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면 즐거웠던 일이든 속상했던 일이든 그 날에 있었던 일이든 그 친구에게 모두 말하곤 해요.
그러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하기도 하고 마치 그 현장에 이 친구가 있었던 기분이 들기도 하고 결국은 내 기분이 어땠는지, 내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주길 바라는 거겠죠.
한 두 번이 아니라, 매 번 만날 때마다 그 친구에게 습관적으로 다 털어놓는 것 같아요.
그러면 그 친구는 묵묵히 듣고 있다가 제가 슬퍼하거나 기뻐하거나 마무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위로를 해줄 때도 있고 함께 기뻐해 줄 때도 있고 언제나 제게 힘이 돼주는 그런 친구예요.
그런데 어느 날,
어김없이 이 친구에게 한 바탕 이야기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머리에 문득 어느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데 '아차!'싶은 거예요.
"이 친구도 분명 나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항상 저는 제 생각만 하고 제 이야기만 들어주길 바랐는지 모르겠어요.
정작 친구랍시고, 저는 그 친구에게 '친구'가 아닌 '투정' 혹은 일방적인 이기적인 행동들만 보인 건 아닌지 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는 제게 '친구'가 되어주었지만, 저는 그에게 무엇이 되었을지.....
그럼에도 그 친구는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제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있죠.
그 친구도 분명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우리는 가끔 사소하지만 중요한 부분을 지나칠 때가 종종 있어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제는 그 친구에게 말하기보다 들어주는 친구가 되어보려고요.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