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합니다

by mysuper

K씨는 퇴근 후에 꼭 샤워를 먼저 합니다.

사계절 상관없이 (여름에는 물론 여러 번 더 하겠지만요.) 하루 중 꼭 빼먹지 말고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옷을 정갈이 벗어두고 하는 샤워는 하루의 마무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일에 치여 지쳐있었던 몸을 샤워타월로 구석구석 닦노라면 쌓여있던 피로가 모두 씻겨지는 것만 같습니다.


K씨의 여름에 하는 샤워는 무더움을 날려버리는 의미가 되고, 겨울에 하는 샤워는 꽁꽁 얼어붙었던 몸을 위로해주는 의식이기도 합니다.


K씨는 샤워를 할 때만큼은 아무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이 때만큼은 일부러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지극히 독립적인 공간이며 독립적인 행위가 바로 '샤워'이기 때문이지요.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향의 샴푸나 바디샤워젤을 듬뿍 짜 거품을 내고 이곳저곳을 문질러줍니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바닥과 마주칠 때 내는 소리는 '빗소리'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K씨는 냄새와 소리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K씨에게 '샤워'란 거룩한 의식이기도 합니다.

이 의식을 통해 몸이 정갈해지는 것뿐 아니라, 마음까지 정갈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오늘도 K씨는 '샤워'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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