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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Jul 25. 2021

엘보우와 4,5번

어디가 아프세요?

평소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병원에는 관련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주로 정형외과 신경외과에서 많이 근무한 나는 근골격계 환자를 거의 대하고 있다.


대학에서 그리 중요하게 보지 않던(시험에도 간단히 나오던) '테니스 엘보우(tennis elbow)'와 골퍼 엘보우(golfer's elbow)'라는 게 있다.


테니스 엘보우는 '외측상과염', 골프 엘보우는 '내측상과염'이 정확한 명칭인데, 외측상과염은 테니스선수들에서, 내측상과염은 골프선수들에서 많이 나타나는 질병이라 흔히 그렇게 부른다고 배웠다.


팔꿈치 안팍으로 나타나는 이 통증이 의외로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물리치료실에서 근무하면서 목,허리, 무릎, 어깨 다음으로 이 팔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테니스 엘보우는 테니스나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그 외에도 팔을 많이 쓰는 직종(요리사 등)도 마찬가지다.


차트에 이 병명이 적혀 오신 분들께 히스토리를 물어본다. 통증이 나타나는 정확한 부위, 통증의 정도, 손목(팔꿈치와 손목까지 연결되는 근육 때문에)상태는 좋은지 등.


"환자분, 어디가 아프세요?"

"아~ 내가 엘보우가 와가지고"

"팔꿈치 어느 부위가 정확하게 아프신가요?"

라고 다시 물으면 그때 손으로 짚어서 여기 여기라고 하신다.


여기서, 항상 팔꿈치 통증을 가진 분들의 90%는

"내가 엘보우가 와가지고~"라고 하신다. 엘보우는 팔꿈치부위를 말하는 영어단어인데, '엘보우가 왔다'는 것은 어디서 팔꿈치가 왔다는걸까?


내가 모르는 곳에서 엘보우가 오는 곳이 있나보다.



우리 몸의 척추는 목, 등, 허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곳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추는 7개, 흉추는 12개, 요추는 5개, 천추 5개, 미골까지로 이어진다.


흔히 말하는 디스크는 이런 뼈와 뼈 사이에 완충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잘못된 자세나 충격으로 인해 돌출되거나 하면서 척추의 신경을 건들이게 되고 그것이 관련 부위의 통증으로 나타난다.


보통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부분에 발생빈도가 높다. 그래서 목은 6~7번, 허리는 4~5번이 많다.


허리가 아파서 오신 분들에게도 역시나 치료전 히스토리를 물어본다. 병원에 좀 오래 다녔다는 포스를 풍기는 분들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렇게 하신다.


"어디가 많이 불편하세요?"

"4,5번"


물론 허리가 아파서 오셨으니 요추 4~5번에 이상이 있겠구나, 그 쪽 관련된 곳으로 치료를 해드리면 되겠구나 싶다. 하지만 '나이 많고 나 병원 좀 다녀봤다, 내가 내 병을 더  잘 아니 너는 잔말말고 기계나 붙이고 가라'는 말투의 '4,5번'이 훨씬 더 많다. 젊은 여자 치료사를 무시하는 태도다.


"00환자분, 4~5번 어딜말씀 하시는거죠? 목에도 있고 등에도 있고 허리에도 있고, 4~5번은 많이 있거든요, 그리고 딱 그 뼈 부분에 통증이 있으신건가요, 아니면 허리나 다리까지 아프신 건가요?"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무시하는 정도가 약간 수그러든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임상에 나갔을 때, 이런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동기들끼리 이야기하다보면 이런 사람들이 꼭 병원마다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짜고 다니는 것처럼 '어디가 아프세요?'라고 물었는데, 똑같이 '4,5번'이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람들이 많이 접하는 흔한 질병이라 그런 명칭들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엘보우가 왔다'거나 '4,5번'은 그래서 자연스레 불리는지도.



어느 날, 남편이 과거에 배드민턴을 치다가 팔꿈치 통증이 시작되서 팔꿈치 고질병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그때 배드민턴 한참 치다가 엘보우가 와가지고..."

"엘보우가 뭔데?"

"(팔꿈치 바깥부분을 가르키며)여기 아픈거..."

"팔꿈치가 영어로 엘보운데, 엘보우가 온거는 어디서 왔다는건데?"

"....."


환자들한테 받았던 궁금증을 남편에게 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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