능했던 이야기였다.


아무렇지 않게. 이 길을 걸어가면 시내라고 설명하는

집주인 얼굴을 쳐다봤다.

'너라면 이 길을 걸어갈 수 있겠니?'라는

표정이었는데 설명하니라 바빠 보였다.

그랩 부르고 기다리는 길

산꼭대기에 있어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시내에 나갔을 때

아침 먹을 것을 준비해야 했다.


집주인이 시내에 내려줘서 돌아다니다가

밤 9시경에. 그랩을 타고 도착했다.

그랩기사가 여행자 같은데 왜 이런 곳에 머무냐고.

환불해서 시내에 머물라는 조언을 할 정도로

산 꼭대기였다.

그런 만큼 주변이 조용하겠구나 싶어 웃으며 넘겼다.


집에 들어가서 문을 여는데

지하실 곰팡이 냄새가 났다.

음.. 뭐지?


방에 들어가서 밤이지만

창문하고 현관문까지 다 열었다.

에어컨을 제습으로 해서 돌리고.

그동안 샤워했다.


그러다 11시가 됐을 때 문을 닫고

앉아서 TV를 보는데

냄새가 점점 심해졌다.


집 구조가 특이했다.

외국 절벽에 지어진 성처럼.

땅 위로는 지어진 집은 집주인이 살고.

그 아래. 땅에는 내가 머물고 있었다.

창문 밖에는 울창한 수풀이 보인다고 해도

여긴 지하실이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두통이 심했다.

몇 년 전, 제주도를 여름에 갔었다.

산에 위치한 펜션에 머물 때

습기로 두통이 심해서 하루 머물다가

시내로 나온 적이 있다.

딱 그 증상이었다.

가슴도 답답하고.


집주인한테 메시지로 지하실 곰팡이 냄새

때문에 두통이 심하다.

사이트에 보이는 공간은 네가 사는 곳이고

사실 여긴 지하실 아니냐.

내일 나갈 테니 환불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환불해 줄 테니 절대 후기는 남기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옆 집. 여기가 산 끝이었다.

그래서 여기가 후기가 4.8..

그러니까 거의 만점에 가까웠구나 싶었다.

집주인은 그곳에서 사는 방법을 메시지로

남겨주면서 시내 나갈 일이 있을 때 겹치면

언제든 데려다주겠다는 등

말레이시아에서 보기 드문 친절을 보였다.


그래서 후기 안남기겠다. 환불 처리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그곳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정말 기대했던 곳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사람을 속이는지.

엄연히 사기라고 본다.

사진은 자신들이 머무는 2층을 올리고,

실제는 지하 방을 줬으니.

에이비앤비 와서 곰팡이 냄새에

층간소음을 겪을 줄 몰랐다.


집을 나설 때 옷걸이에 걸어 둔

면마스크를 쓰는데 지하실 냄새가 났다.


그때 영화"기생충"에서 부잣집 아들이

제시카 쌤한테 나는 냄새라고 말했던

그 냄새를 코타키나발루에서 맡으며

체크아웃했다.


3) 새해 전날 가격 폭등에 걸린 호텔


체크 아웃이 12월 31일.

호텔 예약 사이트를 보니

얼마 전에 9만 원이었던

곳이 21만 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도 95%가 팔렸다고 쓰여 있는 것 보니

이번에도 좋은 곳에서 지내기는 힘들겠다 싶었다.


새해 연휴가 끝나는 2일부터는 정상가로

돌아오는 듯해서 31일과 1월 1일 이틀을

머물 곳을 찾았다.


머리가 아파왔다.

이제 호텔 예약 사이트 그만 좀 봤으면

할 정도로 질려 있었다.

호텔 사이트에는 정말 가고 싶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후지거나 비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또 에어비앤비를

찾아보다, 후기가 많으면서 좋은 A 아파트

발견해서 예약했다.

호텔 사이트하고 다르게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인 호스트 역시 승낙을 해야

예약이 확정된다.

마음이 급한데 승낙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한참 뒤에 호스트한테 메시지가 왔다.

그 집에 6개월 머물던 게스트들이

late check out 늦게 체크 아웃을 요청해서

자기가 운영하는 다른 B 아파트에서 지내는 게

어떠냐는 거였다.


에어비앤비에 있던 B 아파트는 A 아파트보다 

비쌌다. 호스트는 더 비싼데

자기 사정이 이러니 선심 쓰듯 업그레이드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 이 아파트가 눈에 익었다.

