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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Aug 03. 2024

퇴원할 기미

아빠는 지난주에 호스의 위치를 조정하는 시술을 하고, 오늘 또 한 번 호스의 위치를 조정했다.

지난주에는 숨쉬기가 힘들어서 그랬고, 오늘은 공기가 잘 빠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엊그제부터는 기침이 많이 나와서 통화하는 내내 기침을 했고, 기침 약을 더 받아서 먹고 나니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그런 것 때문에 오늘 시술이 들어간 것 같기도 하다.



목소리가 조금 변한 것 같은데, 아무리 들어봐도 콧물이 가득 찼을 때의 코 맹맹한 소리가 났다. 아빠는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연신 흐르는 맑은 콧물 때문에 밥 먹는 속도가 안 났다. 지난번 혈액암이 인후 쪽으로 왔었는데, 항암을 끝내고 나니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지켜보던 엄마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더라.



병원 식당 돈까스


병원의 지하에는 빵집도 있고, 식당도 있다. 주로 보호자나 외부인이 와서 먹을 수 있는데, 환자와 가족들이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 병원 밖에 나가는 것을 금하고 있는지라 대부분 여기서 함께 식사를 한다. 



여기에서 밥을 먹은 것도 벌써 5회 정도가 되다 보니, 맛이 뻔하다. 엄마와 아빠는 육개장을 드시고, 나는 고구마치즈돈가스를 시켰다. 많이 안 먹힌다. 병원에서 일할 때는 병원밥이 그렇게 맛있더니, 환자 보호자로 오면서는 병원 밥이 맛이 없다. 음식 자체의 맛이 아니라 이건 심리적인 게 백 프로.



함께 밥을 먹고 병실에 필요한 걸 살펴보다가 간식으로 빵을 좀 사놓고 가야겠다고 엄마가 말씀하신다. 다시 식당이 있던 지하로 내려가서 빠바에서 빵을 사고, 나는 커피를, 엄마는 녹차를 마셨다. 1층에 있는 파스쿠찌보다 빠바 커피가 맛있게 느껴지는 건 또 뭐지?



빵을 전달하고 나오면서 아빠의 병원 생활이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확 좋아지는 게 보여야 퇴원을 할 텐데, 뭔가 계속 있으니 쉽게 퇴원이 안 될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아빠는 퇴원하면 계속 일을 할 거라고 하고, 엄마는 이제 안된다고 지게차를 팔아야 한다고 하고. 마음은 여전히 할 수 있다고 생각되겠지만, 일을 못하는 나를 인정할 수 없는 아빠는 일단 있어보라고 하고. 일단 퇴원부터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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