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동안 폭싹 속았수다!

(지은이: 차향산책)

by 차향산책 작가

드라마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란 뜻의 '폭싹 속았수다'

나는 드디어 숙제를 마쳤다. 관식과 애순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정주행하며 드는 생각은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의 사랑과 결혼 생활을 글로 쓰자면 소설 몇권씩은 써야할 듯하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다음 달이면 결혼 40주년이고 따라서 대하소설 분량의 책을 출판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안그렇겠는가? 막내 며느리이지만 27년을 강하디 강한 성격의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으니... 그나마 내가 참고 살았던 것은 남편이 부모님과 아내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마음이 불편하고 아플까? 두 아들이 행여 정서적으로 상처될까? 그 염려 때문에 힘든 시집살이를 꾹 참고 살았다. 시아버님은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생각하시는 분으로 배울점이 많았던 분이셨다. 시어머님께선 가정주부로 넘 부지런하셔서 항상 새벽 3~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시고 덩달아 며느리인 나도 일찍 일어나야만 했고 그때 습관이 되어서인지 지금도 나는 새벽 서너시면 아무리 피곤해도 저절로 눈이 떠지고 단잠에서 깬다. 시어머님은 보통 때는 괜찮았지만 감정의 업 앤 다운이 심하셔서 한집에 함께 살면서 이해안되고 화나는 말씀을 하실 때면 나는 늘 속수무책으로 들어야만 했다. 내가 어디 모자라는 것도 아니었으나 친정 엄마의 밥상머리 교육으로 시집가면 무조건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을 살아야만 한다고 하셨기에... 나는 보통의 며느리들이 모두 그렇게 참고 사는 것으로 알았으니 이 얼마나 순진했던가!


그래도 엄하셨던 시어머님이 노환으로 누우셨을 때 눈물을 흘리시며 나를 친딸 같다고 예뻐하시며 넘 미안했고 고마웠다 하셨으며, 치매가 깊어 졌을 때는 아들, 손주들조차 못알아보셨으나 막내 며느리인 내 얼굴과 이름만 기억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세상을 떠나시며 어머니는 나의 가슴에 남아 있는 대못을 모두 뽑아주셨고 진심으로 위로하며 사랑해 주신 것을 난 지금도 감동으로 느끼고 있기에 어머니에 대한 불만, 고통의 씨앗들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살면서 사랑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산교육을 받은 것이기에 이 점 또한 감사하게 생각한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 힘든 고통의 과정을 참아내니 결실의 열매는 달디 단 요즘이다. 관식이 보다도 수 만 배 더 나만 바라보며 아낌없는 신뢰와 사랑을 주는 남편! 듬직한 두 아들 그리고 예쁘고 현명한 며늘과 손주... 만사에는 끝이 있는 법이고 세상에 인고가 없는 공짜 열매는 없다는 진리!


결혼 40주년을 맞아 그동안 데일리 빅 백이 필요했는데 결기를 빙자해 득템하고 주마등처럼 지나간 세월은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고 감사한 기억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