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다행이라는 이기적인 생각
단톡방에 있던 한 분이 나가셨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활동을 잠시 쉬어갈까 합니다.
추석 전날 친정 아빠가 응급실에 실려가셨는데, 간암 말기라고 남은 시간이 한 달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정신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냥 나가시지 않고, 이렇게라도 말씀해 주시니 감사했다. 뭐라고 전해야 할까 생각했다.
그 말을 끝으로 이미 단톡방을 나가셔서 전할 방법이 없지만, 친정아빠가 암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냥 옆에 있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동안 입 맛이 없어서 밥을 거의 못 드셨던 아빠는 죽을 시작으로 조금씩 식사를 하셨다.
추석 때 회만 빼고는 다 드셨다. 아직 비가열 조리한 음식을 안 드시는 게 낫다는 주의다.
그나마 밥을 조금 드실 수 있게 되면서 병원에 있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졌다.
폐 절제 수술 후, 병원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숨이 찰 정도는 지속될 거라고 했는데, 7월 말에 수술하시고 대략 2개월이 조금 안된 시점이지만 그것도 괜찮아지고 있다.
하시던 지게차 사무실에도 나가고 계신다.
순번제라서 일을 못하고 돌아오는 날도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밥도 먹고 하는 것도 회복하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뉴케어가 떨어지지 않게 보내드리는 것, 안부 전화하는 것, 드실만한 영양제 보내드리는 것, 병원에서 전화 오면 받는 것 정도다.
갑자기 쓰러져서 함께 할 시간이 한 달만 남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으면서, 우리 아빠는 다행이었다,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든다.
우연히 넘어지면서 타박상을 입고 혹이 안 없어져서 병원을 찾아다니다가 혈액암이라는 것을 알 게 된 것,
혈액암 항암치료를 끝내면서 검진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폐암 종양.
모든 것이 다행이었다고.
막냇동생이 태어나던 해부터 밖으로 돌면서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 명절에나 보게 된 아빠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에게 아빠의 존재감을 다시 일깨워주던 시간이었다.
만약 아빠도 남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것도 한 달 정도라고 했다면, 내가 천천히 아빠를 관찰하고 생각해 볼 시간은 부족했을 거다.
덕분에 브런치에 아빠에 대한 이야기도 쓸 수 있게 된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