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장메이트신화라 Aug 01. 2021

항상 내 것은 '새 것'

신발과 우산

단골 식당에 오랜만에 갔다. 그 사이 좌식이었던 테이블은 입식으로 바뀌었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던 곳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게 되었다.


"예전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갔던 것 같은데?"


방의 입구에는 수많은 신발들이 섞여있었고, 직원들은 따로 신발을 정리하기도 했다. 내 신발을 누가 밟진 않을까 또는 잃어버리진 않을까 약간 불안하기도 했다.

신발/ 사진출처 pixabay


이전에 일하던 병원에서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지라 신발이 섞이기도 하고, 분실하기도 했다.


개인 신발을 따로 들고 들어가 보기도 하고, 신발장에 번호를 붙이기도 했지만 비슷한 신발을 헷갈려 잘못 신고가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크록스 형태의 신발이 하나둘씩 생겨나던 여름이었다. 분홍색의 크록스형 신발을 하나 사서  출퇴근용으로 신었다.

데스크에 앉아서도 우리 신발이 잘 있는지 볼 수 있게, 직원들은 치료실 입구의 신발장 제일 위칸에 나란히 신발을 벗어두었다.


근무 시간 중 우연히 나와 같은 디자인의 신발이 신발장에 있는 걸 보았다.  그걸 본 실장님은 '참 특이한 신발을 신는 사람이 너 말고도 또 있네?'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러네요 하하'라고 대화를 나누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일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치료실을 나가려는데, 신발장 제일 위칸에 있던 내 신발이 없어진 게 아닌가!!

살펴보니 아까 그 같은 디자인의 신발이 남아 있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신발을 신고 온 환자분이 어디 뒀는지 생각하지 않고 같은 디자인이니 그냥 신고 간 것 같았다.


남아 있는 신발을 신어보니 내 발 크기보다 훨씬 큰 신발이었다. 내 발 사이즈는 240mm인데, 남아 있는 신발은  250mm 이상인 것 같이 헐렁했다. 일일이 전화를 돌리기도 귀찮아 그냥 그 신발을 신고 퇴근 후 더 이상 그 신발을 신지 않았다.


나 말고도 그런 신발 바뀜 사건은 자주 일어났는데, 환자분들의 신발이기에 같은 시간대에 오신 분들에게 다 전화를 드려서 확인도 해야 했다. 그러다 간혹 불쾌함을 느낀 분들이 병원으로 찾아와 욕을 퍼붓기도 했고, 자신의 신발이 없어진 환자분들의 원망도 우리가 다 들어야 했다.




요즘은 비가 오면 개인 비닐을 씌워서 실내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환경문제로 인해 비닐을 다시 쓰지 말자는 분위기도 생겼지만, 아직은 우산 비닐을 쓰는 곳이 많다.


예전 치료실에서는 비가 오면 입구에 우산 꽂이를 뒀다. 그리 큰 병원이 아니어서 우산 비닐을 제공하는 그런 사소한 편리함은 없었다. 그렇게 입구의 우산꽂이에 내 우산을 두고 들어갔다가 치료 후 본인의 우산을 잃어버리는 일도 종종 생겼다.


밖에선 비가 계속 오기 때문에 남아 있는 우산을 갖고 가시게 했지만, 우리는 또 같은 시간대에 오신 분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000님 XX병원 물리치료실입니다. 죄송하지만 혹시 우산이 바뀌진 않으셨나요?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왜 내가 죄송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찾아낸 우산도 많았다.





이렇게 신발과 우산을 분실한 경우, 공통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내 신발(우산) 신은지 얼마 안 되는 새 건데~!!"

참으로 이상하고 재미있게도 잃어버리신 분들의 대부분은 본인 물건이 '새 것'이라고 하신다. 제대로 찾고 보면 새 것이 아닌데도 그렇다.


우리끼리 '왜 자신의 것을 분실한 사람들은 그 물건을 새 것이 아닌데도 새 것이라고 할까?'에 대한 토론을 벌일 정도로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내 것이 새 것'이 되어야만 혹시나 분실된 물건을 찾지 못했을 때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쪽과 일단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기선 제압을 하는 것인가? 등등 의견이 나왔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분실한 물건에 대한 보상 심리가 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크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는 신발을 벗지도 않고, 치료실에서 우산을 관리하지도 않는다. 그 사소한 점 하나가 얼마나 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지 모른다. 치료실에 신발을 신고 들어와서 바닥에 더러워진다면 밀대질을 한 번 더 하면 되고, 청소기로 한 번 더 청소하면 된다. 갈아 신을 실내화를 정리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도 분실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늘 갔던 식당도 사소한 스트레스가 없어졌을 것 같다. 허리를 숙여 신발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신발이 놓였던 곳도 이제 아무것도 없어 깔끔하다.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갈 수 있게 된 시스템이 일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엘보우와 4,5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