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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Sep 25. 2021

엄마가 오지 말래

엄마의 백신 접종과 추석

이번 추석은 앞이 길었다.

주말을 쉬고 3일의 추석 연휴가 다시 시작되는 5일간의 연휴였다.

제사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하시는 시어머니 덕에 무슨 일이 있어도 시댁은 제사를 지내야 한다.

명절 때마다 어른들 모시고 또는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지인들을 보면서 남편에게 매번 투정 부렸다.

"내 소원은 명절에 여행 가는 거야!"


추석 전 주말여행을 계획했다. 캠핑을 갈까, 관광지로 갈까.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은 하나 있어야지 싶어서 루지를 타야겠다 싶었다.

부산 기장에 새로 생긴 루지가 있다고 하던데, 거길 가볼까.

부산은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도 있는데 그냥 전주 한옥마을을 갈까?

한옥마을은 애들이 놀거리가 없는데, 어떡하지?

고민하다 여수가 눈에 들어왔다. 여수에는 풍경도 있고 루지도 있었다.

주말여행은 여수로 결정했다.


여수에 가서 밥 먹고 빅오쇼를 보는 동안 남동생에게 카톡이 와있었다.

'엄마가 이번 추석에 오지 말래.'

엄마는 금요일 오후에 백신 2차를 맞았다.

동생이 죽을 사다 주고 했나 보다. '엄마, 전화도 안 받아'

아마도 주무시느라 그럴 것 같았다. 나도 일부러 전화하지 않았다.


일요일 오전,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죽다 살아났다며 한결 밝아진 목소리다. 다행이다.

마른 체형에 기저질환도 있다 보니 백신 반응이 빨리 왔나 보다.

졸음이 심했고, 몸살도 했단다. 움직이질 못해 기어 다니다시피 했다고.

근처에 있는 동생에게 죽을 사 오라고 했더니 회사에 있던 동생이 배달앱으로 죽을 보냈더란다.

동생 퇴근하기 전에 다행히 배달된 죽이라도 먹을 수 있었다고.


엄마는 지난달 생일과 여행으로 본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굳이 이번 추석에 안 봐도 되지 않겠냐고 하셨다.

아무리 준비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간다고 하면 장 보러 또 나가야 하는데, 쉬고 싶다 하셨다.

10월에 대체휴무도 있고 하니 그때 또 여유 있게 보자고 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아빠도 올해부터 본가에서 명절 제사는 없애기로 해서

안 내려오신단다. 겸사겸사 올 해는 친정식구들을 보지 않는 명절이 되었다.


추석 전날 시댁에서 제사음식을 만들고, 추석 당일 차례 지내고 점심을 먹고 귀가하는 스케줄이 됐다.

집으로 오는 길에 근처 카페에 갔더니 글쎄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다.

다들 프리 한 명절을 보내고 있구나.

추석 날 카페


여차저차 또 이번 주만 지나면 10월이다.

다들 백신 완료라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엄마를 만나러 가야지.

엄마 드리려고 사놓은 홍삼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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