호텔 예약사이트에도 아파트가 올라오는데

그곳에서 본 기억에(얼마나 들여다봤으면

인테리어만 보고 알아봤다.ㅠㅜ)

찾아보니까 에어비앤비 가격보다

훨씬 저렴했다.

하물며 A 아파트보다

1박에 2만 원이 더 쌌다.


장난하나...


따질까 하다.. 귀찮아서 후기가 안 좋아서

지내고 싶은 마음 없다.

예약 취소하겠다 하고는

내가 취소했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승낙 후에는

취소 시에 환불 페널티가 적용되지만

승낙 전에는 바로 취소된다)


다시 호텔 예약 사이트로 돌아왔는데

방이 거의 없다.ㅠㅜ

그냥 맨 위에 추천 뜨는 곳이 그나마

저렴해서 거기로 했다.


그곳은....

몸이 엄청 좋은 아들과

식당 하는 엄마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였다.


새해 특수에도 방이 비어 있는 곳이니

어땠는지는 생략.

위치가 좋다는 후기가 많았다.


도착해서 보니 그 흔한 카페 하나 없다.

로컬 식당밖에 없는데 냄새도 맡기

싫을 정도로 향신료향이 너무 심했다.


산책하다 KFC를 발견했다.

주문할 때 손짓만 해서 내가 외국인이라

그런가 했는데 매장 전체 직원이

청각장애인이었다.

숙소는 별로였지만

신기한 경험이었다.


말레이시아 여행하면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곳에 있는 동안 손짓으로만

소통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선셋이 예쁘다는 탄중아루 해변하고

도보로 15분 거리였다.

진짜 위치가 너무 좋았다.


4) 무조건 근처로(활주로 근처 호텔)


이젠 이동하기도 싫고,

탄중아루 해변과 숙소 오는 길에

있는 프로젝트로 만든 호수와 분수대가

있는 공원 근처에 머물고 싶었다.


그래서 머무는 곳에서

가까운 호텔로 검색했는데

도보 3분에 한 곳을 발견했다.


오래된 호텔이지만 방음이 잘되고

직원이 친절하다는 후기에 바로 예약했다.


게스트하우스 체크아웃하고

3분 걸어서 한국 가기 전인

이틀 동안 머물 곳에 도착했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캐리어를 맡기고, 노트북 들고

KFC 가서 글 쓰면서 시간 보냈다.


말레이시아에 있으면서

웃으며 사람 맞이 하는 곳은

프랜차이즈 카페나 식당뿐이었다.

(내 경험으로는 말이다)

서비스 교육을 받아서

맥도널드, 스타벅스, KFC, 버거킹에서만

친절한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태국에 있던 5개월 동안

아이스크림 먹으러 딱 한번 갔던 맥도널드,

스타벅스 좋아하는 지인 때문에 갔을 때

빼고는 자의로 가지 않았던

프랜차이즈에 매일 왔다.

매일 갔다..한국보다 더 자주

마지막 숙소가 정해지니 마음에 평화가 왔다.

호텔 예약 사이트를 즐겨 찾기에서 지웠다.

다신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질렸다.

밀렸던 글도 쓰고, 책도 읽었다.

저녁에는 탄중아루 해변 가서 선셋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분수쇼를 보고

호수 주변을 걸었다. 행복했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편하게 쉬었다.


호텔은 낡았지만 리셉션 직원들이 친절했고,

단점일 수 있는 공항 근처라서 비행기 소음이

심했다.


발코니 창문이 살짝 흔들릴 정도로

굉음이 들렸지만 말라카 호텔 도로 옆에서

아우토반 질주하는 차량에 단련되었는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비행 중인 비행기를

언제 이렇게 가까이 보겠어라는

호기심과 신기함으로 멀리서

쿠룽쿠룽 비행기 엔진 소리가

들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창문에 서서 지켜봤다.

방 발코니에서

내 방 위치가 상륙 전 비행기가 대기하는

그곳이라.

사진상에 에어아시아기처럼 기다렸다

순간 엔진 굉음이 들리고는

전력질주 하듯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도 이제 한국 간다.

빨리 가고 싶다.


내가 언제 이렇게 한국을 그리워했던가.

아~~ 나의 조국이여..ㅋ

이러면서 바라봤다.


험난하고 파란만장했던 내 2주간의

말레이시아 숙소기는 여기서 끝!













작가의 이전글 말레이시아 단상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