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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Jun 05. 2024

엄마는 설날도 아닌데 용돈을 주셨다

인정하고 인정받는다는 것

지난번, 엄마가 집에서 안 마시는 커피믹스를 주셨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집에서 소소하게 마시는 커피 믹스가 다 떨어져, 혹시나 싶어서 아침 댓바람부터 엄마에게 문자를 넣었다.



내가 동문서답했다


내 눈이 요즘에 좀 갔는지, 어딜 봐도 엄마는 피자라고 안 하셨는데, 나 혼자 아침부터 피자를 먹고 싶었던 건가.

지금 보니 엄마는 피자에 '피'자만 꺼내셨네.

내가 피자가 먹고 싶은 건가 ㅎㅎ



지난주, 아빠가 5차 항암에 들어가고 나올 즘에 택배가 도착할 수 있도록 통도사 서운암 된장, 고추장을 주문하라고 하셨다. 까먹고 있다가 어제 주문을 넣은 거지. 딱 일주일 만에 생각이 났네.

그러다 엄마 것도 주문할까, 물었고, 엄마는 된장만 주문하라고 하셨다. 

엄마는 그 모든 비용을 나에게 입금해 주셨다. 

예전에도 내가 대신 물건을 주문하면 입금을 바로 해주시긴 했는데, 

아빠에게 들어가는 소소한 물품에 대한 것은 최대한 엄마선에서 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엄마가 주문하라는 오더를 내린 것은 바로 입금을 해주시고 있다.



아마 어제 그것도 있고, 지난주에 내가 아빠 따라 병원에 간 것도 있고, 마지막 항암을 할 때 엄마는 '수고롭겠지만, 니가 한 번 더 따라가 봐라'라고 했던 말도 있고. 또 하필 아침 댓바람부터 커피믹스 없냐고 묻는 딸에게 커피 한 잔 사 먹으라고 입금을 해주셨다. 



어릴 때부터 나는 엄마의 인정을 갈급했던 것 같다. 엄마가 일하고 들어오시면, 청소해 둔 것을 꼭 이야기해서 '나 잘했지'라고 물었다. 칭찬이 고팠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칭찬을 안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가정에서 최고의 권력자(?!)였고, 아빠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의 칭찬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뭘 먹고 지내는지, 몇 학년인지도 모르는 남편 대신에 삼 남매를 키웠던 엄마는, 아직도 일을 하고 계신다. 애증의 관계인 아빠의 갑작스러운 혈액암 항암 소식에 누구보다 충격받았을 엄마이다. 그래도 그런 아빠를 미워하지 않고 그나마 시간을 뺄 수 있는 내가 이것저것 신경 쓰는 게 엄마는 더 신경 쓰였을 테다.




스타벅스에 갔다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사 먹은 건 아니지만, 오전에 스벅에 다녀왔다. 카페인 없고 맛있었던 유자민트티를 시원하게 마시고, 운동하러 갔다. 



비록 엄마와 동문서답한걸, 이제야 알고 혼자 머쓱하지만, 

엄마의 마음을 받은 날이라 고마운 선물을 받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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